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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드러난 IPO관행 명암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20-03-12 14:29:1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과 CCMM빌딩 그랜드볼룸은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찾는 단골 명소다. 400명에 이르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갖췄다. IPO 성사를 좌우하는 큰손 기관투자자들을 한꺼번에 접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작년 IPO기업의 십중팔구는 이곳에서 대규모 기관 IR(기업설명회)을 했다.

이 행사는 IR 종착점인 수요예측 당일에 진행된다. 사실 실익은 크게 없다. 수요예측 수주일 전 주요 기관들에 대해선 원온원(1대1) 미팅방식으로 기업정보를 상세히 전달한다. 집중적인 질의응답도 이어진다. 대규모IR에선 더 전할 게 없다. IPO흥행을 기원하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업계의 오랜 비효율적 관행이다. 400명에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데 수천만원이 든다. 일반투자자IR과 기자간담회도 있다. 홍콩, 싱가포르에서 하는 해외 대규모 IR은 비용이 배로 든다. 인력 소모도 크다.

그런데 이 요식행위를 하지 않아도 '될 곳'은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일깨워 준 사실이다. 올 2월 이후론 대규모 IR이 자취를 감췄다. 기관수요예측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플레이디는 경쟁률 1270대1을 기록했다. 일반 IPO 사상 최대치다. 서울바이오시스(1119대1)와 제이앤티씨(1077대1)도 역대급이었다. 모두 대규모IR을 취소한 발행사다.

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발행사와 투자자간 얼굴을 맞대보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적당한 접대는 발행사 이미지에 도움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에 IPO 시장이 여전히 아날로그적 관행에 얽매여 발전할 기회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새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원온원 미팅까지 화상 IR로 준비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하다보니 이전 보다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면 원온원은 만날 수 있는 기관이 하루 최대 5곳이다. 한번에 2~3시간 씩 소요된다. 화상 IR은 횟수가 배로 늘어날 수 있다.

A증권사 화상IR 방식은 음성을 입힌 프레젠테이션(PT) 파일을 사전에 투자자에게 제공해 정보를 숙지하게 한다. 이후엔 화상으로 질의응답만 기관별로 진행한다. IR 한번에 30분밖에 들지 않는다. 질의응답엔 증권사 대표와 IPO본부장 등 최고위급이 참석한다. 대면 못지 않은 무게감이 있는데 더 효율적이다.

이는 변화의 작은 시작일 수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원격 의료시장이 발달하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의 획기적 IR도 가능하다. 코로나19를 발전 계기로 삼을 때다. 관행 탓에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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