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19]헤지펀드, 11조 유입 후 '겹악재' 하락세 전환8월 35조 고지 찍은 후 3개월 연속 축소…PBS 계약고도 후퇴
정유현 기자공개 2019-12-18 10:24:4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11조원 규모의 자금을 흡수하며 외형확대에 성공했다. 기존 운용사 뿐 아니라 신생 전문 사모 운용사가 출사표를 던지며 상반기를 기점으로 3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독일 부동산 펀드 기초 DLS 사태로 위험 조짐이 있더니 은행에서 주로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DLF의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투심이 냉각되기 시작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까지 악재가 겹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8월 35조원을 돌파한 이후 시장 규모가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3000개가 넘었던 펀드수도 매달 줄어드는 추세다.
헤지펀드 시장의 외형 확대와 궤를 함께 해온 프라임브로커(PBS) 사업자들의 분위기도 운용업계와 다르지 않다. 미래에셋대우가 삼성증권의 뒤를 바짝쫓더니 결국 뒤집기에 성공하며 1위로 올라갔지만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PBS 사업자들의 계약고가 후퇴하고 있다.
◇운용사·펀드수 증가…8월 35조 고지 터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11월 말 기준 34조2560억원으로 집계됐다. 24조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말 설정액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8월에는 35조191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2015년 말 진입문턱을 낮춘 후 지난해까지 매년 두배씩 성장했다. 2015년 말 3조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16년 6조원으로, 2017년 12조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역시 지난해 대비 규모가 40% 이상 확대됐다.
이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 자산운용사는 11월 말 기준 약 200곳, 펀드수는 2990개에 달한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운용사는 약 50여개, 펀드수는 1100여개가 늘었다. 헤지펀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활동하는 운용사와 펀드 수도 점차 증가한 것으로 풀이됐다.
2019년 헤지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전문 사모 운용사로는 누림·나섬·디와이·레인메이커·스카이워크·자비스·코어·퀸즈가드 자산운용 외에도 다수의 운용사가 있었다. 가치투자 명가로 손꼽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2019년 새로 헤지펀드 시장에 등장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을 중심으로 레포펀드가 잇따라 설정된 것도 외형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인하우스 헤지펀드 수탁고가 4조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IBK투자증권도 레포펀드 확대에 따라 인하우스 헤지펀드 설정액이 1조원의 고지를 넘은 바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레포펀드 시장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다.
◇ DLF 원금 손실 '불안감', 라임운용 환매 중단 '타격'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을 흡수하며 승승장구하던 헤지펀드 시장은 하반기에 접어들며 성장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된 선진국 금리 연계 DLF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른 시점이다.
그동안 만기 상환 후 재투자 사이클이 무리없이 지속됐지만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 연계 DLF가 최대 원금 전액을 잃을 위기에 처하며 불안감이 조성됐다. 사모펀드에 투자해오던 자산가들이 만기 자금 재투자를 꺼리기 시작했고 신규 펀드 설정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 헤지펀드 뿐 아니라 손실 가능성이 낮은 레포펀드도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투심이 냉각되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규모는 지난 9월 이후 세달 연속 후퇴하고 있다. 12월에는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신규 펀드 설정보다 내년 준비작업에 돌입하는 만큼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커지며 헤지펀드 사업을 접는 운용사도 있었다. 2012년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던 교보악사자산운용이 '교보악사매그넘1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과 '교보악사ORANG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등 2종의 펀드를 모두 연내 청산하기로 하며 8년만에 헤지펀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지난해 수익률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올해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자 결국 펀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플러스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급락장을 겪는 등 증시가 악화되며 헤지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준수한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라임운용 사태 이후 메자닌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며 만기전 일부 이익금을 분배했거나 포트폴리오에 담고있던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이슈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후 2990여개의 헤지펀드 단순 평균 수익률은 5.08%로 집계됐다.
◇ 악재에 PBS 계약고도 축소세…미래에셋대우 PBS 1위 수성
한국형 헤지펀드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등 연이은 악재의 영향에 따라 PBS 계약고도 감소세다. 하지만 올해 PBS 업계는 미래에셋대우가 삼성증권을 제치고 1위에 오른점이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대우 PBS가 삼성증권을 앞선 건 처음은 아니지만 7월부터 4개월 연속 계약고 1위를 차지하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하고 있다. 지난해 헤지펀드 사업을 이끄는 본부장을 법인영업통으로 교체한 것이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의 계약고는 6조8000억원 규모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의 점유율은 19.9%로 20%의 벽이 깨졌다. 미래에셋대우에 PBS 계약고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점유율이 7월 22.2%, 8월 21.3%, 9월 20.3%, 10월 20.3%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3위는 NH투자증권으로 계약고는 총 6조6000억원 수준이다. PBS 전체 계약의 19.3%를 차지하며 19.9%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 불황에도 계약고를 확대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KB증권은 계약고 5조7109억원 (16.7%)로 4위, 한국투자증권은 4조7532억원(13.9%)으로 5위를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10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자금 이탈 타격을 받아 계약고가 줄었지만 지난달 제이알자산운용의 '제이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가 1000억원 가까운 설정액이 유입되며 라임 여파의 부담을 덜어냈다. 신한금융투자는 6위 사업자로 점유율은 5.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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