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반도건설의 뜻밖의 행보, '조·K' 연대 속내 따로 있나한진칼 지분 투자이익 극대화에 유리하다 판단…연합 지분 32.06% 확보
고진영 기자공개 2020-02-03 08:26:1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9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껏 심중을 감춰왔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돌연 조현아 부사장, KCGI와 연대를 결정한 까닭은 뭘까. 의외로 배경은 간단할 지도 모른다.“단순 투자 목적이다.” 경영권 참여를 갑작스레 선언하기 전까지 반도건설이 고집스레 고수했던 입장에 답이 담겼다.
반도건설은 3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공동선언문을 내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재선임을 막겠다는 이야기다.
한진칼 지분 매입 사실이 처음 밝혀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10월만 해도 반도건설은 ‘경영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1월 10일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하면서 슬그머니 속내를 드러내더니 급기야 조 부사장 측과 손을 잡았다. 서로 합의를 시작한 것도 공시 변경 시점과 비슷한 시기다.
시장에선 ‘조원태 회장 편에 서 봤자 얻을 게 없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한진칼 주가는 조 회장의 집권을 반기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작년 6월 주가가 4만원대 언저리를 오갔지만 델타항공이 조 회장 측의 우군으로 참전하자마자 그 이튿날인 6월 21일 3만430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3만원대 중·후반을 오가던 주가는 작년 12월 말 조현아 부사장이 조 회장을 상대로 날을 세우면서 다시 20%가 뛰었다. 조 부사장과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 덕분에 KCGI가 다시 승기를 잡자 이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한진의 수장으로 오너일가보다 전문경영인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도건설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부사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을 밀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CEO로 오르거나 등기이사로 나설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와 KCGI, 조 부사장 3개 세력이 연합군을 형성한 조건에 이런 내용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 주식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반도건설로서는 당연히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간 한진에서 터진 ‘오너리스크’가 한 둘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게 투자처인 한진칼 미래에 낫겠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그렇다면 반도건설은 말 그대로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년 8~10월경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승부수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지금까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데 총 1500억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상반기까지 반도건설의 별도 순이익이 53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볼 수 없는 규모다.
그간 외부 투자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권홍사 회장이 별난 행보를 보인 이유는 지금처럼 주택사업에만 집중해서는 길게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18년 반도건설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들의 별도매출은 단순 합산 2조8306억원으로 전년보다 29.2%나 줄어들었다. 현금은 쌓였지만 투자할 땅은 없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세에 접어들면서 자체 분양과 공사 수주가 모두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투자는 생존을 위한 변화구인 셈이다.
반도건설의 합류로 KCGI, 조현아 부사장 진영의 보유 지분은 32.06%로 늘었다. 조원태 회장 측과 간격이 좁아졌고 이제는 경영권 확보도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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