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는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 인수를 성사시키며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총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가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나중에는 건자재와 도료 중심의 사업을 벌이던 KCC가 첨단소재 사업에 '올인'했다는 사실이 더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은 반도체 핵심재료 중 하나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도박과 같은 투자는 아니었다. KCC는 이미 20년 전부터 첨단소재기업으로의 탈바꿈을 꿈꾸기 시작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이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KCC는 당시부터 미래 먹거리로 실리콘을 점찍었다. 2003년부터는 실리콘 원료인 모노머를 생산하며 일찌감치 실리콘 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물론 오래 준비하고 기다렸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아직 숫한 난관들이 남아 있다. 우선 실적과 재무상태부터가 걱정이다. 업계서는 모멘티브 인수 당시 KCC가 당장이라도 세계 톱3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모멘티브 스스로도 적자 경영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빌린 자금 탓에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과는 별개로 KCC가 마주한 진짜 난관은 재무제표에 기록되지 않는 것들이란 얘기가 나온다. 세계 최초로 산업용 실리콘을 생산한 모멘티브의 자존심 탓에 기싸움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리콘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멘티브가 재무제표상 종속회사지만 상하관계라는 인식은 없다"며 "KCC가 모멘티브를 선택했다기보다는 모멘티브가 여러 원매자들 중 KCC를 골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를 달라고 해도 늦게 주는 등 기싸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싸움은 향후 기술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KCC는 단순히 모멘티브를 든든한 '캐시카우'로 만들기 위해 인수한 것이 아니다. 기술이전을 통한 하이엔드 실리콘 생산업체로의 변신이 진짜 목표다. 궁극적으로 북미시장은 모멘티브가 담당하고 아시아시장은 KCC가 확대해나가는 식의 구도를 짜고 있다.
KCC가 모멘티브로부터 핵심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았는지 여부는 국내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검증할 전망이다. KCC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실리콘을 납품하려 시도해왔지만 비교적 낮은 인지도와 기술력 탓에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반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업체에 실리콘을 납품한다면 그 이후 아시아시장 공략은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다. 과연 KCC는 모멘티브와의 '기싸움'을 매듭짓고 20년을 꿈꿔온 첨단소재업체 변신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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