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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OCI 재무개선 이끈 김원현, '수익성 확보' 숙제자산유동화 통한 탄탄한 재무건전성 유지…폴리실리콘 시황 불안 지속

김성진 기자공개 2020-01-09 07:26:2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재무부서에 힘이 실린다. 실적이 좋다면 더 많이 팔기 위해 판촉과 영업비용을 아끼지 않지만 돈벌이가 시원찮다면 필요 없는 비용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예산이 줄어드는 항목은 바로 회의비”라며 “회의비 명목으로 부서장들이 직원들 커피 등 간식 사주는 지출부터 줄인다”고 말했다. 바로 이처럼 사소한 예산까지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부서의 영향력이 세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OCI는 최근 재무부서의 역할이 중요해진 회사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들쭉날쭉한 실적을 보였던 OCI는 지난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대 들어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하며 재무구조를 큰 폭으로 개선시킨 OCI는 현재 악화된 영업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OCI 재무부서의 특징 중 하나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부재다. 윤석환 전 OCI CFO가 2014년 미국 OCI솔라파워 사장으로 이동한 이후 공식적으로 CFO 자리가 사라졌다. 대신 김원현 재경부 담당 전무가 CFO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김 전무는 OCI에 합류한 이후 굵직한 자산매각 작업을 처리했다.

◇2014년 OCI 재경부 담당으로 합류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인 김 전무는 2014년 OCI 재경부 담당 임원에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OCI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OCI-SNF의 전신인 이양화학에서 사업담당을 맡아 상무로 승진한 뒤 OCI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에는 그동안 사업구조 개편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가 OCI 재경부 담당 임원으로 선임되기 전 OCI는 CFO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OCI에서 마지막으로 CFO를 역임한 인물은 윤석환 전 사장으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약 1년간 CFO를 맡았다. 그러나 윤 전 CFO가 2014년 OCI의 미국 태양광 계열사 OCI솔라파워로 자리를 옮기며 OCI의 CFO 자리도 없어졌다.

앞서 2012년 OCI는 CFO로 마크 리 당시 전무를 선임한 바 있다. 마크 리는 펜실베니아 로스쿨 법학박사 취득 이후 미국 유명 로펌에서 근무한 인물로, 이우현 OCI 부회장과 펜실베니아 대학교 동문이며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마크 리는 미국 OCI와이오밍 뉴욕 증시 상장을 지휘한 인물로 OCI CFO를 맡았으나 1년 만에 윤 전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 다만 마크 리는 지난해 OCI에 부사장으로 다시 합류해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선 OCI가 CFO 직책을 아예 없앤 배경으로는 대표이사인 이우현 부회장 본인이 재무에 밝은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부회장은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출신으로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에서 활동하며 금융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분 매각 통한 재무구조 개선

김 전무가 OCI에 합류한 시점 OCI의 과제는 바로 재무건전성 확보였다. OCI는 2008년부터 태양광 폴리실리콘 설비건설을 위해 조단위 투자금을 쏟아 부었고, 덩달아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투자금을 외부 차입에 의존한 결과 차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 2008년 1조900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6년 만인 2014년 말 2조7000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8400억원에서 2조16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폴리실리콘 시황이 나빠지며 실적이 단숨에 악화한 점도 치명적이었다. 2011년 1조원을 넘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012년 1500억원으로 1년 만에 80% 넘게 감소했다. 2013년에는 1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한 이후에는 2016년까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실적을 기록했다.


OCI로서는 빚은 많은데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자산유동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OCI가 본격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선 시점은 김 전무가 합류한 2014년부터다. 프랑스 화학업체인 SNF그룹과 합작해 세운 OCI-SNF 지분 50%를 매각해 약 1000억원을 확보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5년 OCI 미국 자회사 OCI리소스 지분 75%를 터키 업체에 4900억원에 팔았으며, 2016년에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SK그룹에 47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2017년에는 미국 태양광 발전소를 매각해 5500억원을 확보했다.

자산매각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2018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5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한 때 2조원을 넘었던 순차입금도 54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08년 25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18년 62%로 떨어졌고, 차입금의존도도 38.5%에서 26.7%로 낮아졌다.

◇수익성 확보 주력 관측

재무구조 개선으로 숨 쉴 틈이 생긴 OCI는 영업실적 개선을 위한 투자로 눈을 돌렸다. 2017년 폴리실리콘 사업 수익성 확보를 위해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을 1990억원에 인수했다. 덕분에 OCI는 2017년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전년 대비 280% 늘어난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반짝효과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각종 대외 악재가 발생하며 곧바로 7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이 태양광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며 수요 감소와 함께 폴리실리콘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이었다. 손실규모는 2019년 더 확대돼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73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2017년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으며 폴리실리콘 가격은 계속 하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영향으로 2017~2018년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잉여현금흐름도 2019년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OCI는 앞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폴리실리콘 업황이 단기간 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 만큼, 원가 절감 등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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