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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이병철 신화' 하나대체운용, 부동산펀드 '개척자'국내 최초 부동산전문 운용사...하나금융 편입 '전환점', 성장가도 '진입'

김수정 기자공개 2020-03-10 13:44:43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국내 부동산 펀드 전체 설정 규모가 6조원 남짓이던 2006년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 손에서 탄생해 2010년 하나금융 계열사가 됐다. 이후 15년째 국내 부동산 투자·운용 시장의 선봉에 서 있다.

초창기 도전정신과 참신함을 무기로 내세워 차근차근 성장가도를 밟아오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2010년 하나금융 편입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그룹 차원의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깔고, 잠시 침체됐던 비즈니스에 다시 활기가 붙었다. 지난해부터는 투자부문과 관리부문이 분리된 선진국형 조직 체계를 갖추고 또 한 차례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이병철 신화, 국내 부동산 운용 시장 '포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부동산 투자 규모로 국내 3위권 하우스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AUM)은 8조6226억원이며 이 가운데 69.24%에 해당하는 5조9704억원을 부동산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외교통상부, 우체국 등 연기금·공공기관을 비롯해 대형 금융사와 일반기업들을 투자자로 확보했다.

전신은 2006년 4월 설립된 다올자산운용이다. 다올자산운용은 국내 최초 민간 부동산신탁사인 다올부동산신탁의 자회사로서 국내 첫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를 표방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부동산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여겨지는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 다올부동산신탁 창립자다. 이 회장은 당시 민간 신탁사로서 최초로 은행 공동 출자를 받아 2004년 2월 다올부동산신탁을 설립했다. 2년 뒤엔 자산운용업까지 손을 뻗으면서 부동산 전문 금융그룹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가 6조원 남짓이던 시절이다.

초창기 다올자산운용은 국내외 오피스와 미분양 아파트, 부동산담보부 부실채권(NPL)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담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성장했다. 다올자산운용의 첫 투자는 설립된 해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마린타워 건이다. 당시 다올자산운용은 사모펀드를 조성해 이 건물을 약 2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건물은 4년 만에 IRR 기준 10%대 수익을 남기면서 매각됐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와 일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막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국내 기관 투자자(LP)들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독특한 부동산 펀드에도 도전했다. 설립 직후 부산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500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해 운용하면서 10% 이상 수익을 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상품의 독창성을 인정해 다른 회사가 일정 기간 이와 유사한 펀드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승인했다. 다만 이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한동안 침체에 빠지면서 미분양 아파트 펀드는 명맥을 잇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탓에 다올자산운용 역시 한동안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하지 못했다.

◇하나금융 계열사 편입 '전환점', 그리고 '전성기'

다올자산운용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가 된 건 2010년 3월이다.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신탁 지분 58%(580만주)를 주당 8800원씩 총 51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다올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올자산운용을 손자회사로 두게 됐다. 은행지주회사가 부동산신탁사를 자회사로 둔 건 KB금융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나금융그룹 내엔 이미 UBS와 합작해 설립한 종합 운용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이 있었다. 그렇지만 UBS와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종합운용사가 아닌 운용자회사는 추가 설립이 가능했다. 하나금융 계열사로 새출발한 다올자산운용은 2011년 6월 하나다올자산운용, 2013년 12월 하나자산운용 등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2017년 11월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2016년 5월 하나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지주 편입으로 다올자산운용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다시 나서기 시작하면서 움츠러들었던 투자 활동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 시기 해외 투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333 마켓스트리트'를 시작으로 워싱턴 하버, 뉴저지 노보노디스크 미주 본사, 워싱턴 D.C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 캘리포니아 드림웍스 본사 등 미국 내 주요 빌딩에 에쿼티 투자를 집행했다.

미국에 주로 투자하면서 동시에 호주 멜버른 경찰서 건물과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의회, 일본 도쿄 레지던스 등 타 지역 딜도 틈틈이 발굴했다. 2018년엔 영국 런던 부동산 2개를 잇따라 매입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빠르게 투자 영역을 넓혀 나갔다. 하나금융 손자회사 편입 직후 하나금융투자 여의도 본사를 인수한 데 이어 SK그룹 본사와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 빌딩, 여의도 KB증권(당시 현대증권) 사옥 등을 잇따라 매입했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던 시기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주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기업들이 내놓은 서울시내 주요 오피스 빌딩들을 쓸어 담았다.

이처럼 투자 저변을 확대하는 과정에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부동산 펀드를 공모로 출시하는데 앞장섰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하나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빌딩을 매입하면서 해당 건물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주요 기업들이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서울시내 오피스 빌딩들을 대거 사들여 기관과 개인 대상으로 셀다운했다.

