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카드승인실적 쇼크…카드사 포트폴리오도 바꿨다 3월 카드대출 11% 증가, 추후 부실 뇌관…2분기 실적은 '허수' 지적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0-05-08 09:57:2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분기 카드승인 실적이 2%대 성장에 그쳤다. 통상 5~8%씩 늘어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기가 타격을 받으며 3월 승인건수와 금액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이는 카드사 본연의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1분기 카드사들은 대체로 실적 선방을 했다. 소비는 줄었지만 대출수요가 커지며 카드론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3월 승인실적 마이너스 성장…오프라인 매출 타격, 카드사 본연 경쟁력 약화
6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전체카드(신용+체크) 승인금액과 승인건수는 각각 205조8000억원, 50억4000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2.5%, 2.2%씩 늘어난 수치다.
언뜻 보면 카드승인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증가세는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각 분기별 전체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3.9%, 5.9%, 5.5%, 7.3%였다. 승인건수 증가율이 매 분기 10% 안팎을 맴돌았던 걸 고려하면 이번 타격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3월 전체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되레 마이너스 4.3%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1년 전과 승인건수가 같아도 금액은 늘기 마련인데 되레 줄었다. 같은 기간 승인건수 역시 7.1% 감소했다.
월별 카드 승인실적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두 번째다. 앞서 2017년 10월 국세 카드 납부 이슈로 1년 전보다 카드 승인실적이 줄어든 바 있다. 당시 법인이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캐시백을 많이 해줬는데 당국에서 이를 자제하라고 지도하면서 카드 납부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등 소매 관련 △숙박업 등 이동·여행 관련 △음식점·영화관 등 모임·여가 관련 업종의 오프라인 중심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카드승인 실적 악화는 카드사 본연의 경쟁력 약화를 뜻한다. 안 그래도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3년에 한 번씩 가맹점에 제시하는 수수료율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게 원칙이나,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매년 적격비용 대상이 아닌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추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6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한 만큼 오프라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수요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카드승인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억눌린 소비심리가 분출되는 '보복적 소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재난지원금 사용액도 실적에 포함될 예정인 만큼 카드승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춤했던 카드론 부활…수익성 개선, 추후 부실화 가능성
현재까지 1분기 실적발표를 한 5개 카드사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카드승인 실적이 뚝 떨어진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1년 전보다 3.6%, 5.3%씩 순이익이 늘어났다. 특히 중소형사인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112%, 66.1%씩 증가했다. 삼성카드만이 1년 새 순이익이 6.8% 감소했지만, 르노삼성자동차 배당금이 줄어든 영향을 제외하면 소폭 늘었다.
여기에는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현금서비스(단기)·카드론(장기) 등 카드대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7개 전업 카드사(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의 1분기 카드대출 이용액은 24조954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23조5926억원)보다 5.8%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카드 승인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3월 카드대출이 늘어난 게 눈에 띈다. 3월 전업 카드사의 카드대출액은 1년 전보다 늘어난 4조3242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이 같은 기간 8825억원이나 증가한 게 주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카드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카드론은 통상 신용등급 3~6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에게 15% 수준의 금리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은 좋지만 추후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동안 카드업계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취급을 자제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다시 늘린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실직자 등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당장 2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개인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원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지원을 하는 동안에는 부실이 발생해도 대손충당금 분류 기준을 낮추지 않기로 하면서 2분기 건전성 지표는 '허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외부에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가 올해 실적을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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