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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보고서 점검]KT&G, 전자투표제 도입 '안하나, 못하나'칼아이칸 경영권 위협 '트라우마'…외국계 투기자본 공격 우려

박상희 기자공개 2019-06-17 10:38:45

[편집자주]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들이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시작된 이번 제도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제도다. 더벨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삼아 주요 기업들의 15대 지배구조 핵심 지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4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G가 향후 전자투표제를 도입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T&G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대부분을 준수하고 있지만, 전자투표제 만큼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데다 과거 경영권을 위협 당한 전례가 있어 전자투표제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지배구조보고서에서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핵심지표는 모두 15개 항목이다. 주주 관련 항목 4개, 이사회 항목 6개, 감사기구 항목 5개 등이다.

KT&G가 최근 제출한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15개 항목 가운데 12개 항목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준수한 항목은 모두 주주 관련이었다.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한다는 항목만 준수했다. △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지공고 실시 △ 전자투표 실시 △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등 항목은 준수하지 않았다.

KT&G 지배구조 준수
*KT&G 지배구조 보고서

주총 4주 전 소지공고,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 등은 KT&G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미준수하고 있는 항목이다. 다만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전자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기업도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KT&G는 현재 전자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향후 검토 의향도 밝히지 않고 있다. KT&G는 지배구조보고서에서 "당사는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관 및 관련 내부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면투표제 및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언급하지 않았다.

KT&G 주주총회는 보통 대전 본사에서 열린다. 정관 제17조에 따르면 '주주총회는 본사소재지 또는 서울특별시에서 개최하되 필요에 따라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인접지역에서도 개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실제로 주총은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총을 비롯해 대부분 대전 본사에서 개최돼왔다. 서울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KT&G의 주총 지리적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KT&G는 소액주주 비중도 높은 편이다. 3월 말 기준 주주 수 기준 소액주주 비율은 99.91%에 이른다. 보유주식 수 기준으로는 소액주주 비율이 53.61%다.

국내 기업 주주총회는 비슷한 시기에 집중돼 있다. 주총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쏠리면 주주들의 참석이 사실상 힘들어진다.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현장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여러 기업의 주주이거나 평일 오전에 현장에 갈 수 없는 주주의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하면 통상 평일 오전에 진행되는 정기 주총 참석이 어려운 소액주주들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전에서 주총을 개최하고,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KT&G 역시 소액주주 의사결정권 표현으로 상징되는 전자투표제 도입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G는 주주 친화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편이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데다 과거 경영권 위협에 시달렸던 것이 트라우마가 돼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KT&G는 민영화 된 이후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기준 외국인은 KT&G 주식 7061만5568주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1억3729만2497주)의 52%에 이른다.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가운데 5% 이상 주요주주도 있다. 3월 말 기준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와 블랙록펀드(BlackRock Fund Advisors)가 각각 6.63%, 6.59%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KT&G는 경영권 위협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2006년 칼 아이칸은 KT&G 경영권을 흔들면서 총 1482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주주 심리를 왜곡하는 수단이 될수도 있고, 또 다시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공격 당할 수 있다는 우려심이 KT&G 경영진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KT&G 관계자는 향후 전자투표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자본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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