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운아나텍 김동철 대표, 2대주주 엑시트에 30억 손실 반도체 유통에서 팹리스 키워내…스틱인베스트 엑시트에 주담대 받아 물량 떠안기도
윤필호 기자공개 2019-07-04 12:36:03
[편집자주]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중국 발 반도체 굴기의 공습으로 한차례 흔들리더니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수요 침체까지 겹치면서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대형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적자 전환 우려에 직면했고 중견 반도체사들도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팹리스, 부품, 장비 협력사 등 연관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 속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1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운아나텍의 모체는 김동철 대표가 1987년 설립한 동운상사다. 김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획실에서 6년을 근무하다가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동운상사는 1998년 반도체 수출입 전문 무역 법인인 동운인터내셔널로 거듭났다. 한참 사업을 진행하던 김 대표가 직접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수입 부품에 의존하다보니 납기를 놓치곤 하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고충에서 비롯됐다.김 대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뽑아 팹리스(fabless) 사업을 시작했다. 1년 가량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03년 USB 트랜스시버 칩(USB Transceiver IC)을 내놓았다. 이후 LG전자와 대만 콤팔(Compal) 등 기업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며 확장했다. 이듬해에는 지금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카메라용 자동초점 구동칩(Auto Focus Driver IC)을 개발했다. 휴대폰 카메라 시장의 가능성을 예상한 김 대표의 빠른 판단이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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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궤도에 올라서자 2006년 연구·생산 부문을 인적분할해 지금의 동운아나텍을 설립했다. 당시 동운인터내셔널의 지분 87.65%를 보유하고 있던 김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회사는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이듬해 기술보증금융과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모았다. 2009년 중국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해외 진출을 본격화 했다. 이를 통해 중국 현지 점유율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1월 중국 현지에 합자법인(Joint Venture)인 선전 챌운 세미컨덕터(SHENZHEN CHALLWOON SEMICONDUCTOR)를 설립했다. 회사는 지분 40%를 36억원에 취득했으며 이를 통해 중화권, 글로벌 아몰레드(AMOLED)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이 밖에 지배·종속기업은 없지만, 동운인터내셔널과 동운 차이나(DONGWOON CHINA Co.)와는 기타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운아나텍은 2015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초 2009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6년이 지나고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50만주를 공모해 공모가 1만원으로 결정되면서 50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투자금은 해외 지사 보강을 통한 사업 확장과 R&D 기반을 마련하는데 활용했다.
동운아나텍의 최대주주는 김 대표다. 그는 2015년 상장 당시 회사가 발행한 전체 지분의 16.6%를 확보했다. 2대 주주는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상장 당시 12.56%를 보유했다.
동운아나텍은 2017년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분 매도에 나서며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구주 물량을 쏟아낼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오버행(overhang·대량대기매물) 이슈 우려가 제기됐다.
김 대표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장외거래를 통해 인수하기로 했다. 그해 9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동운아나텍 주식 전량인 57만 8290주(지분율 9.65%)를 장외에서 주당 1만5909원에 김 대표에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92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앞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하면서 29억원을 회수했는데, 총 회수 규모는 121억원으로 추정되며, 차익은 약 43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90억원이 넘는 지분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은행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기관과 주식담보제공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 지분은 기존 24.9%에서 27%까지 올랐고 대주주의 지분 매입에 따라 시장 투자 심리도 개선됐다. 당시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한 달 사이에 주가는 20% 이상 올랐다.
하지만 김 대표의 결단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함께 부담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동운아나텍은 주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김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에 담보비율 하락을 야기했다. 주가 하락에 금융 기관은 반대 매매 의사를 전달해 왔다.
김 대표는 그해 10월 블록딜을 통해 주식 124만주(9.94%)를 총 59억5200만원에 양도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4800원이었다. 앞서 동운아나텍은 무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한 조정을 감안하면 주당 9600원에 매각한 셈이다. 양도 대상자는 국내와 해외 우량 투자처 두 곳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종전 28.64%에서 18.70%로 다시 변동됐다. 블록딜을 통해 획득한 자금은 곧바로 전액 금융기관에 상환했다.
동운아나텍은 지난해 6월 무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1주당 1주의 지분을 발행하며 유통물량은 크게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보유 중인 60만주(100억원 수준)가 무상비율에 따라 자동 소각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유통 물량이 적어서 거래량이 작다는 지적이 있어서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주담대 해소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은 무상증자 이후다. 주식수는 124만주로 더 늘었지만 매도 지분율은 9.94%로 비슷하다. 다만 1년전 92억원에 인수한 주식을 59억원에 매도하면서 단순 계산해 33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작년 상반기 한화자산운용이 지분 5.08%를 매입하며 2대주주에 올라섰으나 한화자산운용도 지난달 주식 67만4172주를 장내 매도했고, 보유 지분은 0.77%로 줄이며 사실상 엑시트했다.
동운아나텍은 최근 주가가 반등하며 간신히 시가총액 1000억원을 회복했다. 하지만 무상증자 이전의 시가총액 수준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불안한 최대주주 지분율과 반도체 시황은 동운아나텍의 아킬레스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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