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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서정선 회장 소마젠 투자, 책임경영 vs 지분방어?④개인 돈 16억으로 550억 지분 효익 예상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04 07:58:39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7월 국내 코스닥 상장이 예고된 소마젠(Psomagen)은 유전체 분석전문 마크로젠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 벤처다. 미국에 있는 소마젠은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마크로젠 영문명인 'Macrogen Corp'이 공식 명칭이었다.

소마젠이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면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의 미국 법인이 기술특례로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첫 사례다. 희망 공모밴드 기준 상장 밸류는 약 2600억원 수준이다.

소마젠은 미국 벤처로서 국내 상장을 꾀한다는 점이나 초기 설립 배경만 놓고 보면 제넥신에서 스핀오프한 네오이뮨텍(NeoImmunetech)과 닮은 면이 있다. 반면 스핀오프의 방식이나 그에 따른 지분 구성은 다르다. 네오이뮨텍이 외부투자 유치를 중심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을 키워왔다면 소마젠은 마크로젠 100% 자회사로 설립됐고, 초기 10년 간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66% 지분을 보유했다.

스핀오프 자회사로서 소마젠은 상장을 통해 모회사 마크로젠에도 수혜가 예상되지만 서 회장 개인에게도 대규모의 지분 이익을 가져다준다. 상장 직전 다른 투자자로부터 인수한 CB 투자를 제외하면 마크로젠이 소마젠에 출자한 자금은 45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 회장은 CB를 제외하곤 설립 초 3억원 투자가 전부이며 이 3억원은 현재 소마젠 전체 주식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치 성장을 이뤘다.

소마젠 상장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국내 기업을 모태로 미국 현지 유전자 분석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벤처가 탄생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단번에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모회사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운 기업에 서 회장 등 특수관계 개인주주 지분이 큰 비중으로 담겼다는 점은 마크로젠의 다른 주주 입장에서 볼 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미국 DTC 시장 공략, 현지 100% 자회사 설립

소마젠은 직전까지 한국 마크로젠의 해외법인 성격이 강했다.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설립 후 15년 가까이 마크로젠USA로 불렸다. 사업 목적 역시 한국 마크로젠의 유전자 서비스를 미국에서 전개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유전자 정보 등 데이터가 자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공략을 위한 현지 법인이 필요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소마젠은 미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키워왔다. 현재 미국 내 NGS 서비스 시장에서 최근 3~4년간 10%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는 차세대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술로서 맞춤, 정밀 의료의 꽃으로 불리는 영역이다. 최근에는 진단 분야에서 더 나아가 IT와 바이오산업의 접점에서 신약 개발 분야까지 확장, 활용되고 있다.

초기 소마젠 경영진들은 마크로젠 연구원 출신으로 구성됐다. 서 회장은 마크로젠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홍진한 박사를 초대 대표이사로 파견했다. 2년 후에는 마크로젠 연구원이었던 정현용 박사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정 박사는 10년 가까이 소마젠 대표를 맡아오다 한국으로 컴백, 마크로젠 대표를 맡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박상태 박사가 영입돼 2014년부터 작년 초까지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박 대표는 마크로젠의 또다른 미국 자회사 Axeq CEO를 맡은 바 있다.

Axeq은 이후 마크로젠으로 흡수됐다. 몇년간 박 대표 1인 대표로 운영되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지놈센터장 등을 역임한 김운봉 대표가 현지에서 영입돼 박상태·김운봉 공동대표 체제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작년 초 사임했다. 김 대표 단독대표체제가 됐다.

