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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를 움직이는 사람들]M&A로 확장한 영토, 지배구조 개편 막 올랐다①오너 3세 주지홍 시대 '정조준', 사업효율화 '한창'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27 07:30:25

[편집자주]

수산기업으로 시작해 국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한 사조그룹은 현재 오너3세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가운데 경영효율화를 위한 수직계열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룹의 성장과 변화 그 중심에는 주요 임원을 맡은 조력자들의 공로가 녹아 있다. 더벨은 사조그룹의 핵심 조직과 함께 주요 경영진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은 사조참치, 사조해표 식용유, 사조대림 어묵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식품업계에서는 '은둔의 기업'으로 통한다. 그만큼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동종업계와 달리 원양수산업에 모태를 두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종합식품사로 발전해온 성장사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소비자와 시장 전면에 나설 유인이 적은 B2B(기업간거래) 기업의 유전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조그룹이 복잡한 순환출자와 폐쇄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비판에서 한발 비껴서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사조그룹이 최근 잇따라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년간 줄곧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영토를 확장해온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사업 효율화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작년 6월 합병 사조대림 출범을 기점으로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이어가는 한편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사장의 지분 변화도 눈에 띈다. 사조그룹은 어떤 미래를 그리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2세 주진우 회장, M&A로 중견 식품그룹 건설

사조그룹은 비상장 최상위회사 사조시스템즈를 필두로 5개 상장사(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모태인 사조산업은 고(故) 주인용 창업주가 1971년 설립한 원양업체 '시전사'에서 출발했다. 당시 많은 인쇄업자들이 선박을 사서 원양업에 일괄 진출했는데 시전사도 그들 가운데 한곳이었다.

그룹이 진용을 정비한 것은 2세 주진우 회장이 깃대를 잡으면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학문의 길을 걷던 주 회장은 1978년 부친이 갑작스레 작고하면서 사조산업을 물려 받았다.

주 회장은 2000년을 전후해 대형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그룹을 종합식품그룹으로 변모시켜 나갔다. 1996년부터 두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목도한 외환위기는 수산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각성하는 계기였다.

사조산업은 2004년 당시 신동방그룹 계열사였던 해표를 인수하고 식용유 및 면류 제조업으로 발을 넓혔다. 2006년과 2007년 사조대림(당시 대림수산)과 사조오양(당시 오양수산)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어묵·맛살 등 냉장 식품업으로 진출했다.


사조그룹은 2010년 사조남부햄을 합병하며 햄·소시지 등 돈가공 사업으로 확장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조팜스를 통해 계육가공업까지 거침없이 영토를 넓혔다. 2013년에는 사조원(당시 화인코리아), 2016년에는 워크아웃 중인 사조동아원(당시 한국제분)을 인수합병하며 축산업과 제분업에 뛰어든다.

주 회장은 이 기간 M&A를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그룹 내 여러 사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사업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 한가지 원칙은 뚜렷했다. 관련 없는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사조그룹은 성장 방향이 뚜렷했다. '식품업'을 구심점으로 한다는 것이 그것"이라며 "주진우 회장은 사업을 무모하게 확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론 리스크를 늘 염두에 두고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주 회장은 요즘도 계열사들의 재무 지표를 직접 챙길 정도로 꼼꼼한 재무인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장의 이같은 성격은 사조그룹이 급격한 외형 확장 속에서도 신중하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배경이 됐다.

◇합병 사조대림 출범, 속도 붙는 지배구조 개편

사조그룹은 십여차례 이어진 인수합병 과정에서 복잡한 계열사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순환출자는 2015년부터는 주지홍 부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시작되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주 부사장의 개인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분 연결 고리들이 추가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부의 비판이 집중됐던 지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부터는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주요 사업회사인 사조대림과 사조해표를 합병하고 계열사 지분 정리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합병을 통해 단숨에 '오너-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정비할 수 있었다.

사조대림과 사조해표는 2018년까지만 해도 지분을 상호 보유하면서 출자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던 주축이었다. 하지만 합병을 통해 그룹 내에서는 압도적인 규모의 사업회사가 탄생하면서 계열사들이 산하로 집결됐다. 기존 사조대림과 사조해표 자회사였던 사조농산, 사조에프에스, 사조오양, 사조화인코리아, 삼아벤처 등을 비롯해 이전에는 양사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던 관계회사 사조씨앤씨, 사조바이오피드, 사조동아원 등이 합병 법인의 자회사로 일괄 정리됐다.


사조그룹은 합병의 배경을 사업 효율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사조해표는 유지류를, 사조대림이 냉장식품류를 다루면서 영업과 마케팅, 재무부서 등을 별도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식품 사업'이라는 상위 카테고리에서 보면 통합 관리가 가능한 사업 구조였다. 양사의 대주주가 사조산업으로 같았다는 점도 합병 결정에 기여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사조해표와 사조대림은 합병 전 같은 건물을 쓰면서도 영업, 재무, 마케팅 등 모든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식품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같은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통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합병 후 지배구조 개편도 이어지고 있다. 사조산업은 보유한 사조대림 주식 60만주를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주 회장은 보유하던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사조오양 등의 지분 일부를 계열사들에 넘기면서 주 부사장의 지배력을 강화시켰다. 주 부사장은 사조산업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그룹은 최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밑그림을 한창 그리는 중이다. 향후 사조대림이 자회사 사조오양과 사조동아원을 합병하고 사조산업이 자회사 사조씨푸드를 합병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어묵과 맛살, 밀가루 회사를 합치고, 원양수산과 수산가공 회사를 합쳐 각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그룹의 기조는 조직 통합과 슬림화를 통해서 효율성을 증대하는 것"이라며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조대림 합병을 기점으로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계획은 향후 주 부사장으로 지배력을 일원화함으로써 3세 승계 과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 자산총액을 5조원 미만으로 유지함으로써 정부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경영 활동을 이어나가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룹 후계자인 주지홍 부사장은 아버지와 달리 영업에 관심이 많은 외향적인 성향에 B2C 식품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친이 기틀을 짠 식품사업을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발전시키고 계승해 나갈지가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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