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짜조'로 빚은 CJ의 베트남 드림 [대그룹 마이크로딜 다시보기]350억 투자 국민기업 인수…'한식도 한류', CJ제일제당 베트남 사업 '돌풍'
구태우 기자공개 2019-12-12 11:02:02
[편집자주]
대그룹의 빅딜은 단연 화제거리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오가는 빅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꿨던 2014년 '한화-삼성 빅딜'은 2조원이 넘는 초대형 빅딜이었다. 반면 1000억원 미만의 '마이크로딜'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있다. 경쟁력 있는 작은 기업을 인수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 경우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신의 한수'로 꼽혔던 마이크로딜들을 더벨이 다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가 짜조를 만든다구요"CJ제일제당이 베트남 '국민 먹거리' 짜조(튀김 만두)를 만든다고 얘기하면 반응이 한결 같다.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만두는 친숙한 반면 짜조는 아직 낯설다.
짜조는 베트남 어디서나 맛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음식이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의 짜조는 좀 더 특별하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를 짜조에 넣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김치 짜조'는 'CJ 까우제'라는 브랜드로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의 'K 콘텐츠' 열풍은 아이돌에서 식품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식 열풍을 주도하는 건 만두다. CJ제일제당은 짜조부터 햄, 스프, 딤섬, 만두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베트남 진출 3년 만에 현지 딤섬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점유율은 벌써 40%를 넘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M&A였다. CJ제일제당은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식품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 건 2017년부터다. 2016년 베트남 김치업체 킴앤킴(Kim&Kim)을 30억원에 인수했고, 같은해 냉동식품업체 까우제(Cau Tre)를 17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4월 수산·미트볼 가공업체 민닷푸드(Minh Dat Food)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M&A에 들어간 비용은 총 350억원. '마이크로딜'을 통해 냉동·냉장식품을 생산할 준비를 맞췄다. 당시 M&A를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K-푸드' 전진기지를 구축할 목적으로 인수했다.
킴앤킴과 까우제 등은 각자 주력 상품이 다르다. 이들 회사를 인수하면 냉장 및 냉동식품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현지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추가 투자금을 투입해 통합 식품 생산기지를 세우는게 CJ제일제당의 전략이었다.
CJ제일제당은 인수를 끝내자 마자 설비 투자에 들어갔다. 7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호치민 히엡푹(Hiep Phuoc) 공단에 통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2만평 규모로 연간 60만톤 가량의 식료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준공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앞으로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와 간편식(HMR) 등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당시 M&A는 동남아 시장 공략이라는 '큰 그림'을 갖고 추진됐다. 베트남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후 주변국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CJ그룹은 2010년부터 베트남 식료품 시장을 들여다 봤다. 지분 인수 등을 검토했고 까우제 등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까우제는 창립 30년이 넘은 베트남 국민 기업으로 현지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현지 진출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매물이 없었다는 게 당시 딜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의 M&A 전략은 예상대로 적중했다. 실제 베트남 식품시장은 연 평균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CJ제일제당은 현지에서 연 평균 30%씩 성장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1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 까우제의 평균 매출성장률은 23.01%, 민닷푸드는 47.67%다.
3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닷푸드는 올해 'CJ FOOD VIETNAM' 법인에 흡수합병됐다. 이 법인의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72억원이다. 베트남 식료품 시장의 연간 매출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식품시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 상품이 수혜를 입고 있다. 베트남 국민의 소비 성향이 저가 상품 위주에서 품질 위주로 바뀌면서 한국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 제품은 미국과 유럽 제품과 비교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가 높다.
CJ제일제당은 35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딜'을 통해 베트남 식료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 딜은 CJ제일제당의 미국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 컴퍼니(Schwan's Company) 인수의 1.6% 규모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쉬안스 컴퍼니를 2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비교해 극히 작은 규모의 딜이었음에도 CJ제일제당은 인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딜은 '베트남 M&A 포럼 2017'에서 올해의 성공적인 M&A 딜로 꼽히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베트남 식료품 시장에서 연 매출 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CJ제일제당 베트남 매출은 700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년 베트남 통합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인수한 3사는 현지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던 알짜 기업"이라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CJ제일제당의 경쟁력을 집약시켜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3사를 통합하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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