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20 점검]목표 낮춘 하나투어, 플랫폼 투자로 반등 노림수①출혈로 이어진 사업다각화…1350억 유상증자로 숨통
김선호 기자공개 2019-12-31 08:56:56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6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년 간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투어는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왔다. 향후 10년 동안에도 10~20배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글로벌 NO.1 문화관광그룹’ 도약을 꿈 꾼 하나투어는 2010년 향후 10년 대계를 제시했다. 2020년 하나투어그룹 전체 수탁고(총판매액) 목표를 40조원으로 설정하고 2015년까지 10조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큰 그림을 그린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사진)은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하고 문화·관광산업 전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최근 하나투어가 공개한 실적은 2010년에 제시한 목표에 비해 턱 없이 부족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그룹 전체 수탁고 자료는 없으나 관광부문 별도기준 수탁고는 2010년 1조6000억원, 2015년 2조8000억원, 지난해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수탁고는 2010년에 비해 1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 목표는 이미 물 건너 간 셈이다.
◇잇따른 자회사 ‘출혈’…영업이익률 ‘하락’
‘문화관광그룹’으로의 도약을 선포한 2010년 다음 해에 하나투어는 매출 3391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작 2011년 하나투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목표치에 비해 2011년 매출은 713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이 부족했다. 문화관광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1년 경영목표를 ‘벤처정신과 책임경영’으로 정하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하나투어로선 뼈 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하나투어의 공격 경영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투어는 2010년 광고대행서비스 ‘에이치엔티마케팅’, 전자상거래업 ‘하나샵’, 여행알선서비스 ‘넥스투어’에 이어 2013년 호텔업 ‘마크호텔’, 2014년 ‘에스엠면세점’ 자회사를 설립했다. 주력으로 삼는 여행업 이외에 호텔과 유통업을 추가해 사업 영역을 전폭적으로 확장했다.
사업다각화에도 불구 하나투어의 영업이익률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외형확장으로 2017년 하나투어는 8000억원대 매출 규모로 늘어났으나 영업이익률은 5%대로 하락했다. 2010년 하나투어 영업이익률이 1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다각화가 수익성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자회사 마크호텔과 에스엠면세점의 적자경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투어의 주력인 패키지 여행상품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3분기 누적 하나투어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9% 하락한 37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8% 감소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의 부진한 성적표는 국내 관광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는 2010년 하나투어가 제시한 ‘10년 대계’ 목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둑해진 '현금곳간'…사활 건 승부수 '플랫폼'
최근 하나투어는 내년 매출 8577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실적 전망과 비교했을 때 내년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61.9% 높아진 수치다. 내년 여행상품 통합 플랫폼 출시를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전략이다. 다만 2010년 제시한 2020년 ‘문화관광그룹’ 도약 비전에 비하면 목표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하나투어는 올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여행업계 불황과 여행시장의 변화 등 예상치 못한 위기로 한 해를 보냈다. 앞으로는 기획여행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해 여행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고객 중심형 콘텐츠 제공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투어는 135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하나투어가 위기에 처했으나 사모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며 반등을 이룰 수 있는 실탄을 장착하게 됐다. 올해 3분기 부채비율 324%에 달한 하나투어로서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하나투어는 사모펀드로부터 조달한 대부분의 자금을 해외법인 운영자금으로 투입하고 하나허브(여행상품 통합플랫폼) 고도화 작업에 일부를 활용할 예정이다. 소비자를 하나허브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여행상품 콘텐츠가 절실하다. 내년 2월 출시되는 하나허브에 해외법인의 차별화된 상품 콘텐츠가 채워져 소비자를 유인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야심이다.
‘하나허브’ 플랫폼은 해외여행객이 자유롭게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기존 패키지 여행상품과는 달리 ‘하나허브’에서는 항공권 포함·불포함, 단체·단독 행사 등을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패키지 여행상품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면서 FIT(개별자유여행객)의 수요까지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나투어는 작년부터 해외 현지 법인을 본격적으로 설립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 미국 등에 해외 현지 자회사를 지난해부터 설립해 해외 시장 개척과 현지 여행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가 늘어난 상황에서 하나투어의 신사업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라며 "하나투어가 업계 1위인 만큼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 경쟁사 대비 다양한 여행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를 '하나허브'로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기획여행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글로벌 여행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하며 여행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신성장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라며 “해외 법인의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문화관광유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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