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글로벌 게임투자 전략가 박상호 한투파 이사'시리어슬리·휴즈' 등 이정표 딜 즐비, '해외 게임펀드' 중장기 목표
이윤재 기자공개 2020-05-14 09:58:2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블유게임즈, 액션스퀘어, 시리어슬리(Seriously), 휴즈(Huuuge)에 이르기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게임 분야 투자에서 이정표로 꼽히는 딜들을 발굴해냈다. 수많은 성공사례들은 글로벌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약어를 딴 'KIP'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만드는 기틀이 됐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게임투자를 이끄는 중심에는 박상호 이사(사진)가 있다.박 이사는 누구보다도 글로벌 게임산업 헤게모니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잖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 함께 글로벌 게임시장 톱4로 뽑히는 곳이다.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든 덕분에 국내 벤처캐피탈이 가지 못했던 글로벌 게임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나가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게임 전용투자펀드를 만드는 포부도 갖고 있다.
◇성장스토리 : 게임회사 직원에서 게임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경영학을 전공했던 박 이사는 졸업 직후 NHN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NHN은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쳐져 있던 시절이었다. 게임 관련 업무를 하던 중 2009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들어오면서 무언가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생각이 컸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NHN에서 스마트폰 게임사업팀을 신설했고 박 이사는 게임 소싱 담당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주류였던 피처폰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게임 개발사들을 만나게 됐다. 수많은 개발사를 만나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저마다 내놓는 기업설명회(IR) 자료마다 '벤처투자조합'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벤처투자에 흥미를 느끼고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게임회사 경력 뿐인 입사 3~4년차가 들어가기에는 벤처캐피탈은 좁은 문이었다. 눈을 돌렸던 건 컨설팅 펌이었다. 디지털 전략 마케팅 등을 담당하다가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NHN에서 동고동락했던 박영호 조이시티 대표가 재직하고 있던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인연이 닿았다.
심사역이 되자마자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하느냐는 고민이 시작됐다. 경영학도다 보니 반도체 등 제조업은 매력적인 투자영역이 아니었다. 차라리 관심 영역이었던 인터넷·소프트웨어 전반을 주력으로 삼으면 잘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발 빠르게 1호 투자를 시작했다. 네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이었다. 당시 투자심사보고서에는 투자금 회수 전략으로 IT대기업 인수합병(M&A)을 거론했는데 결과적으로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2015년부터는 주력 투자분야를 게임으로 좁혔다. 지역과 인종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한 번 성공하면 장기간 수익률을 안겨주는 매력에 빠졌다. 특정 산업을 타깃하는 만큼 지역에 따른 페널티는 없앴다. 단순히 게임 개발사에 국한되는 게 아닌 인터랙티브 콘텐츠(interactive content)로 정의해 폭 넓은 투자를 벌이고 있다.
◇투자 철학 : 경영진 맨파워+역동성에 주목
게임 투자 전문가인 박 이사는 무엇을 보고 투자를 할까. 게임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닌 어떤 이들이 모였는지, 어떤 컨셉을 가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사실 게임산업은 바이오산업과 유사하다. 맨파워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대표 요인이다.
다만 게임은 바이오나 제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스펙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박 이사가 보는 포인트가 바로 경영진의 역동성이다. 이미 수 차례 투자를 통해 경험적으로 역동성의 중요성은 증명됐다. 정말 우수한 창업가들이 모였지만 역동성이 떨어졌던 기업이 투자 당시 예상했던 마일스톤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박 이사는 "투자를 할 때 팀 다이내믹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며 "자신들만의 에고를 고집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창업가 출신들이 만든 휴즈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모든 걸 내줄 정도로 적극적인 역동성을 보였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투자 포인트는 제품을 대하는 창업가의 자세다.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헤이딜러가 대표적이다. 중고차를 매각을 결정하는 시점에서부터 실제 매각이 이뤄지기 전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진다. 헤이딜러는 각 단계별로 유저가 어떤 경험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갔다.
