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크레딧발 주가 급등락…환리스크 재조명 26% 하락 후 24% 상승…2.3조 외화단기차입 탓, 과도한 우려 해석
이경주 기자공개 2020-03-24 13:40:2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AA0) 주가가 크레딧(신용등급) 우려 탓에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최근 상한가와 하한가 수준의 급등락세를 보였는데 실적이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 2조원이 넘는 외화단기채무가 문제였다.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CJ제일제당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달러 품귀현상으로 외화 채무를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다. 다행히 한국과 미국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며 주가는 하루 만에 다시 안정화 됐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 크레딧과 환리스크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평가했다. 주식 투자자들 우려가 과도했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 의견이다.
◇19일 26.2% 급락…원달러 환율 폭등 탓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15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21만원)에 비해 26.2% 하락한 가격이다. 하한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 전반이 하락장세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낙폭이 유독 두드러졌다는 것이 기관투자자 설명이다.
실적 문제는 아니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업계 대장주다. 코로나19 파장이 지속된다 해도 실적 충격은 크지 않다. 소비자들이 먹는 것을 줄이진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요 기관들은 경기방어주로 분류해 일정 비율로 CJ제일제당 주식을 담아 왔다.
원인은 외화채무(크레딧)로 지적됐다. 이날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회수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 조짐을 보였을 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환율이 1290원을 넘었다.
CJ제일제당은 외화채무 비중이 높아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기관들 사이에 퍼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기준 단기성차입금이 3조2920억원인데, 이중 외화차입금과 회사채가 2조3115억원으로 70.2%에 이른다.
일반적 경기침체 국면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자율을 높여 외화채무를 연장하거나 연장이 안 될 경우 국내 회사채를 발행해 충당하면 된다. 원화로 달러를 구입해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이 우량한 AA급에서도 포스파워가 미달을 기록하면서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가 됐다. CJ제일제당은 신용평가사 한 곳(한기평)으로부터 부정적 아웃룩을 받고 있어 투심이 다른 AA급보다 열위하다. 최악의 경우 국내 회사채 발행이 부진해 외화채무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더불어 외화채무로 인한 환차손과 원재료 수급비용 상승도 우려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과 바이오사업에 필요한 원재료를 대다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원재료 수입액은 1조1247억원이다. 달러로 비용을 치르는 원재료가 많을수록 원가가 상승한다.
한 기관투자자는 “CJ제일제당에 투자한 이후 이런 낙폭은 처음 경험해 본다”며 “외화채무와 크레딧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직결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19일 24% 하락을 기록한 대한항공과 거의 같은 취급을 받았다”며 “대한항공(BBB+)은 비우량채라는 한계가 있지만 CJ제일제당은 신용도가 우수함에도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환리스크 재점검 계기…신평사 “우려 과했다”
다행히 주가는 하루 만에 회복됐다. 19일 장마감 직후 한국과 미국간 600억달러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덕이다. 20일 종가는 18만8000원으로 전일보다 21.3% 상승했다.
CJ제일제당 주가 급등락은 크레딧과 환리스크를 재검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들은 주식 시장 우려가 과도했다고 분석했다.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최악의 국면이 아니고서야 외화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A 신평사 관계자는 “AA급 국내 회사채 발행은 우려와 달리 금리 조건을 높이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외화채무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경우 원화(회사채)로 달러를 구매해 갚으면 된다. 조달비용이 높아질 순 있어도 디폴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달러 유동성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AA로 약 4000억달러 규모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여기에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가 600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안정성이 더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원재료 비용상승 문제도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소비침체로 원재료 수요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원달러환율로 인한 비용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이다.
CJ제일제당도 적극적 오해 불식에 나섰다. 달러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화채무를 달러로 바로 갚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파장으로 미국 내 냉동식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업구조가 글로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달러화 매출 비중이 지난해 55%를 기록했다”며 “오히려 달러환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의 경우 코로나 확산 이후 냉동식품 판매가 크게 늘었고, 특히 피자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며 생산량을 최대치로 올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수입 원재료도 달러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통상 6~9개월 전 선물 거래 통해 안정적인 가격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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