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800억 과세에 담긴 국세청 속내 논란 여지 있으니 우선 부과해 소송 통해 과세기준 마련…자산 인정 여부 등 여전히 쟁점
원충희 기자/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06 08:15:1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3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0억원 세금을 물린 국세청의 의중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과세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척 기간이 도래하니 '일단 질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적다툼에서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모호한 암호화폐 과세방침에 구체적인 기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으로선 던져볼만한 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특히 정부가 아직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을 기준으로 과세를 했다는 점은 논란꺼리다. 소송 과정에서 자산 인정여부 및 원천징수 시스템 구축 등도 구체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빗썸홀딩스 최대주주 비덴트는 지난해 말 국세청으로부터 803억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고 밝혔다. 과세원인은 비거주자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돈을 번 외국인에 대한 소득세를 거래소인 빗썸이 대신 내라는 뜻이다.
아직 빗썸 외에 다른 거래소는 과세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업비트가 외국인출금정지를 시켜놓은 점을 두고 세금부과를 받았다는 시선도 있으나 얼마 전 해킹피해에 따른 입금주소 확인 과정이라는 게 암호화폐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국세청은 앞서 2017년, 2018년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 등에 따라 서울청 조사4국을 통해 대대적인 빗썸 세무조사에 착수, 그 해 6월 외국인 이용자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빗썸은 과세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했는데 그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이 1년 6개월 만에 나왔다.
논란이 된 부분은 과세근거다. 국내 거주자가 거래소를 통해 얻은 암호화폐 매매이익은 소득세법 21조 1항에 해당하지 않아 과세근거가 없다. 다만 국세청은 비거주자(외국인)의 경우 소득세법 119조 12호상 기타소득에 해당된다고 판단, 세금을 부과했다. 온라인 게임머니도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고 한 대법원 판례(2011두30281)를 빌어 암호화폐 역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이익이 세법상 '소득'으로 인정되는지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근거가 미흡한 면이 있다. 암호화폐는 아직 세법상으로는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자산이 아닌 것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게 국내소득세법의 기본 원리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기류가 엇걸렸다는 전언이다. 빗썸이 조세불복에 나설 경우 대응차원에서 승산이 있을 만한 근거를 갖고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아직 세법상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국세청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가 의아하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과세를 강행한 배경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과세 제척기간인 2019년 내에 빗썸 세금이슈를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했다. 국세는 소득발생 시점 이후 5년이 지나면 부과제척기간 규정에 따라 과세할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1세대인 빗썸은 2014년 경에 설립돼서 작년이 횟수로는 5년 되는 해"라며 "국세청이 마땅한 과세근거를 갖고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에 뭔가 액션을 취해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번 과세논란이 암호화폐 세금이슈의 기준을 세울 계기가 될 수 있다. 법리공방을 하다보면 암호화폐의 성격과 자산인정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판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방안도 포함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국세청으로선 실무에 적용할 과세기준을 당장은 만들지 않더라도 대략의 윤곽은 그려놓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일단 과세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우선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세심판 등에서 이기면 지금의 과세기준을 사례화 할 수 있어서 좋고 심판에서 져도 그걸 토대로 새 과세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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