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한국조선해양, 지주사 전환 때 법인세 '현미경 검증'유효세율 230%→법인세율 1%, 이연법인세·익금불산입률 활용해 '절세'
구태우 기자공개 2020-05-14 13:20:5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인세에는 양면성이 있다. 법인세는 국세 중 20%를 차지해 국가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낼수록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영진과 주주에게 법인세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기업의 경우 법인세를 가능한 한 줄일 수 있도록 하는게 이롭다.'절세'가 경영진의 주요한 경영 전략인 이유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선의 절세 전략을 짠다. 조세특례제한법의 적용을 받는 혜택을 받아 법인세를 감면받거나, 이연법인세를 활용해 절세받는 방법 등이 있다.
이중 현대중공업지주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절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국세청에 납입해야 할 법인세로 57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4월까지 국세청에 실제 납입해야 할 금액이다.
기업들은 4월(이전연도)과 8월(당해연도) 두차례에 걸쳐 한해 동안 번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한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세전이익이 흑자 전환했음에도 법인세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했다.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을 엔지니어링과 R&D를 전문으로 하는 중간 지주사로 바꿨고,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에 조선사업을 이관했다. 약 20조원에 달했던 자산규모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11조원으로 축소됐다. 별도 기준 매출도 8조원에서 3조원대로 감소했다.
외형은 축소됐지만 회사가 납부해야 할 법인세 금액도 줄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316억원을 법인세 비용으로 인식했는데, 세무조정을 거치면서 57억원으로 약 1200억원 이상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국세청에 납부해야 할 법인세로 1495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조선부문의 수주 불황 등으로 국세청에서 환급받은 법인세까지 합하면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1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책정한 57억원의 법인세는 지난 4월까지 국세청에 납부해야 하는 만큼 이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는 조선부문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국세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양도차액은 이연법인세 처리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1316억원의 법인세 비용을 인식했다. 같은해 세전이익(영업이익 - 영업외손익)은 570억원으로 기록됐는데, 물적분할로 인해 1277억원의 과세부담이 생기면서 법인세 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유효세율은 230.88%까지 치솟았다. 한국조선해양의 법정세율은 26.6%로 적용세율에 따른 세부담액은 151억원이다. 세액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물적분할로 인한 세부담이 생기면서 법인세 비용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자산양도차익이 발생하면서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의 법인 분할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주식 7077만주를 받았다.
한국조선해양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양수하면서 이로 인한 차익을 4800억원 인식했다. 그러면서 1277억원의 세부담이 생긴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1277억원에 대해 이연법인세 부채로 인식했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과세를 이연하는 걸 의미한다. 추후 세금을 감액할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더 납부할 경우 이연법인세 부채로 인식한다.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매각 시점 1277억원을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매각할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에 이를 이연법인세 부채로 인식한 것이다.
◇자회사 배당금 '과세 제외', 지주사 전환 효과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에 따라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게 됐다. 법인세법 18조에 따르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중 일부를 과세소득에서 제외하고 있다.
지주사는 자회사의 배당금을 주수입원으로 하는데, 지주사의 수익을 배당할 경우 '이중과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익금불산입은 기업회계상 뚜렷한 과세소득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익금(출자지분 변동을 제외한 순자산의 증가)에 산입하지 않는 걸 의미한다. 즉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과세소득에서 제외하고 있다.
2019년 법인세법이 개정되면서 자회사 지분율 요건과 익금불산입률이 소폭 상향 조정됐다. 지주사의 경우 자회사의 지분이 많을 수록 절세 효과가 높아지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지주사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등을 수평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자회사로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중공업 등을 손자회사로 뒀다. 당시에는 지주사 체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지주사로 전환됐고,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해 익금불산입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해 현대삼호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에 58억원을, 현대미포조선은 81억원을 배당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2분기 한국조선해양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이연법인세 부채 1455억원을 환입했다. 이는 지주사 전환에 따라 자회사 배당금이 익금불산입의 적용을 받게 됐고, 이에 따라 이전에 쌓았던 이연법인세 부채를 환입했다.
이 같은 효과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것으로 한국조선해양을 앞으로도 '절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전환의 산파는 권오갑 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영철 부사장이다. 2017년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 설립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했고,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출범을 통해 중간지주사 형태까지 완성됐다. 조 부사장은 큰 폭의 지배구조 개편이었던 만큼 이로 인한 법인세 변동 등 '외부효과'를 파악했고, 법인세 부담이 낮은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으로서 위기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했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했고, 2014년 현대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의 경영 위기가 불거졌을 때도 '키맨' 역할을 맡았다. 2017년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 때도 CFO로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그룹 내에서 줄곧 재무 및 경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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