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령제약이 최근 3년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카나브 브랜드의 확장, 바이젠셀 지분 매입, 예산 신공장 완공 등 굵직한 투자가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가 지속됐지만 보령제약은 재무안정성을 유지했다.

2018년 11월 보령제약에 합류한 배민제 CFO(상무, 경영본부장)의 역할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그는 '수익중심경영'을 모토로 차입금의존도와 같은 재무지표를 관리했다. 안정적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을 제어했다. 보령제약의 2020년은 그간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는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배 상무의 재무 관리 전략에는 삼성에서 쌓은 경험이 십분 활용됐다. 그는 1990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총 28년 동안 재무를 포함한 경영관리, 전략기획 쪽을 두루 거치며 '재무통'으로 거듭났다.

배 상무가 기존에 몸 담았던 산업과 제약 산업은 확연히 다르다. 그는 제약 산업만의 사업 구조와 사회적 역할에 지대한 관심을 갖던 중 보령제약에서 경영지원본부장 제의가 들어와 망설임 없이 합류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커리어에서 중국 주재원으로 활동한 8년의 시간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의 중국사업 확대 전략에 발맞춰 사업투자, 안정화, 법인운영 등에서 성과를 냈다.

삼성의 재무 관리는 유동성 확보와 안정성 유지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배 상무는 28년간 누적된 삼성에서의 경험을 보령제약에 이식해 안정적인 재무구조 유지에 힘을 보탰다.


그가 보령제약에 부임한 이후 처음 받은 성적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18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신공장 투자가 있었지만 재무 구조는 훼손되지 않았다. 2018년에 785억원이던 순차입금이 2019년 942억원으로 20%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19.1%에서 19.3%로 0.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작년에 보령제약은 창립 이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5243억원, 영업이익은 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 56% 성장했다.

배 상무는 "자금 운영의 기본은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에 두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보수적 재무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래 성장 동력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친화적인 자금조달 방법들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영 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유연한 자금 조달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의약품(ETC)의 약가 인하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다. 보령제약은 유동성 확보의 일환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배 상무가 올해 '수익중심경영'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 브랜드를 확장해왔고 글로벌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남미, 동남아 등에 카나브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예산 신공장을 가동해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보령제약의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마케팅 활동이 위축됐고, 일부 연구개발(R&D) 일정이 지연된 탓에 재무적으로도 긴축 기조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배 상무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기존 제품의 시장 확대 전략, 신규 제품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배 상무는 전략이 구체화 되면 적극적인 재무 지원을 통해 영업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올해 바이젠셀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보유 지분가치 상승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보령제약은 2016년 7월 바이젠셀㈜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했다. 작년 말 기준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의 지분 29.5%를 차지한 최대주주다.

현재 보령제약은 영업이익의 10% 수준에서의 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배 상무는 "제2의 바이젠셀 발굴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에 대한 고민은 지속하고 있다"라며 "수익중심경영을 강화해 영업이익 성장을 통한 배당금 증액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