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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위기론 허와 실]오프라인 DNA, 숨길 수 없다면 살린다②업태 다각화로 톱라인 성장 모색…가격 경쟁·점포 효율화 병행

전효점 기자공개 2019-08-27 08:17:54

[편집자주]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끊기고 이커머스 업체들이 우후죽순 부상하는 국내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 속에서 할인점 업계 1위 이마트는 시장의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의 DNA를 유지하면서 온라인 시대 요구 부합에 동시에 나서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더벨은 이마트가 보유한 자원과 경쟁력을 돌아보고, 이마트를 둘러싼 부정적 시선에 대해 재평가의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점포에 전적으로 의존해 성장해온 만큼 업황의 부침을 점포수의 증감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2006년 한때 연간 19개 점포가 신규 출점하는 위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2012년을 전후해서는 경영 환경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매출이 답보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13년 이후에는 신규 출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문을 닫는 점포도 생겨났다.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해 방향키를 잡은 것은 할인점 업황이 악화되던 2009년이었다. 정 부회장은 취임 직후 할인점 중심의 이마트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온라인몰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점포 유통에서도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편의점, 전문점 등 업태의 다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다각화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의 업태를 기존 할인점에서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시장 수요를 공략하고자 했다. 정 부회장이 포착한 것은 창고형 할인점이었다. 당시 국내 유일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대형마트업계 역성장에도 연평균 14%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마트는 2010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마트 구성점을 창고형 할인점 브랜드 '트레이더스' 1호점으로 전환, 테스트 베드로 삼았다. 가격은 이마트보다 2~10% 가량 저렴하게 낮추고, 최소 판매 단위는 대용량 묶음이나 박스로 높였다. 취급품목수(SKU)는 기존 이마트(6만개)보다 크게 적은 4000여개 수준으로 정했다. 타깃 고객층은 자영업자 소상인이나 오피스였다.

트레이더스 1호가 예상보다 큰 성장을 거두자 이마트는 출점 속도를 높였다. 트레이더스 점포수는 이듬해인 2011년 4개까지 늘어났고, 2012년 7개, 할인점 신규 출점이 정체된 2013년 이후에도 2015년 10개, 올해 현재 16개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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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2분기 기준 할인점 매출은 2조5784억원인 반면 트레이더스 매출은 5578억원이다. 점포수를 고려하면 할인점 1곳 당 분기 평균 182억원의 매출을 낼 때 트레이더스 1곳은 349억원의 매출을 내는 셈이다. 점포수는 작지만 톱라인 성장 기여도가 높다. 매출 성장률을 보면 할인점이 0~2% 성장할 때 트레이더스는 2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레이더스 영업이익 역시 2분기 143억원으로 전년 160억원에서 소폭 줄었지만 사업부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성공은 이마트가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쇼핑, 부츠 등 다양한 전문점 업태를 시험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삐에로쇼핑이나 부츠의 경우와 같이 수익이 나지 않는 전문점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과 같이 성과가 나는 전문점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2분기 매출은 26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했다. 전문점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지만 흑자 전환 예상 시기를 앞당기며 순항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 및 전문점들은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 제2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트레이더스 다음으로 수익성이 높은 노브랜드의 경우 직영점은 100개까지 늘리고 나머지는 가맹점 베이스로 전환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은 '과제'…치킨게임 후 승자 노리나

투자 회수기에 아직 접어들지 못한 전문점과 달리, 이마트 할인점 영업이익이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 경쟁 때문이다. 이마트는 2분기 적자 전환 이후에도 연중 상시 저가 정책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민가격 적용 제품을 올해 200여개, 향후 500여개까지 늘리는 등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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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이마트

이마트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경쟁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커머스 경쟁사들 때문이다. 주요 유통 플레이어가 대형마트로 국한됐던 과거였다면, 점포수를 늘려 바잉파워를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싼 값으로 물건을 공급하면 됐다.

하지만 소비 행태가 점차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비용 구조에서 온라인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없는 대형마트들은 가격 경쟁에서 열위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점포에 기반한 이상 임차료, 인건비, 재산세 등 기본적으로 굵직한 고정비가 꾸준히 비용으로 반영됐다. 게다가 쿠팡 같은 신규 진입자들은 조 단위 외부 투자를 등에 업고 가격 경쟁을 경쟁사들이 맞추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부추겼다.

이마트는 단기적으로는 이익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할인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대신 구매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대형마트가 강점이 있는 카테고리를 집중 육성해 객단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SKU 축소 및 대량구매, 산지매입, 계약재배 등 다양한 매입 방식을 시도했다. 또 점포 내에서 미트센터·후레쉬센터 등 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희귀 과일 등을 선보이며 소비를 유도했다. 델리의 경우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지속 출시하고, 밀키트도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이마트와 같이 단기 손실을 감당할 체력이 있는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낮은 마진을 감내할 수 없는 중소규모 유통업체를 경쟁에서 도태시킴으로써 결국 이마트나 쿠팡과 같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대형마트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나 쿠팡, 롯데가 하고 있는 치킨 게임을 따라가기 힘들다"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리겠지만 다른 비교우위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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