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 삼표, 울며 겨자먹기 콜옵션 행사 산은 지분, 현 주가대비 5배 높은 가격에 인수
김병윤 기자공개 2020-05-21 13:19:1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를 인수한 삼표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공동 인수자였던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차입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5년 전 고가 매입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삼표그룹은 2015년 산은PE와 함께 삼표시멘트 지분 55% 가량을 인수했다. 현재 삼표그룹의 지주사인 ㈜삼표가 삼표시멘트 지분 45.08%를, 산은PE가 9.89%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산은PE는 '케이디비시그마제2호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삼표시멘트 지분을 들고 있다.
삼표그룹은 현재 산은PE가 보유한 삼표시멘트 지분 매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5년 전 삼표그룹과 산은PE 사이 체결한 계약에 의해서다. 삼표시멘트 인수 당시 삼표그룹은 콜옵션(call option)을, 산은PE는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각요청권)을 가졌다. 각자 보유한 옵션은 거래종결 1년 후부터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삼표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키로 하면서 산은PE의 보유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삼표그룹의 콜옵션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분 인수가격이다. 삼표그룹은 산은PE에 약 1930억원, 주당 1만8181원을 지급하고 삼표시멘트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최근 삼표시멘트 주가가 30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현 주가 대비 무려 5배나 높은 가격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셈이다.
삼표그룹이 현 주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산은PE의 삼표시멘트 주식을 매입하는 배경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삼표그룹과 산은PE는 주당 1만3461원에 삼표시멘트 지분을 취득했다. 삼표그룹은 취득 가격에 일정 수익률을 산은PE에 약속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표그룹과의 계약에 따라 산은PE는 엑시트를 통해 5∼6%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표그룹의 고가 베팅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5년 전 인수전에서 승리했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의견이다. 실제 5년 전 인수 당시 삼표시멘트 주가는 6000억원대였다. 삼표그룹과 산은PE가 인수한 값(주당 1만3461원)은 주가를 두 배 이상 웃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삼표그룹·산은PE는 삼표시멘트 인수전에서 2순위협상대상자 한앤컴퍼니 컨소시엄과 3순위협상대상자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대비 1000억원 가량 더 써냈고, 이에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표그룹의 재무부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가 매입 탓에 실제 재무지표가 악화됐고, 현재까지 안정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삼표시멘트 M&A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요인이 더 존재한다는 점이다. 삼표그룹은 산은PE의 보유 지분 취득액(약 1930억원) 가운데 900억원을 론(Loan)으로 조달한다. 이를 위해 삼표시멘트 인수금융의 두 번째 리파이낸싱(refinancing)에 나서며, 리파이낸싱 규모를 900억원 가량 늘릴 예정이다. 이번 리파이낸싱의 만기는 5년이며, 금리는 4.3%로 파악된다. 리파이낸싱 규모 확대에 따라 매해 40억원 안팎의 이자부담이 더 생기는 셈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삼표그룹의 삼표시멘트 인수 때, 건설 기초소재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 반면 재무부담 확대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며 "삼표시멘트 인수 후 불어난 차입금 관리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표시멘트 인수금융의 두 번째 리파이낸싱 주선은 KDB산업은행이 맡았다. KDB산업은행은 2000억원 규모의 삼표시멘트 인수금융부터 두 건의 리파이낸싱(refinancing) 주선 실적까지 기록하게 됐다. 산은PE의 차익 실현까지 고려하면, KDB산업은행은 삼표시멘트 M&A 한 건으로 쏠쏠한 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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