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3조 자구안' 두산重, '드랙스 모델' 체질개선 성공할까'석탄·원전'서 '가스·친환경' 에너지 기업 전환, 사업구조 개편 선언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8 09:31:4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를 계기로 에너지 사업의 일대전환을 추진한다. 그간 매출을 책임졌던 원자력과 화력사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및 미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의 '드랙스 그룹(Drax Group)'을 모티브로 삼아 가스터빈과 신재생 에너지 부문 등에 기업의 미래를 걸겠다는 포부다.두산그룹은 27일 "두산중공업의 역량을 미래 혁신기술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친환경과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인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주축으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이날 박정원 그룹 회장 등 대주주의 증자 참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3조원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발전방향안은 자구안 확정과 맞물려 발표됐다.
관련 업계는 두산그룹의 발표에 대해 기업의 근간과 체질을 바꾸는 '4·27 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커진 데는 사업재편을 게을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발전 설비와 담수·수처리 설비, 인프라 공사 등 상이한 사업부문이 얽히면서 시너지를 내기보다 발전을 저해했다는 평이 있었다.
이날 발표를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의 사업 방향은 가스터빈과 신재생 에너지 부문으로 명확해졌다. 두산중공업이 영국의 드랙스 그룹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최대 발전기업인 드랙스 그룹은 2030년까지 전력 생산량 이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정부의 '기후변화 위기대응 계획'의 일환으로 민관이 함께 온실가스 배출에 나선 사례다.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런던의 탄소배출량을 60%까지 줄이는 계획에 착수했다. 런던은 고온다습해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다. 영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드랙스 그룹은 영국 내 6기의 화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1~4기는 천연가스 화력발전이며 나머지 2기는 석탄화력발전소다. 드랙스 그룹은 2023년까지 나머지 2기를 가스화력발전소로 전환해 운영한다. 드랙스 그룹은 여기에 더해 온실가스를 포집 및 저장해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발상의 전환'을 가능케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드랙스 그룹은 목재 펠릿 등 바이오 매스를 태워 전력을 생산한다. 연료로 활용되는 석탄의 비중은 극히 낮다. 펠릿을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대기로 내뿜지 않고 지하의 저장고로 보낸다. 탄소 포집 방식을 활용하면서 드랙스 그룹은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 아닌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GE도 1980년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설비의 비중을 줄이고 가스터빈 등 친환경 발전방식의 비중을 늘렸다. 에너지 기업의 미래는 '친환경'과 '탈석탄'으로 바뀌는 추세다.
두산중공업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 '트리거'는 재무 리스크였다. 두산중공업의 발전 부문은 원자력 비중이 가장 높고 △석탄 △천연가스 △풍력 △수력 부문은 후순위였다.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실적이 고꾸라졌고 재무구조도 부실해졌다. 급기야 유동성 위기에 몰려 정부 지원에 기대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산중공업은 향후 원자력과 석탄사업 비중을 낮추고 천연가스 등 친환경 발전사업에 집중한다.
천연가스 발전의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은 지난해 1호기 생산을 마쳤고 2023년 완공 예정인 김포의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에 납품된다. 복합발전소 공사금액의 약 15% 안팎을 가스터빈이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부터 국산화를 위해 1조원을 투입했고 R&D 비용으로만 약 4000억원이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연간 10기의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두산중공업은 풍력과 수력 사업을 확대한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양광 EPC 사업에도 진출한다. 두산퓨얼셀은 수력을 이용한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하는데, 두산중공업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한다.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계획을 밝힌 만큼 크랭크샤프트 등 단조사업과 인프라 건설 사업, 담수 및 수처리 사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커졌다.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미래 혁신기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2018년 말 기준 단조 및 건설의 수주 잔고 비중은 14%, 담수 및 수처리는 약 4%다. 나머지 80%는 발전 부문이다. 두산중공업은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발전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은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부실 규모가 큰 만큼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다. 결국 두산그룹은 약 3조원의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채권단의 지원을 얻는데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에서 약 2조5000억원을 지원받고 대주주 증자와 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 자금을 수혈받는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구안에)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이 담겼다"며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자구안 이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재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두산중공업에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할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들어갈 수도 있다. 매출 6조원 규모의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미래 사업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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