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그룹 오너십의 힘 '3형제 황금분할' [진격의 중견그룹]③핵심 가족회사 공동 소유, '형제 경영·승계' 시스템 구축
박창현 기자공개 2020-02-18 09:58:09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I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형제 승계'와 '형제 경영'이다. 창업자 박재을 회장이 1991년 세상을 떠나면서 KBI그룹은 2세 경영 시대에 들어섰다. 3형제 중 맏이인 박유상 고문이 가장 먼저 바톤을 이어 받았다.경영 전권을 손에 쥔 박 고문은 그룹의 성장 도약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건설·부동산 부문과 섬유 부문에 집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기 위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 고문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자 보수적이었던 그룹 DNA도 바뀌었다.
1994년 동운산업(현 KBI텍) 인수를 시작으로 한진플라스틱공업, 동양철관, 영일특수금속(현 KBI알로이)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현재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폐기물 전문업체 'KBI국인산업'도 그 즈음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자동차 부품부터 병원, 종합 전선 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공격적인 투자 결과, KBI그룹은 △자동차 부품 △소재/산업재 △건설/부동산 △의료 △섬유 △환경/에너지 등 6개 사업부문 포트폴리오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형제 간에 승계가 이뤄졌다. 25년에 걸쳐 사업 기반을 닦은 박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둘째 박효상 부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 박 고문은 현재 그룹 고문직과 가족 회사인 갑을상사 대표이사직만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큰 형님이 그려 놓은 밑그림에 색을 입히고 입체감을 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실화가 결실을 맺으면서 2018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다.
형제 승계 전통에 따라 다음 경영권은 막내 박한상 사장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KBI메탈과 KBI알로이, KBI코스모링크, KBI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갑을의료재단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소재/산업재 부문과 건설/부동산 부문, 의료 부문을 책임지면서 박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형국이다.
형제 승계와 형제 경영이 가능한 이유는 '황금 분할 소유 구조' 때문이다. 3형제는 그룹 지주사격인 'KBI국인산업'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장남인 박 고문이 가장 많은 44.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차남과 3남이 27.8% 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외에 다른 주주는 없다.
KBI국인산업은 석문에너지와 KBI텍, KBI메탈, KBI동국실업, 동양철관, KBI코스모링크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격인 KBI국인산업을 3형제가 균등 소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과 견제'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오너 일가는 갑을합섬과 갑을상사, KBI정무산업, KBI텍 등의 지분도 직접 소유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들은 부동산 자산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갑을상사는 그룹 본사인 '갑을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KBI정무산업은 건물과 토지 등 5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다.
또 KBI캄보디아와 KBI재팬 등 해외법인도 만들어 현지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일본 골프장과 온천 시설, 캄보디아 호텔, 카지노 등이 투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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