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DB손보, 베트남 보험사 M&A '결실'⑫2015년 국영 PTI 37.3% 지분 확보…시장점유율 3위권 도약
하노이·호치민(베트남)=최은수 기자/ 진현우 기자공개 2019-12-03 11:52:13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손해보험의 베트남 진출은 2011년 1월 호치민에 대표사무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에 진출한 다른 국내 대형 손보사에 비하면 한참 뒤처졌다.
후발주자인 DB손보의 전략은 법인 전환 대신 현지 보험사 지분을 인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향이었다. 베트남 손보사를 인수·합병(M&A)한 뒤 지분을 늘리고 성장의 과실을 먹는 것이었다. 이는 당국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받기까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다른 글로벌 보험사 대비 DB손해보험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했다.
DB손보는 베트남에서 그룹 계열사 물건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현지 시장을 바닥부터 개척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제대로 된 영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벌였다간 시장 특성 상 손해율 감당하지 못할 우려가 컸다. 먼저 진출한 손보사들도 신사업보단 계열사 수요만 맞추는 영업을 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에선 어지간한 손해보험상품으론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다. 베트남 전역은 상·하수도 기능이 부실한 탓에 빗물이 자주 역류한다. 시내 중심에 국지성 호우가 한 시간 가량만 이어지면 저지대 도로는 물론 사업장이 침수되기 일쑤다.
자동차보험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도로에 다니는 차량과 오토바이들은 몇 대인지 공식적인 집계조차 없다. 보행자가 왕복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도 오토바이와 차량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보행자가 걸어가는 방향에 맞춰 알아서 비켜 간다.
보행자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오토바이나 차량에 부딪혀 넘어진다 해도 일어나 툭툭 털고 일어나 서로 악수하고 나면 끝이다. 국내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진풍경이 벌어지다보니 손해보험 사업성 분석은 쉽지 않다.
DB손보는 여러 고민 끝에 베트남 현지 보험사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31개나 되는 베트남 손보사에서 우량매물을 가려내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공시 체계가 미흡한 탓이다. 대부분의 보험사 정보는 베트남 재무부 산하 보험국에게 집중돼 있었다. 보험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고 회사 고위 관계자를 소개를 받기까지만 2년 남짓 걸렸다.
PTI(Post&Telecommunication Insurance)는 DB손보가 보험국과의 네트워크를 만든 뒤 알게 된 국영보험사다. PTI는 당시 업계 6위권으로 기존 최대주주는 베트남 정보통신부 산하 우체국(VNPT)이었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급성장중인 베트남 경제의 추가 모멘텀을 얻고자 민영화를 권장했다. DB손보는 PTI를 매개로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당시 PTI는 직원 약 2000여명, 베트남 전역에 47개 지점망을 갖추고 있었다. 부수적인 우체국 판매소를 합치면 셀링포인트는 1만4000개에 달했다. 특히 베트남 보험현실을 이해해 수익을 내 온 점이 주목할 만했다.
DB손보는 2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15년 PTI 지분 37.3%를 약 5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보험사 중엔 처음으로 베트남 보험사에 지분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었다. PTI 나머지 지분은 베트남 우체국 22%, 증권사인 VN다이렉트가 22%, 기타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베트남에선 외국투자자들의 총 보유지분율을 49%이내로 제한한다. DB손보가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지분은 9% 가량이다.
다만 DB손보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지분 확대를 통한 이사회 장악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이사회 8석 가운데 3석을 보유한 상황에서 PTI가 베트남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먼저 주목했다. PTI는 베트남시장에서 안정적인 영업력과 인지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DB손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PTI 내부 반발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위험이 있었다.
이에 DB손보는 새 합작 브랜드 론칭은 지양하고 PTI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DB손보와 PTI가 손잡은 이후 직원은 올해 기준 2500명, 지점은 48곳으로 늘었다. 다만 한국인은 여전히 DB손보에서 파견한 2명(김강욱 PTI 이사회 부의장·조경식 팀장)뿐이다.
DB손보는 본사에서 베트남인 전용 인턴십 제도를 운영중이다. 인턴 중 우수한 인력을 DB손보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해 3년 간 본사 근무 후 베트남으로 파견하는 식이다. PTI는 DB손보로부터 선진 보험기법을 배운 인력을 곧바로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셈이다.
PTI는 DB손보와 손잡은 2015년 이후 손보업계 6위권이던 수입보험료 및 시장점유율을 올해 3분기 말 기준 3위(10.9%)까지 끌어올렸다. 수입보험료는 올 연말 기준으로 5조5000억동(약 27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4위권과는 2배 가량 벌어진 상태다. 2017년엔 사상 최대인 70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DB손보는 중장기적으로 PTI 지분을 추가적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강욱 PTI 이사회 부의장은 "2020년 2기 이사회에선 지배구조를 확대하고 글로벌 보험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아 역량을 인정받을 것"이라며 "체계적인 마케팅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관리 체계도 만들어 수익성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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