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08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분기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전체 펀드 판매잔고가 전기말 대비 감소한 가운데 국민은행의 판매잔고는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투심이 위축됐지만 상대적으로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국민은행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판매잔고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은행권 최대 판매사 명함도 되찾았다.

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인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전체 펀드 판매잔고는 75조6005억원이다. 이는 전기 대비 0.26%(1960억원) 감소한 규모다. 4대 시중은행의 판매잔고는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매분기 성장해오다 올해 3분기 추세가 꺾였다.

업계에서는 지난 3분기 촉발된 DLF 사태 영향으로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은행 공모펀드 잔고는 54조7791억원으로 전기대비 1.73%(9323억원)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사모펀드 잔고는 5.14%(1조1285억원) 감소했다. 독일 금리연계형 DLF에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됐고, DLF가 아닌 다른 사모펀드에서도 환매가 발생하거나 만기 이후 재투자하는 빈도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 3분기 동안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4대 은행 모두 늘었다. 국민은행 1555억원, 신한은행 1972억원, 하나은행 3853억원, 우리은행 1943억원 씩 각각 증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판매잔고가 타 은행 대비 두드러지게 많이 늘어난 편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달랐다. 유독 국민은행 판매잔고만 증가했다. 그동안 공모펀드 판매사로서 최강자 입지를 구축해왔지만, 공모펀드 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자 펀드 판매잔고가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사모펀드를 판매에 집중해왔던 우리은행 등은 오히려 성장궤도에 올랐다. 국민은행이 올 들어 사모펀드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상품전략에 변화를 준 배경이다.

국민은행의 9월말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6조3465억원으로 전기대비 8052억원 불어났다. 같은기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344억원, 4409억원 씩 줄어 각각 4조7061억원, 3조556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3분기에만 1조2584억원 줄어든 6조2122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DLF 사태로 국민은행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도 DLF 판매를 검토했으나 판매 상품 선정 의사결정 기구인 WM상품위원회에서 판매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수익률에 비해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로 삼은 DLF는 독일 국채 금리가 배리어인 -0.2%(발행사별 상이)아래로 떨어지면 1bp당 투자원금에서 2%씩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배리어를 하회하지 않으면 연 4% 수익률을 보장한다. 상품 구조만 놓고보면 상방은 막혔지만 하방은 뚫려 있는 구조인 셈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3분기 공사모펀드 판매잔고를 모두 늘리면서 은행권 최대 펀드 판매사로 다시 올라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 부동의 1위 판매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올해 1분기 우리은행에게 최대 판매사 자리를 내준바 있다. 당시 펀드 판매잔고는 국민은행 19조1826억원, 우리은행 19조5280억원으로 역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 등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사실상 신상품을 거의 출시하지 못하면서 만기 도래한 사모펀드에서 자금이 빠졌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국민은행은 DLF 사태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신상품 출시나 펀드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