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주식총수 확대'로 본 '중공업' 자본변화 시나리오는'기업 분할·오너 사재출연·3자배정 증자' 염두 가능성…산업은행 CB 지원 암시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16 08:18:4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자본확충 방안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크게 늘렸다.발행주식총수 확대는 기본적으로 주식 수를 늘리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의 분할 형태에 따라 두산그룹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을 거느린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향후 유상증자 등에 나설 것을 고려해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지난달 30일 열린 주총에서 의결했다. 기존 4억주였던 발행주식 총수를 20억주로 늘렸다. 이에 따라 기존 2조원이었던 두산중공업의 자본금 한도는 5배인 1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의 액면가는 5000원이다. 발행주식총수 확대는 액면분할이나 감자 등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지만 자금 수혈이 긴요한 두산중공업의 경우 자본금 확충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또 발행주식총수 확대와 함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도 각각 기존 대비 4배 확대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경영악화로 위기 상황에 놓인 두산중공업이 자본변화에 대비해 정관을 사전에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위기 상황에 놓인 자회사를 위해 모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에 나서는 일은 종종 있다. 두산중공업의 발행주식총수 한도 확대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구안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현재까지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2억414만6875주다. 감자 등을 감안한 발행주식 총수는 2억214만6875주로, 정관 변경 이전 발행할 주식 수(4억주)를 감안해도 추가적인 주식 발행에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5배까지 확대한 것은 정관 변경 당시 향후 채권단과의 논의를 거쳐 구조조정 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두산중공업 지분 최대주주로 34.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조 단위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
이를 감안해 채권단이 압박하고 있는 것은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두산 이외에 지난해 인적분할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어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두산건설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자금 등을 활용해 두산중공업 제3자 배정 형태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 자체적으로 해결이 안될 경우 재무적투자자(FI) 등 외부 자금 유치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옵션과 맞물려 언급되는 가능성은 두산중공업의 분할이다.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발전부문 등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 수혈이 긴요한 사업회사만 별도로 자금확충에 나설 수 있다.
산업은행이 직접적으로 사업회사에 자본금을 확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자구안을 제출한 이후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행 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 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례에서 보듯 전환사채 투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별도로 분리한 투자부문의 추가 자금 유치 가능성도 높다. FI가 두산중공업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성장동력을 상실한 사업부문보다는 투자부문에 거는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두산이 투자부문 구주매각이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병행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그 자금을 사업부문에 투자할 여지도 있다.
물적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포기하는 경우다. 100% 자회사로 분사한 이후 매각하는 시나리오다. 물론 인적분할을 통한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크게 늘린 것으로 미뤄볼 때 물적분할을 통한 매각보다는 인적분할을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인적분할에 나설 경우 두산그룹 지배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이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두산건설 등을 거느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질 경우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건설 등을 거느리던 직렬식 구조는 ㈜두산 중심의 병렬식 지배구조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주식총수 한도를 미리 확대한 것으로 볼 때 대규모 자본 변화는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두산중공업 분할 형태에 따라 자본확충 구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