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desk]코로나 백신 '실패'를 주목한다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20-04-16 08:14:2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쯤 마무리될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긴 쉽지 않다. 처음 겪는 팬데믹 상황에 누구도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

한달이면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찬 기대부터 최종 종식까진 수년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더벨이 전문가 집단에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선 '6개월은 소요될 것'(40%)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1년이내(28%), 1년이상(12%)이란 응답을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려면 치료제는 물론이고 백신 개발까지 완료돼야 한다.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조기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그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엔 수 많은 기업들이 뛰어 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를 포함해 줄기세포 치료제, 항암제 개발 회사들까지 나섰다. SK바이오나 녹십자 등 백신 개발 노하우가 축적된 회사도 있지만 테마주에 편승하려는 급조된 백신 개발회사도 눈에 띈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와 실제 가능성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백신 개발엔 막대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균'을 주입해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다. 병에 걸린 사람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약에 매달린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균을 집어 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만에 하나 있을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선 수백억, 수천억원의 임상 비용이 소요된다. 임상에 참여할 환자를 찾고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일은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백신 개발은 이보다 더 까다롭고 임상 데이터도 많이 축적해야 한다.

최근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 및 병원 합동회의'에선 정부는 2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예고한 지원금 2100억원은 한두 회사의 임상 비용을 충당할 규모 정도다. 적은 금액도 아니지만 수십군데에 나눠서 지원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긴 힘들다.

더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실패' 확률이다. 바이오 업계에선 '실패하더라도 책임은 묻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약 개발은 실패를 염두에 둔 투자다. 신약 물질을 발굴해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데까지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단계마다 5~10% 성공확률을 보인다. 모든 단계를 통과한 성공 확률은 0.5% 미만으로 본다. 1000곳이 도전하면 후하게 쳐서 5곳만 성공의 문턱을 오른다. 신약 효능은 확인하더라도 개발 시점이 늦으면 경쟁사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0.5%의 확률도 후하게 쳐준 숫자다.

백신 개발도 신약개발에 못지 않다. 수십개 기업이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중 성공할 회사는 하나가 될까말까다.

정부가 '백신 개발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패한 기업들에게도 지원금을 줄 지 의문이다. 백신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의미의 지원금이라면 사실 무용지물이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 회사라면 정부 지원금에 앞서 수 많은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곳은 백신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한 곳이다. 백신(혹은 신약) 개발에 실패해도 노하우를 축적하고 또 다른 분야에서 성공 모델을 찾는 게 바이오 생태계다. 물론 주가 관리를 위해 백신 개발에 편승한 곳이라면 걸러내야 한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 최선을 다하다가 막판에 실패한 곳이라면 성공 기업보다 먼저 지원을 해주는 게 맞다.

한국은 기업가에겐 가혹하게 실패의 책임을 묻는다.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사재'부터 출연하라는 압박이 가해진다. 그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기 보단 실패의 기록을 꼼꼼하게 남기도록 하는 게 더 의미있다.

코로나19에 도전하는 수 많은 실패 예정 기업들에게 기록을 남기도록 보상을 해준다면 한국 바이오 산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