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현대건설기계, 9000억대 잉여금 활용 미결 숙제중장비 사업 성숙기 진입…우량 재무구조 이면에 주식발행초과금, 자사주 활용 관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03 08:11:2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에 있어 현금은 부족해도 문제, 많아도 문제다. 현금이 부족해지면 당장 유동성을 걱정해야 한다. 기업은 외부자본을 적절하게 활용해 영업활동을 하는 만큼 현금흐름과 유동성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현금을 많이 쌓아도 문제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곳간에 현금만 쌓으면 기업가치에 부정적이다.영업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 현금 보유에 대한 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자금 보유력이 높아 재무구조는 우수하게 유지되지만, 투자를 못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로부터 조달한 자본과 영업을 통해 획득한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최대의 수익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적정 규모의 보유현금을 유지하는 건 CFO의 고민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장비 계열사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때 분사된 계열사다. 당시 개편으로 중장비 사업은 전문화됐고,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에 반해 자금 보유력이 지나치게 높은 점은 미결 과제다.
현대건설기계가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매출 1조9658억원, 영업이익은 413억원(영업이익률 2.1%)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920억원)보다 55%(506억원) 감소했다.
국내와 해외시장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만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했다. 미국과 인도, 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의 매출이 줄었고, 일부 법인은 적자로 전환했다. 눈에 띄는 점은 투하자본수익률(ROIC)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중후장대'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투하자본이 크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아야만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
2018년 ROIC는 8.1%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4.8%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4%에서 0.2%로, 총자산순이익률(ROA)는 5.2%에서 1.6%까지 떨어졌다. 이들 지표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주로 최고경영자와 CFO가 눈여겨 보는 지표들이다. 이는 곧 회사의 자본과 자산이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데 반해 현금보유력은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유보율은 966.1%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에서 분사된 이후 유보율은 지속적으로 1000%에 육박했다. 유보율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유보율이 높을 수록 기업의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현금보유력이 우수하다.
반대로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투자기회가 적고, 투하자본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건설기계의 유보율이 높은 건 주식발행초과금 때문이다.
주식발행초과금은 회사를 설립할 때 주식의 액면금액을 초과해 납입된 금액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면서 9450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을 쌓았다. 납입자본금은 493억원에 불과했지만 자본총계가 1조원을 넘었던 이유도 주식발행초과금 때문이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2000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에 적립했다. 이후 이익잉여금은 2835억원으로 급증했다. 현행 상법은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으로 결손을 보전하거나 자본금에 적립하는 것 외에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면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의 1.5배 이내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
자본잉여금 활용을 보수적으로 제한한 이유는 잉여금이 주주로부터 조달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현대건설기계가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쏠려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대표이사의 급여 또는 상여로 지급하거나 특허를 발굴해 양수도할 수 있다. 현금이 없는 기업이라면 자본에 편입 후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건설기계는 세가지 경우 모두 가능성이 크지 않다. 남은 대안은 자사주를 발행 후 일정기간 후 소각하는 것이 그나마 유력한 대안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자금을 확보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업상황과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으면 이로 인한 이득을 취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해소 방안을 두고 적잖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도 1조원에 육박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잉여금을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의 CFO는 권기형 경영본부장(전무)이다. 권 전무는 1966년생으로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했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를 거쳐 2018년 현대건설기계로 전입했다. 주로 재무 부문에서 근무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배당정책은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예측 가능한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2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적립했음에도 적자로 인해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주주가치와 잉여금 모두 권 전무에게 고민일 수밖에 없는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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