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금융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WM·IB 두루 섭렵 '팔색조' 서병기 부사장⑤유일한 외부 출신 부사장...리스크관리·자산운용 등 요직 섭렵
김수정 기자공개 2019-12-05 13:01:01
[편집자주]
신영금융그룹은 신영증권이 중심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6년 환갑을 넘긴 한국 증시와 함께 성장한 3대 장수 증권사 중 하나다.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보수적 성장을 추구했고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장점을 결합시켜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신영금융그룹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까지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즉근영(信則根榮)' 철학아래 신영금융그룹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7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상 공부하고 소통하는 사람". 서병기 투자금융(IB) 총괄 부사장(사진)에 대해 주변인들이 전하는 평가다. 신영 토박이가 아닌 그가 신영에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공채 출신 부사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건 그만큼 노력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뢰가 제일'이라는 신영금융의 원칙과 철학을 깊이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서 부사장은 지난 10년여 간 신영증권에서 리스크 관리, 고유자산 운용, 자산관리(WM), IB까지 중책을 두루 거쳤다. 화려한 개인기를 가진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제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소리 없이 강한' 신영증권이 뿌리 내리는 데 일조했다. 과한 욕심을 컨트롤하는 여유와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겸손함은 지금의 그를 만든 밑거름이다.
◇은행, 벤처 거쳐 증권맨으로...리스크관리·WM· IB 등 요직 섭렵
서병기 부사장은 신영증권 수뇌부에서 유일하게 은행부터 벤처기업, 공사까지 다양한 조직을 경험한 인물이다. 1963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첫 직장인 외환은행에서 그가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도 외환은행 재직 시절이다. 1996년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 과정이 신설되자 부사장은 2년 간 학업으로 돌아가 해당 과정을 1기로 마쳤다.
서 부사장이 처음으로 꾸준히 전문성을 키운 분야는 리스크관리다.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받고 외환은행으로 복귀한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리스크관리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관리조직을 속속 신설, 확대하기 시작했던 시기다. 서 부사장은 외환은행이 새로 설치한 리스크관리팀의 초기 멤버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 리스크관리 업무를 하게 됐다.
11년째 은행권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서 부사장은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벤처 바람이 한창 거세게 불던 2000년 초입 외환은행을 떠나 모 벤처기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기업은 임직원 100여명 규모 중소기업으로 주로 금융회사에 금융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계약을 따냈을 정도로 당시로서 시장에서 인정 받았던 기업이다. 이후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서 부사장이 이 회사에 머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서 부사장이 신영금융그룹과 연을 맺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당시 이 회사는 증권사 대상으로도 솔루션 제공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었다. 서 부사장은 컨설팅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신영증권을 찾았다가 오래 전 군대에서 인연을 맺었던 원 부회장을 다시 만나게 됐다.
이렇게 이어진 인연이 서 부사장을 신영증권으로 이끌었다. 서 부사장이 최초에 신영증권에 입사한 건 2004년이다. 리스크관리와 파생상품 인가 태스크포스(TF) 업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신영증권은 2005년 파생상품 인가를 받아 첫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했다. 당시로서 이례적으로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단번에 인가를 따냈다. 오랜 기간 TF를 중심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이다.
서 부회장은 2005년 신설된 한국투자공사(KIC)로부터 초기 멤버로 스카우트되면서 잠시 신영을 떠나게 됐다. 괜찮은 국부펀드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안고 KIC로 이동한 서 부사장은 이후 3년 간 KIC에서 인사, 투자 시스템 구축 등 업무를 도맡았다. 하지만 2008년 신영증권으로 컴백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 원 부회장의 신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2의 신영 생활을 시작한 서 부사장은 다양한 사업본부를 거치면서 중책을 두루 맡았다. 최초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2012년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WM부문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IB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 부사장이 신영증권에서 보낸 시간을 통틀어 계산하면 햇수로 13년이다.
◇맡는 일마다 '척척' 안정적 성과...소통·토론 즐기는 '오픈 마인드'
서 부사장은 그간 소임을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리스크관리 담당 시절엔 훗날 여러 증권사들을 고생시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대체투자를 사전에 꼼꼼하게 분석해 신영증권이 문제 소지가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도록 이끌었다. 자산운용본부장으로서 고유자산을 운용할 때도 항상 리스크 대비 안정적인 성과를 꾸준히 안겨줬다.
서 부사장이 신영증권의 양대 축인 WM과 IB부문 키를 잇달아 잡게 된 배경이다. 신영증권 고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위험한 프로젝트는 미연에 차단했고 회사 재산 운용 과정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며 "본인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오너의 철학과 신영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워낙 강하다"고 평했다.
WM 부문에 있어서 서 부사장은 초고액자산가 대상 WM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일반 영업점 서비스 질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M부문장으로서 그는 2012년 출범한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 'APEX패밀리오피스'의 서비스 범위를 지속 확대했다. 2017년 신영증권이 프리미엄 자산관리 솔루션인 '패밀리헤리티지' 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서 부사장이 중심에 있었다.
서 부사장이 IB 총괄로 부임한 이후 신영증권 IB는 보다 폭넓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IB부문 소관인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 역시 국내 주요 투자자(LP)들을 차근차근 유치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워낙 똑똑한 사람이라 맡는 일마다 잘 해냈다"며 "원 부회장이 큰 신뢰를 갖고, 또 다른 한편으론 이것도 잘 하는지 보자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중책을 순서대로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선·후배와 동료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관리자로서도 서 부사장은 사내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한 번이라도 겪은 신영증권 전현직 직원들은 서 부사장에 대해 말단 직원의 생각까지 선입견 없이 청취하는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로 평한다. 서 부사장은 항상 사무실 문을 열어 두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들어와 대면하도록 장려한다. 서 부사장 본인도 틈틈이 바깥으로 나가 직원들과 대화하고 소통한다.
평상시뿐 아니라 실무에 임할 때도 서 부사장은 담당 프로젝트에 대해 직원들과 토론하길 좋아한다. 특출난 소수 플레이어가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형태보다는 구성원 한명 한명이 모두 일정 부분 기여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추구한다. 신영증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영이 시장이나 고객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큰 성과를 내도록 강제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서 서 부사장은 신영과 결이 잘 맞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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