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 비즈니스 돋보기]'홀세일 강자' 하나금투, '리테일'도 힘싣는다②랩 수탁고 1조 증액 목표…리테일 자금으로 70% 채운다
김수정 기자공개 2020-03-02 13:04:32
[편집자주]
랩(wrap account) 운용부는 고유자금운용부서와 더불어 증권사의 양대 운용조직이다. 사내 리서치센터나 외부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관과 개인고객 자산을 운용한다.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외부위탁운용(OCIO)도 랩에서 출발한 비즈니스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랩운용역의 업무는 사실상 펀드매니저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안 자산관리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랩어카운트가 사모펀드의 위기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각 증권사 랩운용부와 관련 비즈니스의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은 기관 자금만 10조원 가까이 굴리고 있다. 대대적으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에 뛰어든 대형 증권사 3사를 제외하고 보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오랜 업력에 걸맞게 탄탄한 홀세일 영업력과 구조화채권 운용에 대한 강점을 무기로 대규모 법인 계약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홀세일 중심으로 1조원 가량 수탁고가 늘어났다.올해 영업 전략에선 리테일에 무게 중심이 맞춰졌다.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랩 수탁고 증가금액 목표치는 1조원이다. 이 중 70% 가량을 홀세일 영업 대상이 아닌 일반법인과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채우는 게 목표다.
◇수탁고 90% 법인…오랜 업력·우수한 성과 '선순환'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 운용 자산은 기관과 개인 자금을 합해 총 10조8000억원 가량이다. 작년 말까지 10조4000억원이던 액수가 올 들어 다소 늘어났다. 2018년 말 9조8000억원에 비하면 1조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계약대상별로 보면 개인보다 기관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전체 랩 운용 잔고 중 10조원 가량이 기관 자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대한투자신탁 시절부터 40년 넘게 기관 대상 홀세일을 해온 덕분에 장기 계약 고객이 많다. 기존 홀세일 고객과의 계약을 무리 없이 유지해온 덕분에 안정적으로 수탁고를 키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외부위탁운용(OCIO) 자금도 1500억원 가량 확보했다.
법인 자금은 대부분 채권으로 운용된다. 특히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은 구조화채권 운용에 강점이 있다. 리테일 자금은 주식형 랩에 주로 들어 있다. 전체 랩 운용자산 가운데 주식으로 운용되는 액수는 7000억원 수준이고 나머지는 모두 채권으로 운용되고 있다.
권창진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장(사진)은 "홀세일그룹이 대한투자신탁 시절부터 법인영업에 있어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며 "기존 확보한 고객들에게 좋은 성과를 돌려주면서 길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선순환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경우 중순부터 미국 금리 스탠스가 바뀌면서 금리를 두 번 내렸고 그래서 채권 운용 성과가 좋았다"며 "주식 쪽은 해외주식이 국내주식보다 훨씬 성과가 좋았는데 국내주식의 경우 부침이 좀 있었지만 하반기 이후 성과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하나금융투자가 종합증권사로 전환하기 이전인 대한투자신탁 시절 입사해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과 랩운용실 등에서 근무했다. 그의 주 업무는 채권 운용이었다. S&T부문에서는 환매조건부채권(RP)를 운용했고 랩운용실에서는 주식랩운용실과 채권랩운용실로 분리돼 있던 시절 채권운용실장 맡았었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랩은 '하나 전단채플러스랩'이다. 만기가 짧은 'A-' 이상 채권과 'A2-' 이상 CP(ABCP), 전단채, 현금성자산 등으로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중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으려는 수요가 몰려들면서 작년에만 5000억원 이상 판매됐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랩도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하나 4차산업 1등주랩' '하나 천하통일 1등주랩' '하나 중국 신성장1등주랩'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 4차산업 1등주랩은 미국 중심으로 5종목 내외의 인공지능 관련주에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다. 하나 천하통일 1등주랩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내수 소비재 1등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하나 중국 신성장1등주랩은 중국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이끄는 기업에 투자한다.
이 같은 해외 주식형 상품들은 최근 국내 주식 상품 대비 두드러지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4차산업 1등주랩은 대표계좌의 최근 1년 수익률이 이달 기준으로 25%에 달한다. 2016년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은 80%에 근접했다. 천하통일 1등주랩과 중국 신성장1등주랩도 각각 최근 1년 간 20%, 15%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해외주식 랩은 모두 리서치센터가 만든 투자전략과 추천종목을 기초로 운용된다. 리서치센터와 랩운용실 간 유기적인 협업 체계는 하나금융투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리서치센터와 랩운용실은 해당 랩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힘을 모았다. 작년 8월 출시된 '하나 OnlyOne리서치랩'도 리서치센터와 랩운용실이 손잡고 개발부터 함께 한 상품이다.
