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 충북 진천군 진천공장 2층 대강당.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 직원들은 임시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아침을 보냈다. 안건은 이사진 선임의 건. 새 인수자가 될 예정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 측 운용역이 등기이사에 오를 예정이었다.주주들의 관심이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모였던 건 당연지사. 개인주주들은 이날 자리한 박성묵 부사장(케이엘앤파트너스 전무)에게 언론 보도대로 국민연금이나 하림그룹이 출자하게 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케이엘앤파트너스 측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어 답변할 수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지만 인수·합병(M&A)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진으로 선임된 '외부인'에 대해 주주들조차 반신반의한 셈이다.
인수후 통합(PMI) 작업은 통상 잔금납입(딜 클로징)을 거쳐 경영권이 완전히 이전된 뒤에야 시작된다. 하지만 케이엘앤파트너스는 한 박자 빠른 행보에 나서 여러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박 부사장을 회사에 파견, 사실상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겼다.
위기의식을 느낀 건 주주만이 아니었다. 임직원은 급하게 노조를 만들고, 단체행동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고용보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케이엘앤파트너스를 '점령군'으로 느끼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 부사장이 직원들 개개인에 대한 면담을 시작하며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물론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섣부른 경영권 장악으로 인해 해마로푸드서비스에 급작스럽게 노조가 설립됐고, 잡음이 생겼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M&A 이슈가 발생하는 많은 회사에서 위로금 등을 주장하며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없던 노조가 생기는 일은 빈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PEF가 기업을 인수한다고 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임직원 처우, 복지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거 PEF가 '기업 사냥꾼'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성장의 동반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다만 대주주 교체 소식 탓에 가뜩이나 어수선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새로운 경영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따져보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오히려 선제적인 PMI가 노조 설립과 직원 반발 등의 명분을 제공한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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