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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불거지는 정유 4사, 유동성 현황은 당좌비율 현대오일뱅크 최저…'전례 없는 위기'에 현금흐름 말라

박기수 기자공개 2020-04-14 09:25:3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가 남아돈다. 가격이 내리꽂혔다. 이런 적이 2010년 중반에도 있었다. 당시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다만 그때는 내려간 가격만큼 수요가 폭발했다. 정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제마진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때보다 유가가 더 내려갔지만 사람들은 기름을 찾지 않는다. 남는 기름을 감당할 수 없어 유조선까지 띄우려 했지만 정부가 저장 탱크를 빌려줘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정유사들의 주요 고객인 항공사들은 이미 백기를 들었다. 직원 월급도 못 주는데 정유사들 대금 치를 능력은 더더욱 없다. 그 부실은 이제 모두 정유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최근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들의 '현실'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 입에서는 '부도 걱정'이라는 단어까지 나온다. 재고가 쌓이고 현금흐름이 꽉 막힌 상황에서 헤지(Hedge)조차 큰 의미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곧 실시할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정유사들의 손실 폭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예단한 정유 4사들의 올해 1분기 적자분만 약 3조원이다.

당장의 유동성은 어떨까.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정유 4사의 당좌비율을 살펴봤다. 당좌비율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과 매출채권의 합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당좌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의 잣대 중 하나인 유동비율과 함께 유동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다만 유동비율의 경우 보유 중인 원유 등 현금화하기 힘든 재고자산을 포함한 값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유동성을 평가할 만한 잣대로 보기는 힘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 4사 중 당좌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24.9%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연결 기준으로 해도 428억원에 그친다. GS칼텍스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유동부채는 4조867억원이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는 가뜩이나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관련 인수로 현금 유출 요인이 많다. 이래저래 지표상으로는 숨이 목까지 차오른 곳이 바로 현대오일뱅크다.

에쓰오일도 당좌비율 32.5%로 유동성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에쓰오일의 현금성자산은 5553억원이다. 에쓰오일 역시 '단군 이래 최대 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 석유화학 단지 건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대적인 현금 유출이 예고돼있던 상황에서 정유 산업의 시황이 극도로 악화하자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앞선 두 곳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이들 역시 걱정이 없진 않다. 각 사의 지난해 말 당좌비율은 각각 55.3%, 73%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한 정유사들은 기업어음(CP)까지 발행하면서 현금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 SK에너지는 지난 달 8750억원의 CP를, 현대오일뱅크는 78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차입 부담도는 어떨까. 돈을 벌어야 은행 빚을 갚는데 심지어 덩치에 걸맞게 차입금 규모도 커 이자도 못 갚게 생겼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지도 미지수다.

정유 4사 중 지난해 말 기준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가장 많은 곳은 에쓰오일로 총 6조692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자비용은 1864억원이다. 다음으로 차입금이 많은 정유사는 GS칼텍스(4조9923억원), 현대오일뱅크(4조3516억원), SK에너지(3조4959억원)다. 각각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1309억원, 1414억원, 1371억원을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손익을 차치하고 현금흐름이 급한 상황에서 이자 상환도 힘들어질 수 있다"라면서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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