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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거버넌스 선언]남매의 난은 없을까…우군 역할에 무게⑦삼성물산 지배력 낮아 보완재 역할만…4세 불승계 원칙 동의는 미지수

김슬기 기자공개 2020-05-15 07:58:55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문 형식을 빌어 재계에 소유와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재계에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신(新)거버넌스 선언이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근본부터 재구성해야한다. 더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통해 영속적인 경영 시스템과 앞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의중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직까지 두 여동생은 이 부회장의 든든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향후 4세 경영 승계 포기에도 동의했는지는 알 수없다.

현재까지 이 부회장을 비롯해 두 동생의 자녀가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소위 '남매의 난'이라 불릴만한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상속 과정에서 4세 지분소유 가능성은 열려있다.

13일 더벨이 삼성의 상장사 16곳과 비상장사 44곳의 지분관계를 파악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대표, 이서현 이사장이 모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두 곳으로 파악됐다. 이 부회장은 이 외에도 삼성전자(0.7%), 삼성화재(0.09%), 삼성엔지니어링(1.54%), 삼성생명(0.06%) 등 4곳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 중이다. 부진·서현 자매는 별도로 지분을 보유한 곳이 없다.


삼성 지배력의 가장 핵심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19.3%)과 삼성전자(5%)의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삼성생명은 산하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물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딱 나누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으나 지배구조의 정점에 삼성물산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삼성물산의 지난해말 주주명부를 보면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으로 17.0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부진 대표와 이서현 이사장은 5.47%로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2.84%를 보유, 두 남매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삼성생명공익재단(1.05%), 삼성문화재단(0.6%), 삼성복지재단(0.04%)도 명단에 올랐다.

특이할만한 부분은 이유정 씨가 0.3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직계가족이 아닌 유일한 주주다. 유정 씨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넷째 딸 덕희씨의 장녀이다. 2006년 아버지인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이 작고할 당시 에버랜드 지분을 물려받았고 이후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등을 거치면서 현재의 지분을 가지게 됐다. 지분가치는 600억원대다. 일찌감치 유정씨는 경영에 관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실제 계열사 경영에 등장한 적은 없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2.94%로 견고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17%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부진 이서현 두 남매의 지배력이 보완역할을 한다. 두 남매의 지분을 더하면 10.94% 선인데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은 매우 낮아 현 체제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이 9.2%, 부진·서현 3.9%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가치는 각각 1조2525억원(12일 종가 17만6000원 기준), 5313억원이다. 삼성SDS는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만큼 해당 지분은 지배구조 개편보다 상속 과정 등에서 소요될 재원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과거 이 부회장은 전자, 이 대표는 호텔, 이 이사장은 패션 등으로 나눠 경영하는 안이 유력했으나 이는 이미 멀어진 시나리오다.

물론 이부진 대표는 현재까지 호텔신라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0년 1조4614억원(연결기준)이었던 매출이 2019년 5조7173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845억원에서 2959억원으로 확대됐다. 자산총계는 1조1870억원에서 3조5273억원이 됐다.

이 대표가 안정적으로 경영을 해왔으나 계열 분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호텔신라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삼성카드(1.3%), 삼성SDI(0.1%) 등 삼성 내 계열사들이 주요주주로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이 없고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삼성물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부진 대표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호텔신라 지분과 맞교환하는 것도 어렵다. 삼성생명이 가진 호텔신라 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입하지 않는 이상 지분교환은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시중에 매각하고 호텔신라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거래가 복잡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서현 이사장은 2018년말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내려놓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온 뒤 2002년부터 제일모직에서 몸담았다. 줄곧 패션 쪽 업무를 해왔지만 2018년말 모두 손을 떼면서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사장 역시 2018년 5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에서 멀어졌다.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제일기획,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거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고 삼성 내 스포츠관련 사업을 도맡아했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4세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경영 승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지분 상속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 내 전 계열사 내에 이 부회장과 두 여동생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곳은 없다. 이 부회장은 1남 1녀, 이부진 대표는 1남, 이서현 이사장은 1남 3녀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만 있을 뿐 4세 승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이건희 회장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이같은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회장이 가진 계열사 지분가치만 해도 15조원 가량이다. 이 부회장에게 전량 상속하기보다 3남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 상속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자녀들에게 직접 물려주기보다는 세대 간 상속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경우 4세의 지분소유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4세들 역시 지분 소유를 통해 주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남매관계에 균열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향후 이부진, 이서현 자매가 이 부회장에게 적대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적어보이며 타 그룹 내에서 보여지는 '남매의 난'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최근 발언은 오너들은 지분 보유를 하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당장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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