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파장]단기대책 없는 배터리 3사, 해외법인 불똥도 우려대체재 찾아도 공정적용 및 고객사 승인에 시간 소요…'엔드유저' 기준 규제
최은진 기자공개 2019-08-06 09:41:42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5일 1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데 따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에 미치는 파급에 관심이 몰린다. 일본이 반도체 다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정조준하며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거점이 해외에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이 한국기업의 해외법인으로 수출되는 것까지 규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타격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운데 양극재, 전해액, 알루미늄 파우치, 바인더가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이들 소재를 당장 대체할 품목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 관련 공정을 변경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탓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소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네가지다.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를 만들고,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며 리튬이온만을 통과시키도록 한다. 양극재가 생산원가의 약 35%를 차지하며 가장 핵심 소재다. 이어 음극재 17%, 분리막 16%, 전해액 14% 비중으로, 이들 4대 필수소재의 원가 비중은 90%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셀을 감싸는 알루미늄 파우치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붙이는 바인더도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업계에선 필수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의 일본 의존도는 약 20% 미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분리막은 일본의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와 도레이(Toray)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만큼 의존도가 약 8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전해액의 경우 현지 생산-공급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망이 중국기업에 쏠려 있거나 국산화가 이뤄진 상태다.
기업별로 보면 전기차 배터리의 대장주인 LG화학의 경우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가운데 일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극재의 30~40%를 일본 니치아(Nichia)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일부는 자체 생산을 통해 내재화 하고 있지만 일본산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리막은 대부분 도레이 제품을 쓰고 있다. 물론 한국공장으로부터 물량을 조달 받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음극재는 일본의 스미모토화학(Sumitomo chemical)과 포스코 케미칼에서 공급받는다.
삼성SDI는 양극재의 경우 니치아 등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의존도는 10% 미만이다. 양극재를 직접 생산하며 내재화 시키고 있는데다 국내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제휴를 확대하면서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음극재의 경우에는 중국 BTR과 샨샨(Shanshan)이 선도하고 있는만큼 대부분 이들 제품을 쓰고 있다. 다만 분리막과 전해액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는 이미 국산화가 80% 가량 진행됐다. 양극재와 전해액은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받고 있고 음극재는 중국기업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분리막은 계열사를 통해 조달받는다.
필수소재는 기업마다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알루미늄 파우치와 바인더의 경우에는 전기차 배터리 3사 모두 100%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다이니폰프린팅(Dai Nippon Printing)과 ), 쇼와덴코(Showa Denko)가 점유율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체재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들 전기차 배터리 3사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따른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대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제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에 맞는 생산공정으로 바꾸고 테스트를 거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더욱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의 승인도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선 배터리 3사의 생산거점이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낙관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가 당장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가는 수출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해외 생산거점으로 영향이 번지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생산거점의 중심축이 중국과 유럽 등으로 이동, 현지에서 대부분의 소재를 조달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중국·미국·유럽에 분포 돼 있는 만큼 이들 지역과 근거리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캐파 14만대 가운데 국내(울산)가 6만대고, 중국 시안과 헝가리가 각각 3만대, 5만대로 절반 이상이다. LG화학은 전체 캐파인 35GWh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공장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가장 많고, 미국과 폴란드가 그 뒤를 따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국내 서산공장에서 전체 캐파인 4.7GWh를 생산하고 있지만 올 연말께 중국과 유럽에 건설 중인 생산시설을 통해 15GWh의 추가 캐파를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기업의 해외생산법인으로 우회수출하는 것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 역시 마냥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해외법인으로 수출되는 물량을 통제하기 위해 최종 소비자인 엔드유저(end user)를 명시토록 하고 있다. 일본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규제 영역을 넓히게 되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캐파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일본산 소재를 쓰고 있기 때문에 타격은 있을 수밖에 없고 대체재를 찾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고객사 승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고를 쌓아두는 것 말고는 당장 단기대응책이 있냐고 하면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 역시 "일본이 한국기업의 해외법인으로 수출되는 것까지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해외법인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타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도 각오한 상황이라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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