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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PE 애뉴얼 리포트]한앤코, '웅진식품'에 웃고 '롯데카드'에 울고3.8조 펀드 조성 성과…한온시스템·시멘트 엑시트 '관전 포인트'

김병윤 기자공개 2019-12-11 13:54:57

[편집자주]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경자년 새해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용사들의 올해 농사는 어땠을까. 더벨은 PE 하우스별로 투자와 회수, 펀딩, 그리고 내년도에 꼭 풀어야 할 과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2019년에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첫 식음료 포트폴리오인 웅진식품 엑시트(회수)에 성공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인수액 대비 두 배 이상 차익을 실현하며 쏠쏠한 투자성과를 올렸다. 펀드레이징 측면에서도 하우스 능력은 빛을 발했다. 5년 만에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에는 4조원 가까운 자금이 모였다.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토종 PE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쉬움도 존재한다. 우선협상대상자(이하 우협) 지위를 박탈당하며 인수에 실패한 롯데카드 M&A는 두고두고 회자될 '일대 사건'임에 분명하다. 이후 SKC코오롱PI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잠잠하게 한 해를 마감하는 분위기다. 내년이면 투자 5년차에 접어들 한온시스템 엑시트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첫 식음료 투자 웅진식품 회수 성공…3호 펀드 설립 마무리

한앤컴퍼니도 올 한해 시작은 좋았다. 지난해 본격화한 웅진식품 매각이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한앤컴퍼니는 대만의 유통기업 퉁이(統一·Uni-president)그룹에 웅진식품을 2600억원에 매각했다. 2013년 12월 웅진홀딩스로부터 웅진식품 지분 57.87%를 1150억원에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약 5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 처음 투자한 식음료 포트폴리오에서 성공적인 트랙 레코드를 남겼다.

웅진식품 매각은 한앤컴퍼니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웅진그룹 매각 본입찰에는 퉁이그룹 외 대만의 또 다른 유통기업 왕왕(旺旺)그룹, 현대그룹 계열의 국내 PEF 운용사 현대투자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당시 퉁이그룹만이 2000억원대 거래가격을 제시한 반면 나머지 원매자는 1000억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퉁이그룹과 왕왕그룹이 응하며 거래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유통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구도가 형성되면서 한앤컴퍼니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펀딩에서도 한앤컴퍼니의 역량은 빛났다. 한앤컴퍼니는 올 10월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2014년 말 조성한 1조400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 이후 약 5년 만이며, 펀드 몸집은 2.5배 정도 불어났다. 이번 3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으로 한앤컴퍼니의 운용자산(AUM)은 설립 9년 만에 8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1년 8700억원 규모의 1호 블라인드펀드 설립 후 급격한 외형 성장이다.

3호 블라인드펀드 조성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출자한 유한책임사원(LP)이다. 3호 블라인드펀드에는 과거 출자한 LP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앤컴퍼니에 대한 LP의 신뢰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설립 후 줄곧 해외 기관투자자에게만 출자 받는 한앤컴퍼니의 특성을 감안하면, 글로벌시장 내 토종PE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야심찼던 첫 금융업 투자 시도…허무하게 놓친 '롯데카드'

2019년 한앤컴퍼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는 '롯데카드'다. 롯데카드 매각은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헤프닝으로 기록될 법 하다.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M&A에 출사표를 던졌다. 설립 후 주로 제조업·소비재 등에 투자한 한앤컴퍼니가 처음 금융업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식음료 포르폴리오인 웅진식품도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터라 금융업에 대한 경험은 투자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실제 딜이 진행될 당시 한앤컴퍼니는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 대비 2000억원 정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거래에 참여했던 하나금융지주도 한앤컴퍼니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정도였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올 5월 롯데카드 매각 우협에 선정되며 인수전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의 첫 금융업 투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급작스레 등장하며 시나리오는 급격히 바뀌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검찰 고발되면서 부터다.

이는 2016년 KT와 KT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한앤컴퍼니로부터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인수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KT 새 노조는 KT와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엔서치마케팅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가액 176억원의 엔서치마케팅을 600억원에 매입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었다. 노조는 또 해당 거래에 대한 차익을 증여로 간주, 한상원 대표가 KT에 매각차익 424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한앤컴퍼니는 해당 거래의 가격은 공정한 가치로 평가했으며, 증여세 관련해서도 신고기한 내 적법하게 완료됐다고 맞받아쳤다.

KT 새 노조의 고발 건은 금융사 대주주 결격사유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올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 처분을 마쳐야 하는 롯데그룹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거래 종결성에 방점을 둔 롯데그룹은 결국 롯데카드의 우협을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우협 교체 두 달여 후 검찰은 한 대표와 관련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 사이 진행된 롯데카드 M&A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때였다. 한앤컴퍼니는 허무하고 씁쓸하게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두둑한 실탄 어디에 쏠까…한온시스템 엑시트 여부도 관심

한앤컴퍼니는 투자 활동 측면에서는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말 SK해운을 인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뜸했다.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올해 마친 거래 가운데 웅진식품 다음으로 큰 규모는 라한호텔포항(옛 베스트웨스턴포항) 인수 건이다. 한앤컴퍼니는 올 상반기 베스트웨스턴포항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 7월 상호를 '라한호텔포항'으로 변경·등기했다. 거래금액은 6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전주에 위치한 '호텔르윈'도 100억원에 사들였다. 한앤컴퍼니는 강원도(씨마크호텔)·경주(호텔현대 경주)에 5성급 호텔을, 울산·목포(호텔현대)에 4성급 호텔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포항·전주에 위치한 3성급 호텔을 인수함에 따라 3∼5성급 호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2017년 2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현대중공업 계열의 라한호텔(옛 호텔현텔) 지분 100%를 2000억원에 인수했다. 2년여 만에 호텔 포트폴리오를 추가한 셈이다.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유사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이 잘 드러난 사례다.

올 하반기 매물로 등장한 SKC코오롱PI 인수전 경우 한앤컴퍼니는 초반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는 듯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예비입찰에 이름을 올린 터라 '롯데카드' 인수전 후 재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둘 모두 예비입찰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는 새로 결성한 펀드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투자 활동을 나타낼 것으로 PE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내년 한앤컴퍼니의 행보 가운데 시장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엑시트 가능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멘트 포트폴리오다. 한앤컴퍼니는 설립 이듬해인 2012년 대한시멘트를 인수했다. 이후 쌍용양회공업을 인수했고, 대한시멘트는 쌍용양회공업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M&A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펀드 간 이관을 통해 시멘트 포트폴리오의 투자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역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6월 한국타이어와 함께 자동차용 공조부품 전문업체 한온시스템을 약 3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2020년이면 투자 5년 째에 접어든다. 슬슬 투자회수를 저울질할 타이밍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AA급의 우량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부품사인 마그나인터내셔날그룹의 유압제어사업부(FP&C)를 인수하면서 고객군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한온시스템 기업가치에 있어 우호적인 이슈로 판단되는 만큼 엑시트 성과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국내 M&A시장에서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3조 블라인드펀드 소진을 어떻게 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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