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네트워크로 베트남 보험규제 극복" [글로벌 파이낸스 3.0] ⑪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장
호치민(베트남)=최은수 기자/ 진현우 기자공개 2019-11-28 10: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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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7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에 절세 혜택? 1년에 서너 개의 신상품 출시? 여기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장(사진)이 2012년 11월 부임 초기에 어떤 곤혹을 치렀는지 절로 실감할 만한 표현이었다. 현장영업, 영업관리, 교육, 인사 부서를 두루 거쳐 상품과 마케팅 베테랑이 된 그도 베트남 현지규제 앞에선 난감했다.

백 법인장은 "여러 보험사가 같은 시기에 똑같은 입출금가능 저축성 보험(유니버셜보험)상품 출시 허가를 신청해도 책임준비금 적립 규제 수준, 판매 인가가 나오는 시기가 다르다"며 "한국처럼 다양한 신상품 라인업을 꾸려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금융시장 문호를 개방한지 어언 20년.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통합감독기관이 없다. 회계·감사기준을 글로벌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핫이슈란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가 심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의외였다.
재무건전성 부문도 지난해 규제 강화로 인한 대격변이 일어났다. 베트남 보험감독당국은 각 사들의 책임준비금 적립기준을 돌연 대폭 강화했다. 이로 인해 매출은 나지만 마진이 없어진 베트남 소재 18개 보험사들은 한순간에 적자로 전환했다.
자산운용 규제 역시 강력하다. 채권, 주식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금리 변동에 따라 만기보유-매도상환 채권계정 분류로 자본적정성 지표(RBC비율)를 높이는 묘수가 가능하지만 베트남에선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유채권 및 주식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회계상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의무도 생긴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경우 운용자산이익률이 7% 중반에 달해 규제에 따라 보수적으로 투자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아 아직 큰 우려는 없다. 다만 금리하락 속도가 굉장히 빠른 점은 고민거리다.
녹록지 않은 시장환경에도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2009년 영업을 시작해 120개의 영업점을 구축했다. 60개에 가까운 성(베트남 지역단위)마다 평균적으로 2개 이상의 영업점을 갖춘 셈이다. 특히 각 점포는 관리자를 포함해 모두 현지인력으로 꾸렸다. 문화적 충돌과 소통에 대한 우려가 적다. 올해는 법인영업을 새 먹거리로 삼고 적기에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각종 규제를 뚫고 베트남 문화에 융화하며 현지 당국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온 한화생명의 10여년 간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베트남 당국자들을 비롯한 현지인들은 외국인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상대다. 주요 당국자들은 뜨내기로 보이는 주재원들과는 관계조차 맺는 것조차 꺼린다. 백 법인장이 한화생명의 '주재원 임기 4년' 관행을 넘어 올해 8년째 베트남에 머무는 것도 이 영향이 컸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본사로부터 초기자본금 600억원, 2014년 436억원, 2018년엔 1414억원 등 지금까지 총 2460억원의 증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본사 수익에 기여하는 것을 중단기 목표로 잡고 있다.
백 법인장은 "한화생명은 국내 생보사 중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타 생보사에겐 우리의 행보 하나하나가 좋은 선례가 된다"며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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