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리포트]제룡전기, 변압기 외길에 반복된 위기경인전선개발로 시작한 중전기기업체…반복된 적자 해소가 관건
윤필호 기자공개 2020-04-21 08:33:00
[편집자주]
전력산업은 오랜 기간 국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며 경제의 토대를 세우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국내 전력, 통신망 구축의 일단락 이후 신규수요가 줄고 유지보수, 대체수요 등에 의지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성장동력 모색에 나선 전력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룡전기는 국내 최초로 저손실형 주상변압기를 개발한 업체다. 가정용 변압기인 주상변압기부터 유압변압기, 고압변압기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변압기는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전력 인프라가 확장되는 와중엔 빠른 성장이 가능했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중단되면 실적이 급감하는 악순환을 보였다.
제룡전기는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신기술로 난제를 극복했다.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며 외형 성장을 일궜고 2011년 인적분할 이후 사업 집중도를 높여 실적 성과를 이뤘다. 경쟁은 심해지고 시장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체된 실적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인적분할 승부수 먹혔다
제룡전기는 1986년 경인전선개발로 설립됐다. 중전기기 전문 제조업체로 대표적인 제품으로 배전기기와 금구류 등이 있다. 설립 2년 만인 1988년 상호를 제룡산업으로 바꿨고 IMF 외환위기가 한참인 199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력 제품인 변압기는 꾸준한 개발을 통해 갖춘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제룡전기는 1993년 국내 최초로 저손실형 주상변압기를 개발해 생산에 들어간 이래로 꾸준히 기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주상변압기는 교류 배전선의 6000V 고압을 일반 가정용인 100~200V 저압으로 낮춰 공급하는데 필요한 장치를 말한다.
1997년엔 아몰퍼스 유입변압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아몰퍼스 변압기는 변압기 운전중에 발생하는 손실 경감을 위해 아몰퍼스합금을 이용한 자성재료를 활용한 변압기를 말한다.
2011년은 분기점이었다. 당시 중전기기 업계는 건설경기 침체와 공공기관의 설비투자 감소, 국내 시장의 경쟁 과열의 삼중고로 수익성 저하를 기록했다. 제룡산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중전기기 부문은 제룡전기, 금속·합성수지 부문은 제룡산업이 영위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사업구조의 단순화, 전문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각각 회사에 경영 관리를 집중해 독자적 발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중전기기 부문을 남긴 제룡전기는 제품의 원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분할 전부터 운영하던 변압기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설계 기술을 개선시키고 실제로 상당 수준의 원가 절감을 이뤘다. 변압기를 땅속에 묻어 통행자 안전과 상권 침해를 예방하는 매설형 변압기(SIDT)와 고압 배전 회로의 개폐 동작 과부하 보호용으로 사용하는 배전용 컷 오브 스위치(COS), 피뢰기와 개폐기 등 신규 제품은 양산에 들어갔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확장에 나섰다. 기존 미국과 일본, 이란, 인도네시아 등 수출국에 더해 아시아, 중동 지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2012년부터 IEEE, 하노버 전시회 등 국제박람회에 참가해 네트워크를 넓혔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으로 실적 반전을 이뤘다. 2011년 매출액 323억원, 영업손실 5억원이었던 실적은 이듬해 매출액 408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 매출액은 573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까지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9%까지 끌어올렸다. 2015년에도 매출액 634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는데 특히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7% 증가한 107억원을 찍었다.
◇또 한번의 위기…결국은 '기술'
2016년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중전기기 업계에서 선진국의 견제가 커지기 시작했고 신흥개도국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수주 물량 감소와 수익률 하락을 겪었다. 당시 제룡전기는 매출이 감소를 만회하고자 신제품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매달렸고 이익구조는 더 악화됐다.
2016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1% 감소한 399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 4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결국 해답은 기술력이었다. 제룡전기는 자체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매출액 대비 5% 안팎의 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2016년은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내진 성능을 갖춘 제품의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기존 변압기는 지진이 발생하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됐다. 그해 국내 최초로 내진형 변압기 개발에 성공했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그동안 별도로 지진을 대비한 지지대를 설치해야 했지만 내진형 변압기는 내진 핵심 기술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아울러 170kV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처음으로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GIS는 발전소, 변전소에 설치되는 전력 설비의 주 보호장치로 과도한 전류를 차단시켜 전력계통을 보호한다. 이는 제룡전기가 초고압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내진형 변압기 양산에 들어갔고 170kV GIS, 고효율 주상변압기 등을 생산하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꾀했다. 2017년 영업손실 12억원으로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적자가 이어졌지만 2018년 다시 영업이익 2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2018년 역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비관세 장벽에 따른 통상마찰 심화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정체기를 보였다.
지난해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가 확대 추세를 보였지만 중동 국가들의 프로젝트 발주 지연 등의 영향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서도 고객사인 공공기관의 발주 물량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 등 악재가 잇따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6.4%, 107.1% 증가한 452억원, 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제룡전기는 꾸준히 신규 제품 판매를 늘려 실적 개선을 이끌어가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제룡전기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재무 상태를 유지하며 기술 확보를 위한 힘을 비축했다. 2014년 말부터 부채비율은 꾸준히 10%대를 이어갔는데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2017년 말 17.7%에서 2018년 말 15.1%, 지난해 말 14.7%로 낮췄다. 수익 개선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3억원 플러스 유입을 기록했다. 덕분에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전년 대비 128% 늘어난 169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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