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10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린 그런 위험한 거 안팝니다."얼마 전 기자가 관심을 둔 헤지펀드를 시중은행 상품담당자에게 문의했다가 들은 말이다. 이 펀드를 낸 운용사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와 자산가에게 나름 실력을 입증한 곳이다. 마침 해당 운용사도 은행 채널에 상품을 걸고 싶은 눈치였다. 고객 성향을 감안해 보수적인 구조를 취했으나 은행에선 헤지펀드라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은행원 사이에는 알게모르게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밖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다. 한 넷플릭스 드라마에 나오는 헤지펀드처럼 불법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하고 투기와 공매도를 일삼는 세력으로 여겨진다.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먹튀' 이미지를 남긴 것도 부정적 평가에 한몫한다.
최근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30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성장했다. 역시 은행은 기여도가 높지 않다. 잘 모르고 위험해 보이는 상품을 판매했다가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일 것을 걱정해서다. 같은 금융그룹에 속한 증권사가 상품 전략을 총괄하는 IPS본부를 통해 헤지펀드를 소개하고 있지만 은행이 주도적으로 판매한 경우는 드물다.
그사이 몇몇 헤지펀드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매년 10% 안팎 수익률로 '절대수익 추구'라는 헤지펀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롱(Long) 위주 전략으로 연 두자리수 수익률을 거뜬히 낸다. DS자산운용은 프리PO(상장전 지분투자)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 모두 은행에서 팔리지 않은 펀드다.
변화 조짐은 있다. 몇몇 시중은행은 최근 공모운용사 전환을 준비 중인 헤지펀드 운용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상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펀드를 처음 가판대에 올렸다. 향후 두 운용사가 공모펀드를 낸다면 은행을 통한 펀드 판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은행 고객에게 헤지펀드가 필수는 아니다. 공모펀드를 활용해도 경쟁력 있는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최근 두각을 나타낸 펀드가 대부분 헤지펀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상품 외연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은 투자자 저변이 가장 넓은 판매 창구다. 은행원이 이해하고 판매하는 헤지펀드가 많아져야 고객 선택지가 늘어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PBR 0.6 주가고민 삼성물산, 삼성로직스 분할검토까지
- 삼성, 바이오 인적분할설…지배구조 개편 관심↑
- 신종자본증권 찍는 CJ CGV, 경쟁사 합병 영향은
- [i-point]시노펙스, 경북 산불피해지역 '탄소중립 숲' 조성 공동 추진
- [캐시플로 모니터]삼양식품, 호실적 연동 법인세 부담 '현금흐름' 반영
- [thebell interview/컬리 10주년 줌인]김종훈 CFO "외형 확장에 방점, 수익성은 장기 전략"
- [넷플릭스발 지각변동]플랫폼이 고르는 콘텐츠…제작 권력도 이동
- [i-point]씨플랫폼-엑스게이트, 손잡고 네트워크 보안 시장 공략
- [Company Watch]삼보모터스, 새 멕시코법인 첫 매출 '전기차 부품 거점'
- [i-point]아이씨티케이, WIPO 글로벌 어워드 최종 후보 선정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금융, 더존비즈온과 'ERP 뱅킹' 야심찬 청사진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임종룡 회장 '독립 경영' 방침 드러난 보험사 CEO 선임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은행, 디지털 경쟁력으로 '공급망 금융' 선도한다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동양 성대규·ABL 곽희필' CEO 내정, 신한라이프 모델 따른다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KB국민은행, 코인·카페·편의점 침투 '리테일 최강자' 굳힌다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KB국민은행, 플랫폼 전략 전환 기점된 '모니모' 제휴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은행과 기업 플랫폼, '경쟁자→동반자' 인식 바뀌었다
- [JB금융 인사 풍향계]이승국 JB금융 CRO, 김기홍 체제 '최장수 임원' 등극
- [BNK금융 인사 풍향계]경남은행, 부산은행과 인사 교류로 '투뱅크' 한계 극복
- [우리금융 동양생명 M&A]밸류업 트리거 될 'ROE 10%'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