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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그룹의 영리한 '형제 독점' [thebell desk]

박창현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0-02-25 08:40:5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은 계층(hierarchy)이 존재한다.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상하 계층이 나뉘고 직무상 지휘 감독 관계가 맺어진다. 대표적으로 국가와 기업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차이가 있다면 국가는 5년에 한번 꼭대기 계층이 바뀌고 기업은 영원할 수도 혹은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다.

기업가들은 그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가족회사로, 순환출자로, 우호적인 사외이사로, 권력을 유지했다. 국가 권력이 수시로 바뀌는 와중에도 큰 기업의 꼭대기 계층은 바뀌는 법이 없었다. 망하지 않은 이상.

하지만 대를 이어갈수록 다양한 변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오너 일가가 늘어나면서 승계 이슈가 생겨났다. 여기에 주주 권익 강화를 요구하는 여러 견제 세력들이 등장함에 따라 적절한 대응도 요구됐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이미 이 같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진그룹의 경우 경영 승계와 하이어라키, 주주권 이슈가 총망라되면서 국내 기업사를 새로 쓰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사 'KBI그룹'의 철옹성 지배구조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부 변수를 최소화시키는 '가족 경영'의 정석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BI그룹은 1991년 창업자 박재을 회장이 타계한 이후 현재까지 '오너 2세' 3형제가 이끌어가고 있다. 형제 경영은 철저하게 '균형과 견제'에 기반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치우침이 없다.

가장 기본이 되는 '지분'부터 분산돼 있다. KBI그룹은 사실상 'KBI국인산업'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KBI국인산업은 100% 가족회사다. 3형제가 거의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그룹 경영권도 형제간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첫 바톤은 장남 박유상 고문이 이어받았다. 그룹 성장 기반을 닦은 후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차남 박효상 부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다음 순번은 당연히 3남 박한상 사장이다. 박 사장은 소재와 건설, 의료 부문 대표이사직을 겸직하며 박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형제 경영과 형제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은 '균형과 견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먼저 지분이 분산돼 있어 독단적인 결정, 그룹의 사유화가 불가능하다. 형제 승계를 통해 공동 소유에 대한 신뢰도 확인됐다.

권력은 호의로 움직이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철저히 힘의 역학 관계에 따라 이동한다. 심지어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도 힘이다. KBI그룹은 3형제가 힘을 삼등분하면서 창출된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힘과 균형, 신뢰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그림이 있을까. 독점과 독식의 과실이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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