2016년엔 국내 최초 임대형 부동산 공모펀드인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을 7%대 수익률로 출시해 하루 만에 판매를 마감했다. 2017년 나사 본사와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본사 건물 등 해외 유명 자산을 기초로 설정한 공모펀드들도 몇 시간 만에 완판되면서 리테일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부동산 펀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편으론 부동산 외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혔다. 2013년 특별자산 집합투자업을 획득한 데 이어 2017년 특별자산 공모 인가를 추가로 취득하고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 펀드 '하나대체투자철원두루미태양광특별자산투자신탁1호[대출채권]'을 출시했다. 작년에는 기업투자실을 설치하면서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나금융 편입 당시인 2010년 말까지만 해도 1조원이 채 안됐던 AUM은 매년 설정액이 1조원 가량씩 늘어나 10년 만에 9배 넘게 불어났다. 2010년 말 29개에 불과했던 펀드 수는 작년 말 181개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직원 수는 23명에서 91명으로 4배 가량 늘어났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논하려면 계열 금융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룹 차원의 영업 인프라와 계열사들의 기업금융 역량이 보조를 맞추면서 이전보다 활발하게 딜을 소싱할 수 있게 됐다. 계열사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인 LP 확보가 가능했다. 하나금융그룹의 대내외 인지도가 해외 딜 수행에 있어 적잖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계열사들과의 협업으로 회사 자체의 성장은 물론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금융 역량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그룹 비금융 매출 성장에 있어서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끈 주역들은 지금도 업계 곳곳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편입 직전부터 1년 간 다올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조병헌 전 대표는 현재 KB증권 IB2총괄본부 전무로서 부동산 프로젝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이듬해까지 재임한 이국형 전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차문현 전 대표는 퇴임 후 헤지펀드 운용사인 알파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겨 활약하다가 얼마 전 자리에서 물러났다.


◇투자·관리 '분리' 선진국형 시스템 장착...제2 도약 '준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조직은 부동산투자본부와 대체투자본부, 전략투자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4개 본부와 기업투자실, 투자솔루션실, 리스크관리실 등 3개 실로 구분돼 있다. 전체 본부·실 산하에 총 17개 팀이 배속돼 있다.

투자 파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본부는 5개 팀으로 구성된 부동산투자본부다. 국내 1세대 부동산 운용 매니저로 손꼽히는 정해성 전무가 부동산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대체투자본부와 전략투자본부 산하에는 각각 3개 팀이 있다. 대체투자본부와 전략투자본부는 각각 김윤호 본부장과 신봉균 본부장이 키를 잡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이끄는 김희석 대표는 케르베로스코리아자산운용 상무를 거쳐 국민연금 운영전략·해외투자실장, 한화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 NH농협금융지주·생명 부사장(CIO)을 지낸 대체투자 전문가다. 농협금융 CIO 시절 대체투자부서를 신설하고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성과를 냈다. 작년 3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하면서 2021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부여 받았다.

김 대표는 투자부문과 투자관리부문이 분리된 지금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조직도를 그린 주인공이다. 그는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실시해 투자관리팀을 따로 설치하고는 딜 소싱부터 클로징까지는 투자팀이 맡고 이후 운용과 관리는 투자관리팀이 책임지도록 했다. 이전까진 딜 소싱부터 클로징 이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투자팀 영역이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시스템에선 직원들이 즉시 성과로 가시화되는 딜 소싱에만 주력하고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선진국에 발맞춰 시스템을 손봤다.

김 대표 외 임원진은 대체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출신이다. 김영일 이사는 하나은행 재무기획부와 경영관리부를 거쳐 현재 하나금융지주 재무기획팀장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기타비상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안선종 이사는 하나은행 커뮤니케이션부와 하나금융지주 커뮤니케이션팀,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하나금융지주 전략총괄 상무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기타비상무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정왕호 감사는 감사원과 예금보험공사에서 정보관리실장과 감사실장, 인사지원부장, 금융정리부장, 기획조정부장 등을 거쳐 하나자산신탁 상근감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감사로 취임했다. 위험관리책임자인 박성철 부장은 외환펀드서비스 출신이다. 전략기획과 재무관리 등 주요 업무집행책임자인 한상영 본부장은 하나은행 대기업영업1본부와 하나은행(중국) 유한공사 등을 거쳤다. 임원 중에선 준법감시인인 임진관 이사만 유일하게 하나금융 계열사가 아닌 한화자산운용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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