◇상장 앞두고 핵심 파이프라인 확장

소마젠은 지난해 말 보유 중인 지적재산권 포트폴리오가 한 차례 큰 변동을 겪었다. 미국 유력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유바이옴(uBIOME)의 재산권을 인수하면서다. 시점은 상장 추진 시기 및 사명 변경 시기와 맞물린다. 그 전까지는 소마젠의 미국사업과 국내 마크로젠 사업은 서비스 공급 지역만 다를 뿐 거의 같았다. 유바이옴 인수는 소마젠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2018년까지만해도 소마젠이 자체적으로 출원해 권리를 가지고 있던 특허는 진단 마커 관련 물질 기술 한 개 뿐이었다. 그러다 최근 3년에 걸쳐 블록체인 데이터 관련 또다른 두 개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 등록했으며 그 중 하나는 한국에서도 출원했다. 네개 특허 모두 마크로젠과 공동 출원해 권리를 양분한 자산들이다.

작년 말 미국 유바이옴을 인수하면서 보유 지적재산권 수가 대폭 늘어났다. 유바이옴이 보유한 특허 250여개가 소마젠으로 귀속됐기 때문이다. 유바이옴은 당시 파산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소마젠은 700만달러(약 83억원)에 유바이옴을 인수했다. 유바이옴 기술과 자체 사업을 결합하는 형태로 사업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소마젠 관계자는 "소마젠은 시퀀싱 분석사업에서만 200억원 매출 회사로 성장했으며 시퀀싱 기술을 기반으로 DTC상품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사업이 추가돼 기술특례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시장은 DTC(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 진단 서비스) 분야만 해도 한국의 100배가 되는 시장"이라며 "DTC서비스와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력 사업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 투자금 75억이 1100억으로…15배 가치 성장

마크로젠이 소마젠에 투자한 자금은 31억원 규모 CB 인수를 포함해 75억원 가량이다. 소마젠은 2016년 한차례 100억원 CB를 발행했으며 지난해 그 중 절반을 마크로젠과 특수관계인들이 인수했다.

마크로젠은 2004년 설립자본금 1억원을 들여 소마젠을 만들었다. 이듬해 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2005년과 2008년 서 회장이 3억원을 출자한 후 마크로젠 지분율이 희석됐다. 2012년, 2014년 미국 'Macrogen Clinical Laboratory'와 'Axeq'라는 곳에 42억원 가량 투자했으며 이들 기업은 소마젠이 2015년 흡수합병했다.

현재 주주 구성은 마크로젠이 57%, 서 회장이 28%, 마크로젠 및 소마젠 임원진이 10% 가량이다. 상장 이후 지분율은 마크로젠 42%, 서 회장 20.9%, 기타 특수관계인 5.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마젠이 예상 밸류(2600억원)대로 상장이 성사되면 마크로젠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 원금의 15배다. 서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지분 가치는 1600억원이 넘는다.


◇소마젠 스핀오프로 서정선 회장 15년만에 550억 벌어

서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세 차례 소마젠에 투자했다. 설립 초기 두 차례 3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설립 자본금 출자와 같은 가격 조건이었다. 이후 2015년까지 서 회장 지분율이 66%에 달했다. 서 회장은 외부 투자자에 과거 2016년 발행된 CB 중 13억원어치를 지난해 초 인수했다. 해당 CB는 전부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서 회장은 소마젠 지분의 28% 가량을 소유했다. 공모 후 희석을 감안한 예상 지분가치는 5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서 회장이 소마젠 투자로 모회사인 마크로젠의 지분 희석을 방어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마크로젠을 창업한 서 회장은 이후 펀딩, 상장을 거치면서 지분율이 희석됐으며 부인 및 자녀가 보유한 지분을 다 합쳐 마크로젠 지분율이 10% 남짓이다.

회사 측은 서 회장이 소마젠에 투자한 것에 대해 대주주의 책임경영으로 보는 입장이다. 마크로젠과 서 회장이 보유한 소마젠 주식은 95% 이상 3년 보호예수 기간이 부여돼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마젠 관계자는 "대주주 개인이 투자에 참여한 것은 초기 펀딩이 쉽지 않은 때에 직접 발벗고 나선 차원이었다"며 "상장 전 CB 인수 역시 대주주가 인수하지 않았다면 외부 투자자로부터 상장 직후 물량이 모두 출회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책임경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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