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또 다시 갈림길 선 제주항공, 포기하나SPA 체결 시한 이틀 앞으로…코로나 영향 여부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27 08:12:1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최근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 작업을 모두 마치고 애경그룹 차원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로 전해지면서 이번에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다만 이달 들어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이스타항공 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사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성급하게 딜을 추진하려 하진 않을 거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제주항공은 최대한 이달 중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기한은 '2월 중'이다. 영업일(워킹데이) 기준 28일까지로 사실상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실사 및 SPA 체결 일정을 기존 ‘1월 중’에서 ‘2월 중’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을 포함해 두번이나 일정을 연기한 셈이다.
SPA 체결 시한을 늘린 이유로는 실사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연말연시 및 설 연휴 등과 겹치며 예상보다 진도를 빼지 못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간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실사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때문에 첫번째 일정 연장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두번째 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를 접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M&A 딜에서는 양 측이 MOU를 체결할 경우 50~60일 내 SPA를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12월18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늦어도 1월 말~2월 초에는 결정이 났었어야 했다.
특히 실사 관련 내용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으며 무산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예상치 못했던 우발부채가 발견됐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경험을 토대로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지난번에 언론 등을 통해 입찰가격 등이 먼저 나가다 보니 이번엔 다들 조심하고 있는 듯 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양측도 늦어도 2월 말까지는 무리 없이 SPA 체결이 마무리 될 걸로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MOU 체결 당시 제주항공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갖는 기한을 2월 말까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달 이후 우협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양측이 협의에 따라 우협 자격 부여 기한을 설정한 만큼 필요시 추가 협의로 기한 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항공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다. SPA 체결과 인수 의사 철회, 실사 기간 연장 중 한가지 옵션을 이달 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사실 이미 실사를 모두 마치고 그룹 차원의 최종 의사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옵션은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시한 내 고민을 끝내지 못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형식적으로나마 이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마치고 최종 조율 중"이라면서 "이 또한 실사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굳이 급하게 거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딜 자체가 이스타홀딩스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만큼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협상에 임하고 있는 제주항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사 기한을 연장하거나 인수 포기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럴싸한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상황과 재무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운항 중단에 들어가는 노선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비상경영체제 하에서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 불가능한 만큼 제주항공 입장에선 굳이 성급하게 딜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의사를 철회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황 악화로 제주항공 조차 재무 건전성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이스타항공을 품으려 하지 않을 거란 주장이다. 제주항공 역시 최근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고 수익성 제고, 기단 규모 조절, 투자 우선 순위 재설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임원진들은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했다.
다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포기할 경우 ‘먹튀’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쉽사리 인수 의사를 철회하지는 못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두 차례 일정을 연장하며 SPA 체결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탐탁치 않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경쟁사의 기밀까지 다 들여다보고 인수를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며 영업비밀과 노하우 등을 모두 파악한 걸로 안다”며 “이스타항공에 대해서도 실사만 하고 최종 인수를 포기하면 ‘먹튀’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이달 안에 SPA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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