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CMO의 재발견]바이넥스, 국내 민간 바이오위탁생산의 시작⑦항체약품 R&D시대 열려 매출 급격 성장, 1000억 정부시설·한화 공장 인수로 기반 확보
서은내 기자공개 2019-09-05 08:18:49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에서 '생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개발'에만 초점을 쏟아왔다. 신약개발은 약효와 안전성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제조가 가능해야 개발이 완성된다. 생산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 CMO의 중요도와 그 성과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벨은 CMO를 둘러싼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4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넥스는 국내에서 처음 민간 바이오 CMO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바이넥스가 2009년 위탁 생산을 개시한 지 10년이 흘렀다. 국내에서 유럽, 일본 등 글로벌 허가기관의 실사를 통과하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개발시설로 자리잡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 바이넥스가 유일하다.바이오의약품의 임상개발을 진척, 상업화를 준비 중인 바이오업체들이 늘면서 바이넥스의 생산 라인도 그에 맞춰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임상에 필요한 약 제조 수요가 늘수록, 또 이들의 상업화가 가속화될수록 생산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바이넥스의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바이넥스는 CMO사업과 케미칼의약품의 생산판매가 주력이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1040억원이다. 그 중 CMO 매출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2017년 132억원에서 2018년 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204억원)은 이미 지난해 총 매출의 66%를 넘어섰다.
바이넥스의 CMO사업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단계로 치면 첫 단추인 후보물질 발견을 제외하고 전체 개발을 담당해 주는 것이다. 초기 세포주 및 공정개발, 임상, 상업용 제품 생산까지를 아우른다. 벤처들이 좋은 약 후보 물질을 발견했다면 이를 받아 약으로 만들어 주는 게 바이넥스의 역할이다.
송도와 오송에 총 8개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대부분 초세포를 생산하는 동물세포배양 시설이다. 리액터(배양 탱크) 크기가 1만5000리터에 달하는 삼바의 대규모 생산시설과는 다르다. 최대 5000리터, 1000리터 리액터를 갖추고 다품종소량 생산에 특화했다.
바이넥스는 1957년 부산에서 제네릭 판매를 주력하던 순천당제약이 모태다. 2009년 정부로부터 송도 바이오생산시설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바이오CMO사업으로 확장했다. 이름도 바이넥스로 변경했다.
당시 CMO 를 꿈꾸며 경영을 시작한 게 정명호 바이넥스 회장과 이혁종 바이넥스 사장이다. 송도시설 위탁 경영에 참여하려면 제약사 자격이 필요했다. 순천당제약을 인수해 기존 제약업에 CMO를 겸했다.
송도 생산시설은 정부가 2000년 1000억원을 들여 지은 곳이다. 바이오기업들의 선진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정부가 선제 투자했다. 가동을 개시한 2008년, 정부는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민간 사업자를 찾았고, 바이넥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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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ABL바이오·에이프로젠…파트너사들과 끈끈한 유대관계 '개발 위한 공동체'
국내에서 바이오 개발사 중 이름을 알만한 곳이면 대부분 바이넥스의 고객사라 할 수 있다. 제넥신, 에이프로젠, 유한양행, ABL바이오를 비롯해 지아이이노베이션, 유틸렉스, 트리거, 국립암센터 등 다양하다. 중국 즈언제약, 아이맙(I-Mab), 일본 니찌이코제약 등 글로벌 고객도 늘고 있다.
바이넥스는 CMO의 성격상 고객사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가고 있다. 안정적인 약의 공급이 임상과 상업화의 핵심 키이고, 생산 사이트 변경이 쉽지 않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 구조상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과 바이넥스는 하나의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주요 파트너사로 꼽히는 제넥신과는 특히 오랜기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제넥신이 개발하는 물질의 70% 가량은 바이넥스가 CMO를 맡고 있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는 제넥신 대표이사 출신으로 과거 제넥신 상장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이 대표는 제넥신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단백질 의약품 개발에서 생산부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생산시설과 전문 생산 노하우에 대한 향후 바이오기업들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 내다봤고 CMO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한때 제넥신과 바이넥스는 유전자치료제 생산을 목적으로 바이젠을 합작설립하기도 했다. 현재는 바이넥스가 바이젠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최근 바이넥스가 출자를 늘리면서 바이젠 지분율이 90%까지 올라갔다. 바이젠은 세포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에이프로젠, 해당 기술 글로벌 판권을 가진 일본 니찌이꼬와도 관계가 깊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미국 3상 완료를 앞두고 있다. 니찌이꼬는 시밀러 생산을 위해 바이넥스에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고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대규모 임상 비용 등에 자금 확보가 필요해 바이넥스 지분을 바이넥스 경영진이자 최대주주 측에 블록딜로 재매각했다. 바이넥스는 니찌이꼬와 3상 완료 후 FDA 실사를 준비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고객사 ABL바이오는 바이넥스와 설립 당시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다. 바이넥스의 오송 공장은 과거 한화케미칼에서 인수한 시설이다. 한화케미칼이 사업 구조조정으로 태양광 투자를 시작, 바이오사업을 접으면서 관련 자산은 바이넥스가 600억원에 인수, 기술은 ABL바이오가 가져왔다. 초기 ABL바이오의 제품은 바이넥스에서 전부 생산했다.
ABL바이오가 트리거에 물질을 라이선스아웃하면서 바이넥스는 트리거와도 따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트리거가 개발하는 전 제품의 생산을 맡았다. 트리거가 준비를 앞둔 임상 2상 준비를 앞두고 있어 신규 프로젝트 수주도 가능해보인다. 트리거는 중국 임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넥스는 트리거의 성장성을 보고 11억원을 투자해 지분 2% 가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 바이넥스는 고객사를 해외로 확장하는 데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이 타겟이다. 바이넥스 관계자는 "중국의 300조 제약시장 중 바이오는 아직 1%밖에 안된다"면서 "중국 임상 시료를 해외에서 만들 수 있게 규정이 바뀌는 등 중국 시장이 개방되고 있고 경영진들이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넥스는 또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의 수요를 겨냥해 글로벌 상용화에 활용될 생산시설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오송 공장 부지에 여유 공간이 많아 일차적으로는 오송에 신공장이 건립될 가능성이 크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파트너사들의 개발 제품이 임상 3상 단계로 점차 올라가게 되면 고객들과 논의를 통해 추가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며 "오송 부지는 3분의 2정도가 유휴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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