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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두번 실패는 곤란하다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0 07:52:1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 중이던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현대차그룹도 앓던 이를 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엘리엇의 퇴각이 마냥 웃을 일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엘리엇은 '승패'의 개념으로 바라볼 곳이 아니다. 딴지를 걸면서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이익을 남기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 곳이다. 그 어떤 주의(-ism)라는 깃발을 든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이문을 남기려 한다. 어쩌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소수의 병력으로 국경을 침범하고 노략하는 오랑캐, 해적과도 흡사하게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런 세력이 공격을 감행한 뒤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해서 현대차그룹이 이긴 것일까. 그 어떤 물질적인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황금같은 시간이 흘러갔다는 점이 아픈 부분이다. 무장공비 한 명이 침투해 전군(全軍)에 비상을 걸었고 단기간 내에 정리했다면 괜찮지만 약 2년이 걸리면서 내내 찜찜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제 엘리엇이 퇴장했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2년 전에도 낙관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중단'이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을 때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만 해도 기획조정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기획조정실의 당시 실행 전략에는 게릴라가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이 있었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업적은 차고 넘치고 재계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호감을 갖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변수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은 위험해 보인다. 2년 전 그렇게 완벽해 보이던 상황에서 훼방꾼이 나타나 발목을 잡을지 몰랐던 것처럼 그런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막상 오는 3월 열릴 정기주총에서부터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가 불거진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등기임원 재선임을 다뤄야 하는데 벌써부터 의결권자문사, 애널리스트 등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안건을 상정하든 안하든 이 과정에서 투자자와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인 수소전기차, 모빌리티 등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이 분야에서의 성공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지배구조 개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다. 기획조정실의 세밀한 밑그림과 정교한 실행 전략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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