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24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2월 리슈푸(李書福) 회장의 중국 지리(吉利; Geely)자동차가 90억 달러를 투자해 다임러의 9.69%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지리는 2010년에 스웨덴의 볼보와 2016년에 런던 시가를 누비는 검정색 택시 생산회사 LEVC를 손에 넣었었다. 2017년에는 말레이시아의 프로톤(Proton)과 영국의 스포츠카 메이커 로터스(Lotus)를 인수했기도 하다. 미국의 비행전기차 개발 스타트업 테라퓨지아(Terrafugia)도 소유하고 있다.지리는 2017년에 다임러에게 5% 지분에 해당하는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한 적이 있으나 기존 지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싫어한 다임러가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할 것을 권고한 적이 있다. 지리는 다임러의 그 희망대로 진행한 것이다.
지리는 1986년에 항저우에서 냉장고 부품회사로 출발했다. 2001년에 중국 최초의 민영 자동차회사로 변신했고 2005년에 홍콩에 상장되었다. 리슈푸 회장이 91%를 보유하는 자산 2700억 달러, 종업원 12000명 회사다. 2018년에 BMW에 이어 215만 대로 글로벌 13위에 올랐다.
지리는 중국 내에서는 2위인데 1위인 상하이의 국영 SAIC가 폭스바겐, GM과 합작브랜드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독자 브랜드를 많이 생산하는 지리는 경영실적이 탁월해서 2018년 매출이 전년 대비 18.3%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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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다임러 투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동기가 그다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지리가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기술을 획득하고 다임러와 전략적 제휴로 자율주행차와 네트워크카 사업을 벌임으로써 애플, 구글, 아마존에 대항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지리는 시장변동에 대한 헤지수단인 주식칼라(equity collar)를 활용해서 독일 자본시장법 상의 공시의무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다임러 지분을 매집했다. SPV를 중간에 두 층이나 넣었는데 SPV1이 중국 흥업은행 홍콩지점에서 14억5천만 유로를 빌려 또 다른 SPV3를 만들고 그 주식을 은행에 담보로 주었다. SPV3는 모간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59억 유로를 차입해서 다임러 주식을 매입했다.
4.9%만 유통시장에서 매입하고 나머지는 헤지펀드를 통했다. 리슈푸의 이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적대적 M&A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독일 정부는 공시의무 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서 석연치 않은 점들을 발견했지만 제재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덮었다.
그러나 독일 정보당국은 중국기업들의 독일 첨단기술기업 인수에 대해 경고음을 발령했고 독일은 외국인의 독일 회사 인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종래의 25%에서 10%로 규제심사 기준을 낮추었다. 리슈푸는 자신이 다임러의 이사회에 진출할 뜻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다임러 주가가 35% 하락함으로써 지리의 투자는 일단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 회사는 향후 합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리슈푸는 자신을 중국의 헨리 포드라고 칭한다. 시골의 농가에서 자랐지만 농사보다는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고 매진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포드가 나이 들어가면서 괴팍해지고 반유대주의자로 악명을 떨친 것과는 달리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이다. 중국 거부들 중 한 사람이지만 평범한 옷을 입고 북경의 검소한 아파트에 산다. 시인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미 20편의 시를 개인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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