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보통은 '해야 하는 사업인가'라는 판단을 합니다. 주식회사 SK는 달라요. '이 사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이걸 하면 왜 안 되는지'보다 '왜 해야 하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겁니다. 사고가 유연할 수밖에 없겠죠."한 대기업 CEO와 사업 개편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SK그룹 이야기가 나왔다. SK를 향한 부러움이 다분히 섞여 있었다. 부러움의 대상은 SK㈜의 유연한 사고방식이다. 그는 빈그룹 투자를 예로 들었다. SK그룹은 최근 베트남 빈그룹의 지분 6.1%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행사보다는 단순 투자 개념에 어울리는 지분율이다. SK㈜도 이 투자에 합류했다. 주요 초점 중 하나는 바로 '투자 수익률'이었다.
SK㈜는 스스로 '투자형 지주회사'라고 일컫는다. 그룹 브랜드 관리 등 통상적으로 지주사가 하는 일은 물론 회사 자체가 하나의 펀드처럼 움직이며 투자 수익률을 좇는다. 국내 대기업집단의 어느 지주사도 하지 않는 행보다. 이미 SK㈜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40%에 육박하는 투자 수익률을 거뒀다는 후문이다.
SK㈜의 장동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까지 꺼냈다. 투자 수익률, 성공의 역사 등 왜 투자자들이 SK㈜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총체적 이야기를 에쿼티 스토리라고 일컫는다. 새로운 개념의 투자, 수익 창출, 주주 환원까지. 지주사 '틀 깨기' 작업은 SK㈜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업이다.
매년 그래왔듯 거의 모든 대기업 오너들의 신년사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혁신을 '주문'만 할 뿐 어떤 식으로 혁신을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해결 과제로 남겨두는 경향이 짙다. 출근 복장을 '칼정장'에서 '폴로 티'로 바꾸는 것도 물론 혁신이다. 다만 시장이, 급변하는 재계 환경이 요구하는 혁신의 정도가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지주사라면', '화학사라면', '정유사라면', '반도체 업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여겨져 오던 전통적 가치들을 과감히 깨는 데서 혁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SK㈜의 행보는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외치는 다른 대기업집단의 귀감이 될 만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게임사 인건비 리포트]'효율 치중' 더블유게임즈, 미래 성장 '안갯속'
- [thebell interview]"젠시, AI가 상품 소개 작성…로봇 촬영까지"
- LG이노텍·LG디스플레이, 유리기판 사업화 시동
- [Company Watch]시노펙스, 반도체 필터 성장에 혈액투석 신사업까지 '본궤도'
- [i-point]제이엘케이, 'JLK-LVO' 혁신의료기기 통과
- [i-point]포커스에이아이,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유공 표창장 수상
- [thebell interview]"매출 1000억 이어 신사업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 [Red & Blue]테마 바람 탄 아이스크림에듀, 사업 경쟁력 '재조명'
- 제노스코 '상장 불발' 이후, 오스코텍·메리츠 복잡한 셈법
- [클리니컬 리포트]동아ST의 메타비아, 위고비 빈틈 겨냥 '비만약' 내약성 입증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성과 평가]포스코홀딩스, 업황 악화에 고전…밸류업 '하위권'
- [Financial Index/한화그룹]그룹 전반 차입 부담 심화, 에어로 유증만으로 될까
- [밸류업 성과 평가]'10위권 밖' HMM, 마의 PBR 1배 '벽'
- [밸류업 성과 평가]HD현대일렉트릭, 밸류업 1위 영예…실적·주가 완벽 뒷받침
- [밸류업 성과 평가]코스닥 기업 80%가 TSR 마이너스, 밸류업 의지 절실
- [조선업 리포트]사업부에 힘 싣는 한화오션, 관료 출신 사외이사도 영입
- [밸류업 성과 평가]삼양식품, '불닭'이 만들어준 밸류업 1위 '기염'
- [밸류업 성과 평가]메리츠금융·카뱅만 PBR 1배 이상, 저PBR '고질병' 여전
- [밸류업 성과 평가]7할이 PBR 1배 미만, 갈길 먼 '기업가치 제고'
- [밸류업 성과 평가]'밸류업' 1년, 어디가 잘했나…지표로 분석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