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금융, 더존비즈온과 'ERP 뱅킹' 야심찬 청사진②4년 간 협업 다방면 모색…제주은행 지분 투자로 모델 구체화
최필우 기자공개 2025-05-21 12:31:43
[편집자주]
임베디드 금융이 금융권 핵심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금융사가 비금융사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 금융사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 기능을 추가하는 비금융사를 경쟁자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완숙기에 접어든 금융사 자체 플랫폼을 진일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제조업, 유통업, IT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맹을 맺는 중이다. 비금융사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금융사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막이 오른 임베디드 금융 시대의 헤게모니를 어떤 금융사가 잡을 수 있을까. 주요 금융사의 임베디드 동맹 현황과 전략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11시5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이 더존비즈온과 ERP(전사적 자원관리) 뱅킹 비즈니스 모델 구현에 나섰다. 양사는 4년 전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다방면으로 임베디드 금융 비즈니스를 모색해왔다. BaaS(Banking as as Service)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신한금융과 기업에게 제공되는 ERP 플랫폼에 금융을 접목하려는 더존비즈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양사는 물밑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끝에 최근 더존비즈온의 제주은행 지분 투자로 협업 방식을 구체화했다. 더존비즈온은 ERP 시스템에 금융 기능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도 지방은행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가던 제주은행을 십분 활용해 그룹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추가했다.
◇더존비즈온 ERP 플랫폼, BaaS와 최적의 궁합
신한금융과 더존비즈온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한은행장으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던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더존비즈온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더존비즈온의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협업 시발점이었다.

양사는 지난해 4월 지분 관계를 맺으며 동맹 관계를 공고히했다. 신한금융 그룹사인 신한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 '신한밸류업제일차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의 더존비즈온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했다. SPC는 더존비즈온 지분 9.88%를 보유하고 있다.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21.51%)에 이은 2대 주주다.
같은달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이 함께 설립한 신용평가사 테크핀레이팅스도 공식 출범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신용등급제공업 본인가를 받고 더존비즈온의 기업정보조회업 라이선스를 이전하면서다. 테크핀레이팅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양사 협업을 통해 기존 신평사와 차별화된 신용평가 지향한다.
신한은행장 시절 양사 협업을 주도한 진 회장이 그룹 CEO에 오르면서 협업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었다. 진 회장은 행장 시절부터 BaaS를 바탕으로 하는 임베디드 금융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BaaS란 금융사가 구축한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간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를 개방해 비금융사가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더존비즈온은 BaaS 기반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펼치기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비금융사 제휴를 통해 소매금융 고객풀을 확보하는 B2B2C 전략보다 기업금융 고객풀 확대를 노리고 있다. 더존비즈온 ERP를 사용하는 약 300만개 기업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계륵' 제주은행, 날개 달았다
첫 협약을 맺은 지 4년이 되도록 신한금융과 더존비즈온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합작사의 기업신용등급제공업 본인가를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제휴 3년 만에 인가를 받았으나 신용평가사 운영을 메인 비즈니스로 보긴 어려웠다. 더존비즈온의 금융업 진출 형태가 확정되지 않아 출시 상품과 서비스 형태를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존비즈온이 제4인터넷은행 도전에서 제주은행 지분투자로 전격 선회하면서 ERP 뱅킹 모델이 구체화됐다. 더존비즈온이 운영하는 ERP 시스템에 제주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 모델이다. 더존비즈온 플랫폼에서 취합하는 재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이 맞춤형 금융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제주은행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 그룹사를 통해 ERP 고객사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신한투자증권이 IPO(기업공개),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다. 더존비즈온은 ERP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신한금융은 영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제주은행을 임베디드 금융 전략의 한 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다. 제주은행은 고객풀을 확대하기 어려운 지방은행의 한계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ERP 뱅킹을 개시하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이 제조업 대상 공급망 금융에 힘쓴다면 제주은행은 ERP 플랫폼을 주무대로 삼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교보생명, 보장성 비중 축소 속 실적·CSM 동시 감소
- BC카드, 신사업 선전에도 본업 매출 축소
- 푸본현대생명, 환율 변동성에 투자부문 적자
- 코리안리, 보험계약마진 증가… 킥스비율도 우상향
- [저축은행 서민금융 리포트]정책자금대출 경쟁 붙은 지주계, 앞서가는 하나저축
- 현대캐피탈, 본업 경쟁력으로 손익 방어…사옥 매각익 반영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금융, 더존비즈온과 'ERP 뱅킹' 야심찬 청사진
- [저축은행 위험 관리 점검]페퍼저축, 2년간 대출채권 1조 매각…올해 건전성 회복 기대
- [카드사 글로벌전략 점검]KB국민카드, 인니에 역량 집중…실속은 태국에서
- [Financial Index/지방은행]외화 LCR 변동성 두각…전북은행, 선두에서 최하위로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금융, 더존비즈온과 'ERP 뱅킹' 야심찬 청사진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임종룡 회장 '독립 경영' 방침 드러난 보험사 CEO 선임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신한은행, 디지털 경쟁력으로 '공급망 금융' 선도한다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동양 성대규·ABL 곽희필' CEO 내정, 신한라이프 모델 따른다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KB국민은행, 코인·카페·편의점 침투 '리테일 최강자' 굳힌다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KB국민은행, 플랫폼 전략 전환 기점된 '모니모' 제휴
- [금융사 임베디드 동맹 분석]은행과 기업 플랫폼, '경쟁자→동반자' 인식 바뀌었다
- [JB금융 인사 풍향계]이승국 JB금융 CRO, 김기홍 체제 '최장수 임원' 등극
- [BNK금융 인사 풍향계]경남은행, 부산은행과 인사 교류로 '투뱅크' 한계 극복
- [우리금융 동양생명 M&A]밸류업 트리거 될 'ROE 10%'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