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은행일까 핀테크일까...글로벌 피어그룹 PBR 주목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상장 사례...국내 은행주 PBR 0.3배 적용 무리
김현정 기자공개 2020-04-21 09:36:1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일까 핀테크회사일까.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IB업계에 던져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 산출 시 국내 은행 PBR을 적용하는게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카카오뱅크의 높은 성장성과 시장지배력을 고려한다면 국내 정통 은행의 밸류에이션 산출 기준을 넘어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장 사례가 전무한 만큼 해외로 피어그룹을 넓혀봤을 때에도 PBR 1.8~12배까지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은행 PBR 0.3~0.4배...카카오뱅크 적정가치 반영하나
카카오뱅크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단연코 IPO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부터 상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왔다. 은행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출범 후 9대 주주사간 협의를 통해 유상증자로 자금조달을 해결해왔지만 흑자전환을 이룬 뒤에는 IPO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순이익을 낸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IPO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시장의 관심은 과연 카카오뱅크가 얼마의 가치로 인정받을 것인가이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의 출발부터가 난해하다. 어느 업권의 PBR을 적용받아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원래 금융 업종의 상장 밸류를 짜는 로직은 정형화돼 있다. 사업 구조상 자산규모에 기업가치가 그대로 녹아있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토대로 평가한다. 이미 상장한 금융사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위한 피어그룹도 손쉽게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에 피어그룹을 은행업으로 설정해 정통 은행업의 PBR을 갖다 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은행·은행지주회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7배다. 은행업종 대표지수인 KRX은행 역시 PBR 0.27배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전체적으로 PBR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말 기준을 끌고 와도 0.41배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업의 PBR(지난해 말 기준)을 적용해 현재 자본 그대로 카카오뱅크가 상장한다면 시가총액(자본총계×PBR)은 6883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카카오뱅크의 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787억원이다. 2000년대 초 은행지주사들이 상장했을 때 PBR 1.05배~1.6배가량을 적용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는 20년 전 은행들의 장부가만큼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전포인트, 카카오뱅크의 에쿼티 스토리
이렇게 카카오뱅크의 주식의 가치를 순자산가치 대비 40%밖에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배구조 정비와 흑자전환 등 상장을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된 것은 물론 국내 최대 금융 플랫폼으로서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까지 갖췄다는 평이다.
7~8년 이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하곤 하는 해외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에 순이익을 냈다. 이자순익이 꾸준히 증가했고 수수료 수입 확대에 따라 비이자순익의 적자 폭이 빠르게 감소했다. ‘돈을 버는 핀테크기업’은 국내를 비롯, 해외로 사례를 펼쳐봐도 그리 많지가 않다.
카카오뱅크의 시장 지배력은 가파른 대출 성장으로 입증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금은 2017년 12월 말 4조6218억원에서 2018년 9조826억원으로 늘어났고 2019년 말 14조8803억원까지 불어났다.
법인 고객 없는 카카오뱅크가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카카오톡이라는 엄청난 고객모집 플랫폼에 있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플랫폼 아래 다양한 계열사들과의 정보 공유 및 상호 작용을 통해 혁신 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많은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여전히 은행이라는 틀에 묶여 있다는 지적을 받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 기업금융으로 사업을 확대할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다는 점에서 레벌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 밸류에이션 사례는?
해외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은행보다 훨씬 높은 PBR을 인정받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 전문 은행인 'WeBank'의 경우 2018년 말 소수지분 매각 당시 기업가치로 PBR 12배가 책정되기도 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인 SBI스미신넷은행(SBI Shumishin Net Bank)은 2007년 출범 이후 13년 만에 IPO를 준비하고 있다. SBI스미신넷은행 역시 일본에서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공개 사례가 될 예정인데 현지 애널리스트들이 바라보는 기업가치는 4조원 가량이다. SBI스미신넷은행의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1조3030억원임을 감안하면 PBR이 약 3.1배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증권사를 넘어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를 잡은 미국의 찰스 스왑(Charles Schwab)의 경우 1987년 상장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PBR을 살펴보면 3배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세븐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PBR이 1.6배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익을 많이 못 내고 누적손실이 있어도 전통은행보다 훨씬 높은 PBR을 인정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IPO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브라질의 누뱅크는 지난해 782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밸류에이션은 12조원 가량으로 측정됐다. 미국의 디지털뱅크인 차임(Chime) 역시 지난해 적자를 냈지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기업가치가 6조원으로 분석된다.
다만 상장된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앨리 파이낸셜(Ally Financial)은 최근 PBR이 0.84배로 나타나는 등 다른 시중은행 및 적정가치에 비해 할인된 구간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OE가 시중은행 대비 낮으며 이익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질이 혁신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라 할지라도 확실한 성장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라며 "카카오뱅크의 경우 확실한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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