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상품판매 수익 악화되나…은행·증권사 영업점 '촉각'"판매량 감소 불가피" vs "이미 3억원 투자 보편적"
김수정 기자공개 2019-11-25 08:17:39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인상되면서 은행과 증권사 내부에선 자산관리 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 가입금액 하한선을 낮춘 게 사모펀드 판매량 급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만큼 허들이 다시 높아지면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하지만 한편에선 사모펀드 투자자 상당수가 이미 펀드당 3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입금액 기준 강화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초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성숙하게 재편되고 VVIP 대상 영업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사모펀드 가입금액 하한선 1억원→3억원..."판매량 감소 불가피"
금융당국은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가입 금액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충분한 위험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만 사모펀드에 접근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은행과 보험사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돌면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방안도 함께 내놨다.
사모펀드 규제가 크게 완화된 2015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강화 기조로 돌아서면서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사들도 혼란에 빠졌다. 판매사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높아지면 상품판매 수익이 악화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은 이미 은행과 증권사의 비중 있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면서 은행과 증권사 모두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소싱, 판매해 왔다.
특히 2015년 가입금액 기준이 대폭 낮아진 건 사모펀드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당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전문투자형사모펀드로 통합되면서 최소 가입 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도 재테크 수단으로서 사모펀드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최소가입금액 상향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금액 허들이 낮아진 것이 사모펀드 판매량 급증에 큰 도움이 됐던 건 사실"이라며 "이미 최근 여러 사고들로 사모펀드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 가입금액 기준이 다시 높아지면 판매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가뜩이나 은행이 판매 가능 상품 범위가 좁아졌는데 사모펀드 가입금액 기존까지 낮아져 판매 수익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의 경우 증권사 대비 고액 자산가 풀(pool)이 넓은 만큼 최소 가입금액 상향 여파는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 더 큰 관심거리는 어느 수준까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되느냐의 문제다. 아직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기준이 모호해 은행과 운용사들 사이에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어디까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속하는지에 따라 상품판매 실적이 받을 타격의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일수록 판매 수수료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실제 사모펀드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로 벌어들인 이익이 상당했다"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애매해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긴 운용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3억원 기준 높지 않아...VVIP 대상 영업은 수월해질 듯"
이와 달리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 인상이 지점 상품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가입금액 하한선은 1억원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모펀드 투자자들 입장에선 한 펀드당 3억원 이상씩 투자하는 게 보편적이라는 주장이다. 총 설정액이 150억원인 펀드를 사모펀드 투자자 수 상한인 49인에게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3억원을 넘게 된다.
한 증권사 영업점 PB는 "49인 이하에게 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펀드 규모가 200억원만 돼도 인당 평균 4억원씩은 받아야 클로징이 가능하다"며 "이미 사모펀드 투자자 대부분이 한 펀드에 3억원 넘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금액 기준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수 기준이 줄어들지 않는 한 사모펀드 판매량이 급감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인상되면 VVIP 대상 영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 PB센터 관계자는 "전체 금융자산 대비 사모펀드 비중이 작은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사모펀드 가입 금액 증액을 권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시장이 초고액자산가 위주로 재편되면 이번 DLF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로 다른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와 은행들은 사모펀드 시장 접근이 차단된 3억원 미만 자산가들에게 권할 대체상품 라인업을 보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꾸준히 해온 3억원 미만 고객이 적진 않다"며 "내부적으로 이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잡으면서 수수료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려면 랩이나 공모펀드, 신탁 등 위주로 라인업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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