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 롯데푸드가 등판한다. 180도 바뀐 시장 상황에 맞게 모든 게 달라졌다. 공모 계획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수요예측 일정, 모집액, 희망금리밴드, 트렌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단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대표주관사를 포함해 인수단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이다. 여전히 15bp를 유지했다. 모집액이 줄면서 사실상 증권사가 손에 넣는 액수는 절반 넘게 줄었다. 한 증권사당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2200만원 수준을 받게 된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투자자를 설득하고 모집하는 데 더 많은 품을 팔아야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오히려 전보다 못해진 셈이다.
설상가상 올해는 유독 수수료율을 낮추는 발행사가 늘고 있다. 1분기 딜을 마친 HK이노엔, 한국타이어, 여천NCC, 동원산업 등 발행사들이 증권사에 대한 보상을 일제히 줄였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내에서 주관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지만 보수는 역행한다.
저가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묵은 과제이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딜에 목마른 IB가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점도 낮은 요율이 고착화되는 데 일조했다.
을(乙)에 선 증권사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율 개선을 위해 열쇠를 쥔 쪽은 발행사에 가깝다.
단순히 발행사에게 희생을 강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과연 발행사에게 수수료는 비용일 뿐일까. 발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조달금리다. 결국 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IB에 성과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수수료는 딜 성과와 무관치 않다'는 IB업계의 얘기와 동일한 맥락이다.
IB가 선호하는 딜 역시 높은 수수료와 상관관계가 크다. SK, LG그룹 딜이 대표적이다. 이들 그룹 내 회사채 수수료율은 통상 30bp다. 15bp 요율에도 못 미치는 딜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많게는 두 배 이상 벌 수 있는 셈이다. 결과가 좋아 증액할 경우 보수는 늘게 되고 다음 딜을 따내는 데도 유리하다. IB측에서도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수료는 발행사와 IB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에 중요한 요인이다.
4월, 회사채 시장의 성수기가 시작됐다. 한껏 위축된 투심 탓에 IB역할이 더 막중해진 때다. 딜이 몰리면서 IB의 집중이 흩어지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소홀해질 수 있는 딜의 첫 번째 기준 역시 보수가 아닐까. 어쩌면 주관사에 대한 예우야말로 발행사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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