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국민연금"…현대차 주총 외인 반대 무력화 안건 모두 찬성 통과 '지원'…최은수 변호사·김상현 CFO 이사 선임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20 08:30:4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1: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을 통과시키며 순조롭게 주총을 마무리했다. 주총을 앞두고 다수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현대모비스에 이어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도 일부 안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반대의견이 집중된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선임 안건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현대차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국민연금이 외인들의 반대를 넘어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모든 안건에 동의하면서 사측에 힘을 실어줬고 큰 보탬이 됐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올해를 미래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외국계 투자자, 사외이사·사내이사 안건 집중 반대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정기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했다. 의안은 총 5개다.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의 건 등이 포함됐다. 그 후 주요 외국계 투자자들은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밝혔는데, 하루 전(18일) 열린 현대모비스 주총 때처럼 일부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우선 외국계 투자자들은 첫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부터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플로리다연금(SBAFlorida)이 안건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유로는 감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중 BCI를 제외한 3곳은 현대모비스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반대했다.
외국계 투자자가 반대 의견을 가장 많이 표시한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현대차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 변호사이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장인 최은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려 했다. 1호안건에 반대한 BCI, OTPP, SBAFlorida 외에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이 가세해 5곳이 동의하지 않았다. SBAFlorida는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를, OTPP는 성별 다양성 부족을 거론했다.
최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4호의안도 외국계가 가로막으려 했다. 최 변호사의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5곳 중 CPPIB를 제외한 4곳이 감사 선임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체로 독립성 문제를 언급했다. OTPP는 최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기 때문에 감사 선임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 안건에 반대한 곳들도 있다. BCI, CalPERS, CalSTRS, SBAFlorida 4곳이 동의하지 않았다. BCI는 내부의 인물이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BAFlorida는 "후보자가 CFO"라는 점을 거론하며 BCI와 같은 맥락으로 반대했다.
◇국민연금, 현대모비스 이어 현대차 안건 모두 찬성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날 열린 주총에도 현장에 방문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되도록이면 전자투표와 위임을 하도록 부탁했다. 이날 주총장에 직접 방문한 주주는 약 140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전자투표와 위임 등으로 참석 주식 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4%에 해당하는 1억6843만5869주에 달했다.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지분 21.43%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더하면 29%를 넘는다. 주총 안건 중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이 출석하고, 이중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현대차로서는 안건의 안정적인 통과를 위해 다른 주주들의 인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루 전 개최한 현대모비스 주총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큰 힘이 됐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10%가량을 보유해 2대주주다. 현대차그룹 특수관계자의 현대차 지분율을 더하면 40%에 육박하는 만큼 안건 통과가 수월해졌다. 국민연금은 모든 안건에 찬성하면서 사측에 힘을 실어줬다.
◇미래 성장동력 강화·보수한도 안건, 국내외 투자자 이견 없어
국내외 투자자들이 특별한 이견을 보이지 않은 안건도 있었다. 우선 제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은 국민연금뿐아니라 외국계 투자자들도 찬성했다. 이 안건은 정관의 사업목적을 손질하는 내용이다. 사업목적에 '전동화 차량 등 각종차량 충전사업 및 기타 관련사업'을 추가한다. 또 기존의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을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한다.
현대차가 미래 성장동력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인 만큼, 향후 시장 선도와 실적 극대화를 바라는 주주 입장에서는 반대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현대차는 정관 변경 목적으로 "'2025 전략' 발표에서 제시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도 순조롭게 통과됐다. 현대차가 매년 최고한도액 대비 적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 보수 지급 내용은 기존에 사업보고서에서 파악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등의 개정에 따라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지급액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의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은 135억원인데, 작년에 116억원을 지급했다. 올해도 최고한도액을 135억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올해를 미래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점 추진 전략으로 △성공적 신차 런칭을 통한 판매 확대 및 수익 강화 △저성장 기조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원가구조 혁신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실행 본격화 △고객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4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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