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IPO, 관심 '뜨뜻미지근'…치킨게임 '현재 진행형' 대형 증권사, 상장주관사 재선정 관망…이커머스 시장, 사업 여건 '불확실'
양정우 기자공개 2020-04-02 15:1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기업공개(IPO)에 나섰지만 IB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조 단위 밸류로 IPO에 나설 기업인데 대형 증권사가 좀처럼 주관사 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국내 이커머스의 시초인 소셜 커머스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뒤로 10여 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승자 독식 체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치킨게임의 여건이 더 혹독해질 전망이다.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팽팽한 경쟁 구도에 자금력을 지닌 유통 공룡까지 뛰어들고 있다.
◇'조 단위' 티몬, 한산한 IPO 주관 경쟁…PEF 최대주주 딜, 밸류에이션 한계
최근 티몬은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삼성증권이 기존 상장주관사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 증권사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상장 밸류가 조 단위로 가늠되는 딜은 늘상 뜨거운 관심 속에 주관사 경쟁이 이뤄진다.
시장 관계자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못 받은 대형사까지 주관사 자리에 사활을 걸었다"며 "반면 티몬은 RFP를 수령한 증권사 가운데 제안서를 내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IB업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건 결국 밸류에이션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상장예비기업은 증권업계의 주관사 입찰제안서, 최종 IPO 파트너의 평가 등을 토대로 상장 밸류를 조율해 나간다.
하지만 티몬 IPO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최대 주주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인 탓에 밸류 산정에 한계가 있다. 이들 PEF는 운용 펀드의 회수수익률을 감안해야 하기에 티몬의 상장 밸류엔 최저 마지노선이 있다. 상장주관사는 밸류에이션 재량에 큰 제약이 있는 셈이다.
앞으로 티몬의 상장주관사는 IPO 완주 여부를 떠나 인적 물적 비용을 꾸준히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상장 밸류의 하한이 고정돼 있어 대내외 이슈에 맞춰 몸값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 티몬 목표 밸류와 증권사 내부 적정가의 괴리가 크다면 애당초 손을 대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이 나온다. 티몬의 상장 밸류는 1조5000억~2조원 정도로 거론된다.
◇이커머스 치킨게임, 보이지 않는 출구…롯데·신세계 등 유통 공룡 '가세'
티몬이 수익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핫'한 기업이면 증권사도 밸류 산정의 한계를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IPO는 섣불리 총액인수를 떠안기에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10년째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지만 이커머스 기업은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다. 온쇼핑의 고속 성장 속에서도 주도권을 잡고자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싸고 티몬과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출신 기업과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쓰고 있고, 물류나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대대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티몬의 매출액과 영업적자는 각각 5006억원, 1278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존 유통시장의 큰 축인 롯데그룹(온라인 채널 롯데온)과 신세계그룹(SSG닷컴)도 출사표를 던졌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온라인 쇼핑 시대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유통업계를 양분해온 롯데와 신세계마저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이커머스 출사표는 영역 확장이 아닌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 승자 독식으로 결말을 맺을지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에선 승자 삼성전자가 투여 자본을 훨씬 웃도는 이익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첨단 기술 등 진입 장벽이 매우 견고하다. 이커머스 역시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스타트를 끊는 데 큰 장벽이 없다. 자금력을 갖춘 롯데와 신세계가 이커머스 전쟁에 화력을 집중하면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티몬은 아직 수익에 한계가 있는 이커머스 기업인 만큼 코스닥 특례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특례 상장 트랙에 따라 상장주관사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 부담까지 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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