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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車판매와 경제위기' 상관관계…‘V곡선' 재현?과거 경제적 충격 후 빠른 회복세, 코로나19 여파 속 고군분투…정부 지원사격 보탬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05 10:06:37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2: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국내 완성차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긴 데 이어 국내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실적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들은 과거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을 때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회복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국내 완성차들의 자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갑작스럽게 생긴 예측불가능한 위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산이 잠잠해진 뒤 과거처럼 'V곡선'을 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2월 판매량 코로나19 '직격탄'

국내 완성차 5개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올해 내수 판매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월 내수 판매량 합계는 8만1722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쳤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8만대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의 10만4307대보다 21.7% 감소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9만9602대로 전년 동월의 11만7464대보다 15.2% 줄었다. 2월까지의 누적은 18만1324대로 18.2% 감소했다.

우선 현대차의 올해 2월 국내 판매량은 3만9290대로 전년 동월보다 26.4% 줄었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 4만대를 넘지 못한 것은 2005년 2월의 3만4219대 이후 15년만이다. 앞서 올해 1월에는 4만7591대로 전년 동월보다 21.3% 감소했고, 2012년 1월의 4만5186대 이후 최저치다. 2월 누적으로는 8만6881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7% 줄었다. 2009년의 8만244대 이후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출처: 각사 발표, 단위: 대, %

다른 완성차 모두 예외 없이 2월 내수 판매량이 줄었다. 기아차는 2만8681대로 전년 동월보다 13.7% 감소했다. 기아차가 2월에 3만대 이하를 나타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쌍용차는 5100대를 팔아 32.7% 줄었다. 한국지엠은 4978대, 르노삼성은 3673대로 각각 3.8%, 25.4% 감소했다.

기아차와 쌍용차, 르노삼성은 올해 1월에도 전년 동월보다 각각 2.5%, 36.8%, 16.8% 줄었다. 2월에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부진이 겹치면서 고심이 깊어졌다. 한국지엠은 1월에 0.9% 신장하면서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세계적 위기 정면돌파, 'V자' 회복 경험…빠른 회복 가능성

최근 20여년간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이 있었던 때는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다수의 기업이 도산하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완성차들의 판매량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은 국가 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다시 판매량을 늘리며 빠르게 회복하는 데 성공했었다.

먼저 1997년 여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연쇄적인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은 같은 해 12월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IMF 관리 체제를 시작했다.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월 사이에 약 3000여개의 기업이 도산하면서 국내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

1998년 1월 국내 완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4만5073대, 2월에는 4만9120대로 각각 전년 동월의 2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과 2월에 7만대 수준으로 반등했다. 2000년 1월과 2월에는 각각 11만대, 10만대를 돌파하면서 IMF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회복 속도가 더 빨랐다. 2007년 4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표면에 드러났고 HSBC, CAN, AIG, GM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 후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이 이어졌고, 2009년에 미국 정부는 금융안정정책을 발표하는 등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고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완성차 판매량의 경우 2009년초에 줄었다. 같은 해 1월에 7만3874대, 2월에 8만7903대를 팔았다. 전년 동월보다 각각 24.1%, 4.6% 감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반등하면서 저력을 보였다. 2010년 1월과 2월에 각각 11만대, 10만대를 웃돌았다. 2011년에는 각각 12만대, 10만대를 상회하면서 회복세를 이어갔다.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단위: 대

대규모 경제위기가 발생한 뒤 완성차업체 대부분의 내수 판매량이 회복됐지만,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의 맏형인 현대차의 판매량 증가가 전체적인 회복세를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의 1998년 1~2월 누적 내수 판매는 3만7966대로 전년 동기 7만8145대의 2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1999년 6만대를 넘고, 2000년에 10만대를 웃돌면서 부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1~2월 누적 내수 판매는 8만244대로 전년 동기보다 19.5% 줄었다. 하지만 2010년에 전년 동기보다 35.5% 급증한 10만8755대를 기록했다. 2011년에도 10만대를 넘었다. IMF외환위기 때보다 타격을 덜 받았고 회복도 더 빨리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급격하게 치고 올라가면서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단위: 대

이번 코로나19 파장은 외부에서 예측하기 어려움 위험이 불거진 것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들의 자체적인 내부 문제로 인한 부진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 차질,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현재까지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올해 1월에는 4만4143대, 2월에는 5만4600대로 전년 동월보다 각각 5.1%, 15.8% 증가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로 선전하고 있다. 1월에는 4만355대, 2월에는 5만2177대로 각각 8.0%, 20.2% 늘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줄면서 판매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 순조롭게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자동차 소비 심리 회복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출시한 ‘XM3’의 사전계약 시작 12일만에 계약대수 5500대를 달성했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온라인 청약 채널을 구축했는데 코로나19로 매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비대면 마케팅 전략으로 온라인 사전 계약 21.3%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확진자 증가 폭이 둔화되고 사태가 잠잠해지기 시작해 다시 국내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 완성차 내수 판매량도 반등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소비자가 모든 승용차를 구매할 때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는 시기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내수 판매량 회복의 변수다. 또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멈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다른 해외 국가에서 확진자들이 급증해 경기가 얼어붙으면 해외 판매량은 물론 다시 역으로 내수 판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수요가 감소세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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