◇트랙레코드 1 : 시리어슬리, 글로벌 게임 투자 이정표를 세우다
시리어슬리는 투자철학이 모두 녹아있는 투자 건이다. 시리어슬리는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Rovio) 출신들이 설립한 모바일 게임사였다. 박 이사는 우수한 창업가들이 모인데다 역동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시리어슬리는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 판단했다.
핀란드에서 생소했던 시리어슬리에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박 이사는 한국시장을 적극 어필했다. 시리어슬리 입장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다소 생소한 투자자였지만 한국시장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박 이사의 전략은 먹혔고 한국투자파트너스는 500만달러(한화 58억원)를 투자할 수 있었다.
박 이사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사업성은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곳이다"며 "이러한 점을 부각하면서 브랜드가 약했던 핀란드 시장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리어슬리는 지난해 글로벌 게임사인 '플레이티카(Playtika)'에 인수합병됐다. 자연스레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도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거머쥔 회수총액은 175억원, 내부수익률(IRR) 32%를 거뒀다. M&A 계약에 따라 향후 시리어슬리가 일정 수준의 경영실적을 달성할 경우 추가로 초과 이익 공유도 가능한 상태다.
◇트랙레코드 2 : 인터랙티브 콘텐츠 대표주자 '팝독' 성장 확신
팝독(Popdog)은 박 이사가 많은 기대를 거는 투자 건이다. 게임 개발사가 아닌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개념에서 나온 사례다. 게임 분야에 특화된 멀티채널네트워크(MCN)에 가까운 회사다. 팝독에 들어간 투자자는 단 2곳이며 그중 하나가 한국투자파트너스다.
팝독은 포트나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스트리머인 '닌자(Ninja)'를 필두로 여러 스트리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스트리머는 팝독 플랫폼 안에서 게임 영상을 중계하고 방송하는 이들을 뜻한다. 박 이사가 팝독에 투자했던 것도 게임산업에 대한 트렌드 변화에서 출발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넘어 보는 걸로 즐거움의 요소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지표는 가파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를 집행한 이후 1년 만에 매출액은 5배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도 성장세는 여전하다. 코로나19가 있긴 하지만 150%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이사는 "팝독은 보고 즐기는 걸로 변하는 이스포츠 산업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낸 기업이다"며 "단순히 읽어내는 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머천다이징 활동을 통해 확실한 경영성과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 시장 트렌드에 민감, 네트워크 활용한 밸류업 심사역
박 이사를 아는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은 한결 같이 글로벌에 최적화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평가한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해 나간다.
NHN에서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까지 함께 일했던 박영호 조이시티 대표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겨왔다"며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있는데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낸다"고 평가했다.
친화력도 박 이사의 강점이다. 피투자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글로벌 투자사들과도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글로벌 투자에서 가장 어렵다는 문화적 장벽이 박 이사에게는 이렇다 할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해외 게임투자라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두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유럽지역에서는 박상호 이사와 한국투자파트너스라는 브랜드가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글로벌 게임투자 보폭 확대 확대
업계 입문 8년차인 박 이사는 투자를 '다작(多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간 투자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누적 투자금액은 600억원대다. 최근 벤처투자 트렌드를 감안하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타율은 상당하다. 록앤올부터 시리어슬리, 휴즈, 팝독, 헤이딜러까지 차곡차곡 성과를 쌓고 있다.
처음으로 펀드 청산 트랙레코드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대표펀드매니저로 있는 '네이버 한국투자 힘내라! 게임人펀드'가 오는 2022년 만기를 앞뒀다. 이 펀드에 대한 예상 성과는 고무적이다. 휴즈 투자 평가이익만으로도 약정총액의 상당 수준에 달한다.
중장기 목표는 게임섹터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전용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간 쌓아온 트랙레코드와 글로벌 투자사들과의 네트워크,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대한 브랜드를 감안하면 글로벌 타깃 게임펀드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박상호 이사는 "게임人펀드는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의 경과를 감안할 때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펀드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여러 포트폴리오 엑시트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투자처를 누빌 만한 브랜드나 트랙레코드가 충분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전용펀드도 염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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