권 실장은 "우리 랩운용실이 타사와 차별화되는 점은 리서치센터와 협업이 특히 잘 된다는 점"이라며 "4차산업 랩이나 중국 랩 같은 경우 리서치센터에서 자문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펀드는 최소 20~30개 종목에 분산투자를 철저히 하는 데 비해 랩은 10개 이내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변동성은 물론 크겠지만 성과가 좋을 땐 그만큼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랩운용실이 자사 리서치센터로부터 적극적으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건 해당 상품들 투자 자산이 해외주식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있어 같은 회사 내 리서치센터와 랩 운용 조직 간 교류에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하나 OnlyOne리서치랩의 경우 리서치센터 자문을 공식적으로 받진 않는다. 리서치센터 추천 전략과 종목을 참고해 랩운용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무게중심 리테일로 이동…7000억원 증가 '목표'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전체 랩 자산을 1조원 가량 늘리는 게 목표다. 다만 작년과 달리 올해 주요 타깃은 리테일이다. 작년에는 홀세일 대상인 대형 법인 자금 위주로 랩 수탁고가 늘어났다. 올해는 리테일 채널 중심으로 잔고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리테일 영업 대상인 일반법인과 개인고객으로부터 판매 잔고를 7000억원 가량 늘린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리테일 채널 주력 랩 상품은 '하나 THE ONE 타겟리턴랩'과 '하나 THE ONE AI²랩'이다. 하나 THE ONE 타겟리턴랩은 주로 글로벌 주식 ETF와 미국 채권 ETF 등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으로 운용된다. 정해진 운용 기간은 3년이지만 목표수익률 5%를 달성하면 즉시 계좌를 청산한다.
지난해 합류한 오성원 이사가 운용을 담당한다. 오 이사는 서울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KB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에서 6년 간 헤지펀드를 운용한 인재다. 하나금융투자는 오 이사의 운용 역량에 주목해 지난해 그를 영입했다.
하나 THE ONE AI²랩은 AI 기술 연구를 주 목적으로 지난해 출범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업해 만든 첫 상품이다. 기대수익률에 따라 4가지 스타일로 구분된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RP 등을 활용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이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활용되는 AI는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매크로 변수를 기초로 과거 17년 동안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모델이다.
채권 비중이 가장 높은 'S'(Safe)부터 채권과 주식 비중이 비슷한 'M'(Moderate), 주식 비중이 다소 큰 'A'(Aggressive), 레버리지 ETF를 이용하는 'L'(Leverage) 등 4가지 스타일 중 기대수익률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각각 연간 7·8·9·13%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끝에 작년 말 해당 두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권 실장은 "고객기반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상품들이라서 이쪽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며 "AI스퀘어 랩은 가장 안정적인 S스타일이 이미 2개월여 만에 누적 5% 수익을 냈을 정도로 성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부진한 자문형랩을 정리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성과가 좋은 자문형랩 대여섯개를 추려서 이들 상품으로 나머지 자문형랩 자금이 이동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권 실장은 "자문형랩이 총 20개 정도 있는데 너무 많으면 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문형랩 라인업 리밸런싱을 통해 10개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식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형 랩을 준비하는 중이다. 권 실장은 "금리가 많이 낮기 때문에 법인 쪽에서도 일반적인 채권 투자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연 3~4%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기관 전용 헤지펀드형 랩을 개발하고 있다"며 "롱숏 전략을 쓰기 때문에 파생상품도 편입해야 해서 보다 효율적인 운용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의 전반적인 운용 스타일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을 민첩하게 추종하는 전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시장을 앞서지 않고 잘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하나금융투자 랩운용실의 철학이다. 여러 해에 걸친 운용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기도 하다.
권 실장은 "점점 시장을 예측하고 앞서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운용 스타일을 경험해 봤는데 가장 좋은 전략은 시장을 앞서나가는 것보다 시장 흐름을 빨리 읽고 재빠르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내놓은 AI스퀘어랩이나 타겟리턴랩도 모두 시장을 추종하면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이라며 "랩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시장에 더 보여주면 기관이나 개인 자금 모두 많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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